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의 식탁 - 샐러드, 치아바타빵

성경 난제 : 사무엘하 15장 7절 — 4년인가, 40년인가?

사무엘하 15장 7절에는 흥미로운 숫자 차이가 있습니다.

개역개정은 “사 년 만에”​라고 번역하지만, 킹제임스성경(KJV) 등 일부 번역본은 “사십 년 뒤에”​라고 번역합니다.

실제 성경 본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더욱 분명합니다.

개역개정 — 사무엘하 15:7
“사 년 만에 압살롬이 왕께 고하되 내가 여호와께 서원한 것이 있사오니 청컨대 나로 헤브론에 가서 그 서원을 이루게 하소서”

킹제임스성경(KJV) — 2 Samuel 15:7
“And it came to pass after forty years, that Absalom said unto the king, I pray thee, I will pay my vow, which I have vowed unto the LORD, in Hebron.”

한쪽은 4년, 다른 한쪽은 40년​입니다.


[렘브란트 - 압살롬의 귀환(The Return of Absalom)]

이 차이는 단순히 번역자가 숫자를 다르게 옮긴 것이 아니라, 고대 성경 본문 전승에서 실제로 4년과 40년이라는 서로 다른 읽기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현존하는 마소라 본문(MT)의 히브리어는 אַרְבָּעִים(아르바임), ‘40’​으로 되어 있습니다. 반면 시리아어 페시타와 라틴어 불가타의 많은 사본 전통, 그리고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는 ‘4’​에 해당하는 읽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칠십인역(LXX) 역시 일부 사본 전통에서 4년을 지지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원래 본문에 가까울까요?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사무엘하의 문맥을 보면 압살롬은 다윗이 헤브론에서 왕이 된 이후 태어난 아들입니다. 그런데 다윗의 전체 통치 기간은 약 40년이었습니다. 따라서 압살롬의 반역 직전에 “40년”이라는 기간을 그대로 적용하면 상당한 연대상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반면 14장을 보면 압살롬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뒤 2년 동안 왕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삼하 14:28), 이후 다윗과 화해한 다음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훔치는 행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15장에서 헤브론으로 가 반역을 시작합니다.

이 흐름에 4년을 넣으면 이야기가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그래서 현대의 많은 성경 번역과 본문 비평에서는 ‘40년’보다 ‘4년’을 원래 읽기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합니다. NET 성경의 본문 주석 역시 마소라 본문의 40년을 필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고대 역본들의 4년을 지지하는 읽기로 제시합니다.

물론 마소라 본문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전통에서는 ‘40년’을 유지해 왔습니다. 실제로 KJV, NKJV 등은 마소라 본문의 40년을 따릅니다. 과거의 주석가들은 이 40년을 이스라엘의 왕정 시작이나 다윗의 기름 부음 등 여러 시점에서 계산하려는 설명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본문 자체가 그 40년의 출발점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가장 간결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히브리 마소라 본문에는 ‘40년’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고대의 여러 본문 증거와 사무엘하의 연대적 문맥을 종합하면 ‘4년’이 원래의 읽기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번역본마다 숫자가 다르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 본문이 오늘 우리에게 전달되기까지 수많은 필사자들의 손을 거쳐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아주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숫자 하나, 딱 한 글자의 차이가 압살롬의 반역 시점을 4년에서 40년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 하나 때문에 우리는 다시 고대 사본과 역본, 그리고 성경 본문의 전승 과정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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