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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2037 제1권: 발렌시아의 인장
2-4장: 사도 문의 8인
일시: 1357년 여름
장소: 발렌시아 대성당 사도 문(Puerta de los Apóstoles) 앞 계단
1357년 여름.
투리아(Turia) 강은 더 이상 강처럼 보이지 않았다. 강바닥에는 갈라진 진흙 틈만 남았고, 관개용 수로인 아세키아(Acequia)의 좁은 돌벽에는 하얗게 말라붙은 소금기만 피어올랐다. 올리브나무 잎은 축 늘어졌고, 밀밭은 누렇게 변한 채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줄기를 비벼대며 서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하늘이 닫힌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웃의 얼굴이 변한다는 뜻이었다. 지난 겨울까지 같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같은 축제에서 포도주 잔을 부딪치던 사람들이 이제는 밤마다 수문 근처에 숨어 낫과 몽둥이를 쥔 채 서로를 감시했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 바위에서 물을 내시는 모세]
누군가는 말했다.
"물은 하느님의 것이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하느님은 우리 밭에는 보내지 않는가?"
정오. 미구엘레테(Miguelete) 종탑의 청동 종이 세 번 울렸다.
"당…… 당…… 당……"
발렌시아 대성당 사도 문 앞. 검은 면 삼베 옷(Blusa)을 입은 여덟 명의 남자가 계단 위로 올라왔다. 그들은 왕궁에서 파견된 관리도, 성직자의 법정에서 온 법관도 아니었다. 그들은 투리아 강의 피를 나누어 가진 여덟 개 관개 공동체가 직접 뽑은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은 평생 흙과 물길 사이에서 살아온 농부들이었다.
베나헤르-파타나르(Benàger-Fatanar).
토르모스(Tormos).
메스타야(Mestalla).
라스카냐(Rascanya).
쿠아트(Cuart).
미슬라타(Mislata).
로베야(Rovella).
파바라(Favara).
그들의 손에는 법전도, 판결문도 없었다. 손톱 밑에는 검은 흙이 박혀 있었고, 얼굴에는 수십 년 동안 매서운 태양 아래 대지를 일구며 새겨진 깊은 주름이 남겨져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오래된 법은 종이에 적힌 글자가 아니었다.
'물이 어디에서 막혔고, 어느 밭에서 먼저 말랐는가.'
그것이 이 땅의 유일한 법이었다.
"베나헤르-파타나르!"
소환 집행관의 호명 소리가 뜨거운 성당 외벽을 맞고 튕겨 나갔다. 한 젊은 농부가 울타리 안으로 뛰어나왔다. 그의 셔츠는 찢어져 있었고, 손등에는 어젯밤 다퉈 굳어버린 핏자국이 선명했다.
"어젯밤입니다." 그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달이 구름 뒤로 숨은 시간, 미슬라타 쪽 사람이 우리 수문의 쇠빗장을 풀었습니다."
군중 사이에서 거친 욕설이 터졌다.
"거짓말!" 끌려 나온 중년 남자가 울부짖었다. "우리 가족이 굶어 죽게 생겼는데 물 한 줄기 얻으려고 간 것이 죄냐?"
젊은 농부가 달려들 듯 외쳤다. "네가 가져간 것은 물 한 줄기가 아니다! 네가 막은 것은 우리 아이들의 밀밭이야!"
중년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너희는 위쪽에서 먼저 물을 가져갔다. 너희 수문지기가 우리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새벽 전에 물길을 돌렸잖아!"
"수문 옆 진흙에 네 발자국이 남았다!"
"너희 밭은 아직 흙이 젖어 있잖아!"
순간 8대 운하 주변에서 몰려든 수백 명의 주민들이 동요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낫을 쥐어잡으며 욕설을 뱉었다. 하지만 미슬라타의 사내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 내가 갔다." 그가 낮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훔친 것은 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내 막내가 어젯밤 물을 달라고 울었다. 나는 아버지였다."
팽팽한 정적. 8인의 재판관 중 중심에 앉은 늙은 의장이 사내를 차분히 바라보았다.
"네 밭이 죽었다고 해서 남의 밭을 죽일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곧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재판관님. 물이 없는 땅에서 규칙을 지키다 다 같이 죽어간 사람과, 규칙을 깨고 내 아이를 하루 더 살려낸 사람 중... 대체 누가 죄인입니까?"
그 질문에 사도 문 앞의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뜨거운 햇빛을 받아 노랗게 바랜 대성당의 돌벽만이 서늘한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의장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물의 순서는 모두의 것이다."
그는 좌우에 앉은 여덟 재판관의 눈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피고가 속한 미슬라타의 재판관과 원고가 속한 베나헤르-파타나르의 재판관은 엄정한 침묵 속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판단하는 것은 한 사람이 아니다." 의장이 묵직하게 말을 이었다. "내일 밤 또 다른 사람이 살기 위해 수문을 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판결은 서류에 기록되지도, 길지도 않았다.
"미슬라타."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네가 밤중에 빗장을 열었다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너를 굶주림 때문에 물을 찾은 도둑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군중이 술렁였다.
"다만 네가 깬 것은 철빗장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피와 굶주림 속에서 지켜온 약속이다."
의장이 집행관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명했다.
"부서진 빗장은 다시 고치고, 물길이 끊겨 피해를 입은 베나헤르-파타나르의 밭에는 다음 순번의 물 일부를 먼저 배정한다. 그리고..."
의장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미슬라타 공동체는 그 집의 곡식이 떨어지는 날까지 공동 창고의 밀 일부를 내어주라. 그러나... 다시 밤에 홀로 수문을 여는 자가 있다면, 그때는 그 사람의 밭으로 향하는 모든 수문을 완벽히 봉쇄하고 공동체의 물길에서 영원히 끊어낼 것이다."
판결이 끝나자 사내는 바닥에 엎드린 채 어깨를 떨었다. 죄인으로 끌려왔으나 목숨을 건졌고, 물을 잃었으나 아이들을 살릴 최소한의 곡식을 얻었다.
항소도, 서면 기록도 없는 구두의 판결. 그것은 법학의 정교함이 아닌, 파멸의 문턱에 선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어버린 마지막 생존의 선이었다.
"다음! 토르모스! 라스카냐!"
집행관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타들어가는 여름 하늘을 갈랐다.
그날 사도 문 앞에서 울린 것은 단순한 판결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물 한 줄기를 두고 싸우면서도, 결국 같은 땅 위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인간들의 오래된 약속이었다.
수백 년 뒤, 세바스티안이 대성당 지하 관개망에서 듣게 될 것은 바로 그 약속이 남긴 가장 오래된 진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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