소설 테오반고흐 : 2-2《노란 해바라기》- 더 많이 보내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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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테오반고흐] 불멸의 화가를 완성한 위대한 화상 

2-2《노란 해바라기》 - 더 많이 보내지 못해서 미안해

[ Image: Vincent van Gogh - Sunflowers (1888) ]

장소: 파리, 르피크 가 54번지 테오의 아파트

시기: 1888년 8월, 찌는 듯한 여름 밤

파리의 작고 습한 아파트. 구필 화랑에서 밤늦도록 까다로운 귀족들을 상대하며 찌들어 돌아온 테오는,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아를발 편지 봉투를 집어 들었다. 형 빈센트의 강렬하고 집요한 펜 끝이 단단히 박힌 글씨체였다.

반가운 마음에 봉투를 찢듯 열었던 테오는, 첫 문장을 내려 읽자마자 손가락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테오에게... 네가 보내준 30프랑을 잘 받았다. 하지만 방세 20프랑을 내고, 나흘간의 식비로 6프랑을 쓰고, 물감을 사고 나니 내 손에는 단 1프랑도 남지 않게 되었구나.

나는 지금 고갱과 함께 쓸 아틀리에를 꾸미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단다. 해바라기 12송이를 그리느라 온통 노란 물감을 쏟아붓고 있어. 나는 해바라기로 이 방을 장식하고 싶다.

하지만 테오야... 지금 내 주머니에는 단 1센트도 없단다. 나흘 동안 커피만 마시며 지냈더니 속이 너무나 쓰리구나. 빵 한 조각 살 돈조차 없이 붓을 쥐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 비참하고, 다시 너에게 돈을 청하는 이 편지를 쓰면서 가슴이 무겁고 부끄럽기 그지없구나..."

편지 하단에는 빈센트가 굵은 펜으로 그려 넣은 작고 거친 스케치가 들어있었다. 화폭을 뚫고 나올 듯 뜨겁게 이글거리는 노란 해바라기 세 송이.

테오는 편지지를 가슴에 품은 채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편지가 손끝에서 떨렸다.

"나흘 동안... 빵 한 조각도 못 먹고... 커피만 삼키며 이 빛을 그린 거였어...?"

그 찬란하고 눈부신 노란색 해바라기. 세상 사람들은 그저 화려하고 이국적인 꽃이라 부를 그 그림이, 실은 형이 며칠 동안 창장이 비틀어지는 허기 속에서 핏값을 바쳐 짜낸 영혼의 눈물이라는 사실이 테오의 가슴을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테오는 서둘러 책상 서랍을 열고 자신의 비상금 상자를 뒤집었다.

상자 안에서 구굴러 나온 것은 동전 몇 개와 지폐 몇 장뿐이었다. 자신의 다음 달 식비와 집세를 다 털어 넣어도, 자신이 아무리 화랑에서 뼈를 깎고 자존심을 짓밟혀가며 일해도... 형이 물감 걱정 없이 따뜻한 빵을 배불리 먹기에는 너무나 터무니없이 가난한 돈이었다.

테오는 차가운 바닥에 엎드린 채, 눈앞이 흐려진 채로 지폐 몇 장과 동전들을 긁어모았다. 내달 월급에서 가불받은 수표까지 억지로 끌어 모아 봉투에 밀어 넣는 순간, 마침내 억눌러왔던 서러움과 죄책감이 서럽게 폭발하고 말았다.

"흐윽... 흑...!"

테오는 두 손으로 얼굴을 파묻은 채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어두운 골방 안에 동생의 오열 소리가 비참하게 울려 퍼졌다.

"꺼억... 흐어엉... 형... 미안해... 정말 미안해...!"

테오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차가운 목재 바닥에 이마를 짓찧었다. 눈물이 자갈처럼 쏟아져 나와 손가락을 적시고, 형에게 보낼 지폐와 봉투 위로 붉고 젖게 번져나갔다.

세상 사람들은 "형이 동생 피를 빨아먹는 식충이"라고 비웃고 손가락질했지만, 테오에게 그 몇 푼의 돈은 형의 목숨값이었고, 정작 그 목숨을 넉넉히 지켜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이 스스로의 영혼을 갈갈이 찢어발겼다.

"사람들은 형이 내 피를 빨아먹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형은 뼈를 깎고 피를 흘리며 세상을 구원할 빛을 만들어내고 있고, 저는 그 피를 닦아줄 돈 몇 푼조차 넉넉히 주지 못하는 비겁하고 무능한 죄인일 뿐입니다!"

테오는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었다. 눈물이 빗물처럼 떨어져 종이를 적셨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펜 끝을 짓눌러 답장을 적어 내려갔다.

"사랑하는 형 빈센트에게,

형, 제발... 제발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돈을 달라는 형의 편지를 읽으며 내가 얼마나 내 자신을 자책하고 피눈물을 흘렸는지 몰라.

내가 더 많은 돈을 벌어서 형이 굶지 않고 물감 걱정 없이 마음껏 그림만 그릴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데...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어서 매번 겨우 이 정도밖에 보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가증스럽다.

형이 보낸 그 노란 해바라기는 세상의 그 어떤 보석보다 위대해. 그 거룩한 빛에 비하면 내가 보내는 이 몇 푼의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 제발 빵부터 사 먹어, 형... 제발 끼니 굶지 말고, 물감이 부족해서 그 눈부신 붓을 놓지 말아줘.

더 많이 보내지 못해서... 형의 그 위대한 빛을 겨우 이 가난한 돈으로밖에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형..."

테오는 편지를 봉인하고 붉은 밀초 인장을 깊게 눌렀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차가운 바닥에 이마를 대고, 하나님을 향해 차마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통곡의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제발 저 노란 해바라기가 피어나듯, 제 형의 불쌍한 삶에도 찬란한 빛이 비치게 해주십시오. 제가 피눈물로 적셔 보낸 이 보잘것 없는 돈이지만, 형의 붓 끝에서 세상을 구원할 찬란한 노란색으로 피어나게 해주십시오. 제 영혼과 목숨을 다 태워 바칠 테니... 제발 저 선하고 외로운 형이 굶주림 속에서 쓸쓸히 쓰러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파리의 깊은 밤, 동생 테오는 형에게 보낼 지폐 위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소리 내어 울고 있었고, 그 동생의 피눈물로 적신 돈은 곧 남프랑스 아를의 어두운 오두막을 향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노란 해바라기 빛을 피워내러 떠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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