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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실새삼
[식물 정보] 새삼/실새삼
분류: 메꽃과 / 한해살이풀(기생식물)
특징: 실 모양의 노란빛 또는 황적색 줄기가 다른 식물에 기생하여 양분을 흡수하며 자라며, 잎은 비늘 모양으로 퇴화되어 있다. 씨앗은 한방에서 토사자(兎絲子)라 불린다.
개화 및 결실: 8월 ~ 9월
꽃말: 감사
농사를 지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밭에서 가장 귀찮은 골칫거리를 꼽으라면 환삼덩굴과 새삼 또는 실새삼이 아닐까 합니다. 이 제목을 보시는 것만으로도 지긋지긋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꽃말이 '감사'라고 하니 더더욱 이게 맞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익해 보이고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는 생명을 하나님께서는 왜 만드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실새삼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적응하는 법, 특히 때가 되면 과감히 자신의 뿌리마저 잘라버리는 그 모습에서 무언가를 배우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끊어낼 것은 과감히 끊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때가 되면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이런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결혼한 자녀와 부모 세대가 서로 확실한 선을 긋지 못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결혼 후에는 확실하게 하겠다고 수시로 이야기합니다. 절대 오라 가라 하지 않을 것이고, 경제적인 지원도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실새삼이 숙주에 의존해 살아갈 준비가 되면 과감히 자신의 뿌리를 잘라내는 것처럼, 자녀도 결혼한 뒤에는 부모가 아니라 자신의 가정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텃밭을 가꾸는 어떤 분의 브런치 글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실새삼의 입장에서 보니 조금 억울하다 싶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답글을 달았습니다. 그대로 옮겨 봅니다.
***
감동이 있는 글. 감사합니다. 실새삼은 볼수록 신기한 기생식물이지요.
저는 실새삼의 입장에서 반론을 좀 해 보겠습니다.
[반론] 황금빛 실새삼의 억울한 고백
정원사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정원을 돌보는 당신의 그 깊은 성찰에는 감탄했지만, '누군가의 고혈을 빠는 탐욕스러운 기생충'으로 묘사된 제 처지를 보니 조용히 말을 건네지 않을 수 없네요.
사람들은 저를 잎도 뿌리도 없는 잡초라며 손가락질하지만, 사실 저는 ‘가장 완벽한 미니멀리스트’입니다.
거대한 뿌리로 땅을 독점하지도, 넓은 잎으로 햇빛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그저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황금빛 줄기 하나로 세상과 만납니다.
땅에서 눈을 뜨자마자 제 모든 운명을 던져 숙주를 찾고, 미련 없이 임시 뿌리를 끊어내는 치열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어진 생을 내달리는 추진력은 이 세상 어떤 식물보다 뜨겁습니다.
무엇보다 황금빛 줄기 사이로 퐁퐁 터져 나오는 순백의 작은 종 모양 꽃들을 보셨나요? 마치 초록 잎 위에 섬세한 백색 레이스를 얹어놓은 듯, 저 역시 나름의 눈부신 반전을 준비하며 살아갑니다.
숙주를 괴롭히려는 악의는 없습니다. 그저 살기 위한 본능의 속도가 가끔 비극을 만들 뿐이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모은 생명의 정수를 단단한 씨앗에 담아, 한방에서 간과 신장을 보하고 기력을 돋우는 귀한 약재 ‘토사자’로 남겨 세상에 이롭게 쓰입니다.
정원사여, 정해진 화단 밖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제 삶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에 저를 떼어내실 때, 너무 미워만 하지 말아주세요.
"너도 그 가느다란 몸으로 참 치열하게 살았고, 눈부시게 예쁜 꽃을 피웠구나."
그렇게 나지막이 기억해 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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