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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의 식탁 : 늙은 호박
지난번 벌초 때 고향 문경에서 형님께서 농사지은 늙은 호박을 5개나 가져왔다. 형님께서 원하는 만큼 가져가라고 해서 광에 가보니 많이 있었다. 너무 많이 가져가면 처치 곤란이라 적당히 차에 실을 정도로만 가져왔다.
올리비아나 나나 호박 요리를 좋아하기에 반가워할 줄 알고 가져왔는데, 왜 이렇게 많이 가져왔냐고 핀잔부터 준다. 아, 이런...
늙은 호박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호박국, 호박죽, 호박전, 호박떡, 호박된장국 등등 해 먹을 것도 많고 맛도 참 좋아서 내가 매우 좋아한다. 마트에서 사 먹으려고 하면 큰 것은 15,000~20,000원이나 하기에 선뜻 사게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가져온 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6~7만 원은 될 것 같다.
올리비아도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이 겁이 나는가 보다. 동창들 텃밭 행사할 때 호박죽이나 호박국을 해서 먹이려면 큰 호박 2개 정도는 필요한데, 예전에는 잘도 하더니 지금은 그렇게 할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늙은 호박 손질은 언제나 내 몫이다. 아주 단단한 늙은 호박, 특히 울퉁불퉁한 표면의 늙은 호박은 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젊을 때부터 가을 추석쯤 고향에 가면 본가나 처가에서 늙은 호박을 늘 가져가라고 해서 호박은 많이 먹어 봤고, 그 손질은 신혼 때부터 내 몫이었다. 적당히 토막 내어 쟁반에 두면 올리비아가 알아서 요리를 해 준다.
그런데 이번에 손질한 것은 제일 큰 것이라 양이 꽤 된다. 호박이 크고 단단한 것이 마음에 들어 씨도 따로 받아 두었다. 내년에 텃밭에다 좀 심어 보려고 한다.
호박전도 해 먹고 호박국도 한번 끓여 먹었지만 아직 많이 남았다. 큰 토막인 채로 그냥 두면 금방 상해 버린다. 그래서 좀 말려야 하지 않겠냐며 적당히 잘라 보라고 하니 저렇게 잘게 토막토막을 내 버렸다(좌하). 아니, 저렇게 토막을 내면 어떻게 뒤집으려고...
결국 내가 하겠다고 나서서 길쭉길쭉하게 잘라 쟁반에 받친 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말려 두었다. 다행히 때를 놓치지 않아 대부분 상하지 않고 잘 마르는 중이다.
예전에 늙은 호박을 너무 오래 보관하다 아깝게 통째로 버린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부지런히 소진해야겠다. 호박국이 먹고 싶다고 자주 졸라서 버리는 것이 없도록 해야겠다. 무엇보다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다. 돈을 주고 산 것은 아니지만 시골에서 형님께서 손수 정성을 다해 키우신 건데, 최소한 관리를 못 해 버리는 일은 없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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