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자라의 끈질긴 생명력
2026년 9월 14일, 날씨 맑음
요즘 날씨가 갑자기 제법 쌀쌀해졌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자라는 겨울에 어떻게 지낼까?
요즘엔 한강이나 탄천이 꽁꽁 얼어붙는 일이 드물지만, 그래도 얼음이 얼면 자라는 어디서 겨울을 보낼까 싶었다. 찾아보니 자라는 동면을 하는 동물이었다. 거북이나 개구리처럼 겨울 동안 활동을 줄이고 겨울을 난다. 그런데 자라의 동면 방식을 더 찾아보다가 꽤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 보통 겨울잠을 잔다고 하면 땅속 굴이나 비교적 따뜻한 은신처를 찾을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라는 달랐다. 차가운 물속 바닥의 진흙과 뻘 속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고 겨울을 난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자라는 폐로 숨을 쉬는 파충류인데, 수면이 얼어붙어 공기를 마실 수 없다면 대체 어떻게 물속에서 겨울을 날까? 바로 여기서 자라의 놀라운 생존 능력이 드러난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자라에 대한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라는 겨울 동안 대사를 극도로 낮추고, 물속에서도 피부와 구강·인두의 모세혈관을 통해 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흡수한다. 인두 안쪽에 혈관이 풍부하게 발달해 있어 물속 산소를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겨울 동안 꼭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어 공기를 마실 필요가 없는 셈이다.
더 기막힌 능력도 있다. 물속에서 오래 지내며 생기는 질소 노폐물인 요소를 입안 점막을 통해 물속으로 직접 배출한다.
물이 너무 차갑고 산소가 바닥나는 극한의 상황이 오면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무산소 대사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이때 몸속에 젖산이 쌓여 산성화될 위험이 생긴다. 자라는 자신의 뼈와 등딱지에 든 칼슘과 탄산염을 녹여내 이 산성화를 중화한다. 말 그대로 뼈를 깎아가며 제 몸을 갈아 넣어 겨울을 버티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고, 산소가 부족한 물속에서 버티고, 대사를 바닥까지 낮춘다. 노폐물은 입으로 뿜어내고, 몸이 산성화되면 뼈와 등딱지의 무기질까지 꺼내 균형을 맞춘다. 참 대단하다.
탄천에서 마주치는 자라는 늘 느긋했다. 볕이 좋으면 돌 위에 올라가 일광욕이나 하고, 배고프면 돌 밑을 뒤적거리며 먹이를 찾았다. 잉어와 먹이가 겹치면 나름 치열하게 경쟁도 하지만, 그 모습이 한가로워 보여 '탄천의 한량'이라 불렀다.
그런데 겨울이 오면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얼음장 같은 물밑, 두꺼운 뻘 속에 몸을 파묻고 극한의 생존을 이어간다. 평소의 그 느긋함 뒤에 이런 지독한 능력이 숨어 있었을 줄이야.
계속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겨울엔 보지 못한다 생각하니 벌써 아쉽다. 자라가 보이지 않는 겨울에도 이 기록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일단 닿는 데까지 써보고, 그건 그때 가서 부딪쳐 봐야겠다.
탄천에서는 한량처럼 살지만, 겨울이 오면 생존의 달인이 되는 녀석. 내가 자라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유유자적한 그 게으름의 이면에는, 상상조차 힘든 끈질긴 생명력이 숨 쉬고 있었다.
[탄천의 자라 영상] => https://www.youtube.com/shorts/rAMEguHB6T8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