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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까치
2026년 9월 21일, 날씨 맑음
오늘도 언제나처럼 점심을 후다닥 먹고 탄천에 자라를 보러 갔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일광욕을 하는 자라를 두 마리나 봤다. 그리고 빠른 물속에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돌을 들춰가며 먹이를 찾는 자라도 보았다.
한 달 정도 자라를 관찰하다 보니 이제 이런 모습은 거의 일상이 되어 새롭지가 않다. 잉어도 많이 보이지만 역시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오늘은 자라의 암수 구분 이야기나 써 볼까 하면서 돌아서서 오는데, 오늘의 주인공(Star of the day)이 갑자기 바뀌었다.
돌아오는 길에 까치 한 마리를 만났는데 뭔가 머리가 좀 이상하다.
딱 보니 대머리 까치(bald magpie)다.
아니, 대머리 까치라니…… 참 신기하다.
이 녀석이 더 신기한 것은 보통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슬슬 피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내 쪽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내가 좋은가 보다.
가까이도 오고 포즈도 잘 취해준다.
얘는 빵빵한 두꺼비와는 다르게 좀 연예인 기질이 있다.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줌을 당겨 더 확대해 보았다.
머리에 특별한 상처 같은 것은 없는데 머리만 홀라당 까진 대머리다.
몸통의 색깔도, 검푸른 날개의 색깔도 반짝거리는 것이 선명하다.
배 쪽의 흰 털도 색깔이 선명한 게 아파 보이지는 않는다.
배 쪽의 흰 털도 색깔이 선명한 게 아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녀석을 찍은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힘껏 벌려 정수리 쪽을 확대해 보니, 웬걸.
맨살인 줄 알았던 까만 피부 위로 하얗고 뾰족뾰족한 돌기들이 빽빽하게 돋아나 있었다.
알고 보니 이것은 상처가 아니었다.
새로 자라고 있는 깃털이었다. 아직 깃털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아 하얗고 뾰족한 막대기처럼 보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단단한 껍질 같은 것에 싸여 있다가 자라면서 껍질이 벗겨지고, 그 안에서 새로운 깃털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새들이 묵은 깃털을 갈아입는 과정을 털갈이, 영어로는 몰트(molt)라고 한다.
새에게 깃털은 단순한 털이 아니다. 날아야 하고 체온도 유지해야 하니 계속 새것으로 바꿔줘야 한다.
그래서 털갈이를 할 때는 한꺼번에 모든 깃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깃털들을 차례로 갈아입는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이렇게 머리가 휑하게 보이는 녀석도 있는 모양이다.
이제까지 많은 까치를 보아왔지만 머리가 홀라당 벗겨진 까치는 태어나 처음 본다.
사람 눈에는 영락없이 우스꽝스러운 대머리로 보였지만, 녀석에게는 그저 새로운 깃털이 자라고 있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흉하고 안쓰러운 빈자리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빈자리는 새로운 깃털이 자라나는 자리였다.
오늘도 탄천에 자라를 보러 갔다가 엉뚱하게 대머리 까치와 마주쳤다.
사실 까치의 깃털은 때가 되면 조금씩, 끊임없이 바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눈치채지 못하다가, 대머리라는 극적인 모습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을 뿐이다.
새로운 깃털이 자라려면 묵은 깃털이 빠져야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무엇을 비워내고 있는지, 또 비워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우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혹시 나는 아무것도 비워내지 않고 채우려고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본 대머리 까치의 검푸른 날개는 여전히 반짝이고, 머리에서는 낡은 깃털을 털어내며 새로운 깃털이 올라오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칠 뻔한 탄천 길가에서 작은 까치 한 마리가 내가 몰랐던 한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내일부터 당분간은 자라보다 이 대머리 까치의 머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할 것 같다.
대머리 까치 영상 => https://www.youtube.com/shorts/DILAcThdiow
다이빙하는 자라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E0sTWJ8yohA
대머리 까치 영상 => https://www.youtube.com/shorts/DILAcThdiow
다이빙하는 자라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E0sTWJ8yo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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