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자라는 뭘 먹을까?
[2026.08.28 자라의 먹는 모습, 날씨 흐림]
자라의 모습을 여러 차례 카메라에 담아왔지만, 녀석이 직접 무언가를 먹는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기란 어려웠다. 현재까지는 이 동영상이 유일하다. 이전 일기에서 자라의 앞발을 '손'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사실 내가 처음 그렇게 생각한 것도 바로 이 영상을 보고 나서였다. 영상 45초 전후를 보면 자라가 앞발로 제법 묵직한 돌 하나를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자라는 도대체 뭘 먹고 있는 걸까. 돌을 들어 올린 뒤 그 아래로 머리를 깊숙이 집어넣어 뭔가를 열심히 먹는다. 그러다가 돌 표면에도 몇 번씩 입을 가져다 댄다. 이끼를 뜯어 먹는 걸까, 아니면 이끼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생물들을 핥아 올리는 걸까.
궁금해서 자라가 뭘 먹는지 찾아봤다. 그저 온순하게 생겨서 이끼나 뜯어 먹고 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육식 성향이 강한 잡식성이라고 한다. 곤충이나 패각류, 작은 물고기 등을 사냥해 먹는 녀석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영상 속 자라는 왜 돌을 번쩍 들어 올리고 돌 표면에 계속 입을 대고 있었을까. 여기서부터는 내 추측이다. 하천 바닥의 돌 밑이나 돌 틈은 작은 수생생물들이 숨어 있기 좋은 은신처다. 하루살이나 날도래 같은 수생곤충의 유충도 있을 테고, 작은 갑각류나 패류, 아주 작은 물고기도 그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자라 입장에서는 돌 하나가 그냥 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뭐가 숨어 있나?' 앞발로 돌을 덜컥 들춰보고, 머리를 틈새 깊숙이 밀어 넣어보고, 돌 표면에도 꼼꼼히 입을 대어본다. 영상 속 자라는 영락없이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특히 앞발로 돌을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이 참 흥미롭다. 사람으로 치면 바닥에 납작하게 붙은 돌을 하나씩 뒤집어 보며 "여기 있나? 없네. 그럼 이쪽은?" 하고 찾아다니는 손짓 같다.
물론 영상만 보고 그 자라가 정확히 무엇을 삼켰는지는 알 길이 없다. 돌 밑에서 튀어나온 작은 수생곤충이었을 수도 있고, 갑각류나 패류, 아주 작은 물고기였을 수도 있다. 어쩌면 돌 표면의 이끼와 그곳에 붙어 있던 미세한 생물들을 함께 훑어 먹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꽤 분명하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그저 돌 밑의 풀이나 뜯어 먹고 살던 녀석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라는 생각보다 훨씬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먹이를 찾아다닌다.
그동안 탄천의 자라를 보면서 나는 이 녀석을 '탄천의 한량'이라고 불렀다. 날씨 좋으면 햇볕이나 쬐고, 돌 밑이나 뒤적거리며 조금씩 주워 먹고, 다른 동물들과 별로 부딪치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영상을 다시 보니, 한량도 밥 먹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돌 하나를 번쩍 들어 올리는 저 작은 손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량에게도 먹고사는 문제는 결코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탄천 자라가 먹이 먹는 모습] => https://youtube.com/shorts/Tuw6Nk3K1to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