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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식물 : 포플러(은백양)
내 몫을 빼앗겼다고 울부짖는 당신에게
[빈센트 반 고흐 - 가을의 포플러(은백양) 가로수 길]
"최초의 소유권 스캔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바람에 흔들리는 자연을 보며 자신의 불안한 내면을 투영했습니다. 그가 누에넨 시절에 그린 <가을의 포플러 가로수 길>은 거친 바람에 잎새를 바르르 떨며 서 있는 포플러 나무들의 쓸쓸한 초상을 담고 있습니다. 고흐 역시 노랗게 물든 포플러 가로수를 그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속에서 자신의 불안한 영혼을 달래곤 했습니다.
바람만 불어도 바르르 떨리는 이 슬픈 나무가, 사실은 성경 역사상 가장 기상천외한 '소유권 분쟁 사건'의 무대 배경이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삼촌에게 속아 20년 동안 무임금 노동을 했던 한 남자가, 이 나무 가지를 꺾어 들고 자신의 정당한 몫을 찾기 위한 치열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바로 야곱과 라반의 가축 소유권 분쟁입니다.
껍질을 벗겨 생명을 잇는 빵이 되다: 은백양의 식용 서사
야곱이 가축의 구유통 앞에 푸른 은백양(포플러) 가지의 껍질을 벗겨 세워둘 때, 그 나뭇가지는 단순한 시각적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고대 근동과 척박한 유목지대에서 은백양(포플러)은 인간과 가축 모두의 굶주림을 달래주던 거친 구황(救荒)의 양식이었습니다.
은백양의 거친 겉껍질을 벗겨내면 드러나는 부드럽고 흰 내피(속껍질)는 전분과 당분이 풍부합니다. 고대 유목민들과 흉년을 맞은 민초들은 이 속껍질을 긁어내 말린 뒤 가루를 내어 곡물가루와 섞어 빵을 구웠고, 국물에 넣어 끈적한 죽을 끓여 허기를 채웠습니다.우리가 예전 먹을 것이 귀할 때 산에 가서 소나무 새순의 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을 먹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비가 오지 않아 풀이 메마를 때, 물가에서 깊은 뿌리로 수분을 머금은 은백양의 어린잎과 부드러운 가지 껍질은 양과 염소의 유일한 생명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포플러 껍질에는 아스피린의 기원이 되는 천연 살리실산 성분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껍질을 우려낸 쓴 물은 고된 노동으로 뼈마디가 쑤시고 염증이 난 목자들의 통증과 열을 가라앉히는 유일한 진통제였습니다.야곱이 벗겨낸 은백양의 흰 속살은, 20년 동안 라반의 양 떼를 치며 뙤약볕과 밤의 추위 속에서 껍질을 씹어 삼키며 주린 배를 채우고 고통을 달래야 했던 노동자의 피눈물 어린 밥상이기도 했습니다.
"야곱의 포플러 가지와 선택교배"
창세기 30장에서 야곱은 외삼촌 라반과 가축 분배 계약을 맺습니다. "앞으로 태어나는 가축 중 아롱진 것, 점 있는 것(얼룩이)만 내 소유로 하겠다"고 선포하죠. 그리고 야곱은 포플러(성경의 은백양류/Livneh), 살구나무, 신풍나무의 푸른 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겨 흰 무늬를 낸 뒤, 가축들이 물을 먹는 개천의 구유통에 세워둡니다. 가축들이 그 나뭇가지를 보며 물을 마시고 교배를 하여 얼룩무늬 가축들이 태어나게 됩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나뭇가지의 흰 무늬를 보여주며 교배시키는 방식은 고대인들의 민간신앙이나 시각적 자극을 통한 태교적 믿음에 가깝습니다. 현대 유전학으로 볼 때 가축의 털색은 단일 유전자가 아닌 여러 복합 유전자의 조합으로 결정되므로, 단지 껍질 벗긴 나뭇가지를 세워둔다고해서 얼룩무늬 가축이 태어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야곱의 행동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무대 뒤에서 작동한 또 하나의 현실적인 지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야곱은 가축이 교배할 때 "튼튼하고 실한 양이 교배할 때에만 가지를 두고, 약한 양이 교배할 때는 두지 않았다"(창 30:41~42)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야곱은 당시 축산학에서 사용하는 선택교배의 원리를 본능적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우수한 형질을 가진 건강한 개체들만을 엄격히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교배시킴으로써, 자신이 가져갈 몫의 가축 집단 전체를 튼튼하게 번식시키는 정교한 전략을 펼친 셈입니다.
"당신의 몫을 빼앗겼다고 억울해하십니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라반'을 만납니다. 뼈 빠지게 일한 대가를 가로채는 직장 상사, 동업자를 만납니다.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세상의 불공평한 룰 때문에 내 몫을 빼앗겼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왜 내 지분은 이것뿐인가?", "왜 내 소유는 늘 바람 부는 포플러처럼 초라하게 흔들리는가?"라며 억울함에 밤잠을 설치고 세상과 이웃을 향해 날 선 소유권 분쟁의 소송을 제기하곤 합니다. 야곱 역시 자신의 20년 세월을 보상받기 위해 나뭇가지를 깎고 실한 양을 골라내며 온갖 인간적인 수단과 노력을 다 동원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속에서 마침표를 찍다"
그러나 야곱은 훗날 이 모든 몫을 쟁취한 진짜 비결을 깨닫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이같이 너희 아버지의 가축을 빼앗아 내게 주셨느니라"(창 31:9).
얼룩무늬 양들이 태어나고 자신의 삶이 채워진 것은 자신의 얕은 꾀나 나뭇가지의 효능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밤낮 일하며 억울한 눈물을 흘리던 그의 고통을 하늘에서 지켜보시며, 계약을 이행하지 않던 라반의 손에서 야곱의 삶을 친히 돌보신 하나님의 주권적인 개입과 섭리 덕분이었습니다.
포플러의 한 종인 은백양의 학명은 포풀루스 알바(Populus alba)로, 순백의 빛을 품은 나무라는 뜻을 지닙니다. 은백양의 잎자루는 얇고 납작하여 미풍에도 쉽게 뒤집히는데, 그때마다 잎 뒷면의 은빛 솜털이 바람결에 하얗게 번뜩이며 흔들립니다. 제아무리 버티려 해도 바람이 불면 자신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며 요동칠 수밖에 없는 운명, 그것이 바로 소유에 집착하며 불안해하는 우리의 영혼과 닮아 있습니다.
고흐가 캔버스 위에 포플러의 요동치는 잎새들을 그리며 그 불안 속에서 예술적 구원을 갈구했듯, 우리 역시 세상의 소유를 흔들어 대며 영혼의 갈증을 채우려 하지만 흔들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은백양의 잎이 아무리 바람을 견디려 해도 결국 뒤집히듯, 우리도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그 흔들림을 멈출 수 없습니다. 내 힘과 계산으로 지분을 증명하려는 불안한 물음표(?)의 삶을 내려놓으십시오. 야곱의 삶을 정교하게 인도하셨듯, 이미 내 모든 필요를 알고 채우시는 그분의 완벽한 손길을 신뢰하는 단단한 마침표(!)의 인생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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