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 배추농사는 어려워2

오늘도 꽃과 만난다 : 무궁화

무궁화

[20190719 ~ 20 판교동 
위 : 19일 아침,밤, 20일 아침 / 아래 : 19일 밤, 20일 새벽, 20일 아침]

[식물 정보] 무궁화(Rose of Sharon) 

분류: 아욱과 / 낙엽 활엽 관목(떨기나무) 

특징: 은은한 분홍빛부터 붉은색, 보라색, 백색까지 다채로운 꽃 색상과 홑꽃, 겹꽃 등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며 매일 새로운 꽃이 피어나는 생명력을 지녔다. 

개화 및 결실: 7월 ~ 10월 

꽃말: 일신(日新), 근면,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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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는 놀랍게도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무려 약 100일 동안 꽃을 피운다. 그런데 커다란 꽃의 모습과는 달리 개별 꽃의 수명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지고, 다음 날이면 새로운 꽃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위 사진은 무궁화꽃이 하루동안 피고 지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사진을 찍다 보면 그 큰 꽃이 오래도록 피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찾아가 보면 어제의 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다. 처음에는 조금 허무하기까지 하다. 알고 보면 무궁화는 그 커다란 꽃을 매일 새롭게 피워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 꽃을 피워내는 생명의 경외감을 마주하게 된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있을 때, 사무실 근처의 작은 텃밭인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곳곳에서 무궁화가 흔하게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처음에는 한인 교포들이 고국을 그리며 심어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

유럽에서는 무궁화(학명: Hibiscus syriacus)를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 또는 정원용 하이비스커스로 부르며 관상용 낙엽 관목으로 즐겨 심는다. 특히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문화에서는 여름철에 화려한 꽃을 오래 피우고 추위와 공해에도 비교적 강한 특성 덕분에 정원 울타리나 조경수로 널리 사랑받는다. 한국을 떠나 멀리 독일의 작은 정원에서 만난 무궁화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었던 이유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정서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꽃에는 묘한 역설이 있다. 화려하게 피어나는 커다란 꽃송이는 오늘 피어나 내일이면 사라진다. 그런데 바로 그 짧은 생이 매일 반복되면서 100일이라는 긴 시간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꽃으로 보면 단 하루의 영화지만, 무궁화라는 나무 전체로 보면 매일 새로운 꽃이 피어나며 계절을 이어간다. 하루의 덧없음이 모여 긴 생명이 되는 것이다.

어릴 때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교정에 피어 있던 무궁화를 보며, 우리 겨레의 끈질김을 상징하는 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이름 그대로 오래도록 피어 있는 꽃이라고도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커다란 꽃이니 당연히 한 번 피면 오래 갈 것이라고 여겼고, 봄이면 짧게 피고 지는 벚꽃과 달리 무궁화는 여름 내내 오래 피어 있는 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보기 좋게 기대를 허물어 버린다.

꽃 하나의 수명은 고작 하루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조금 실망스럽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오히려 그 사실이 더 깊은 묵상을 하게 한다. 하나의 꽃으로는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하면서도, 다음 날이면 또 다른 꽃이 피어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보내며 마침내 한 계절을 살아낸다.

나이가 들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이 모습이 예전과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나 역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지 않다. 지나간 하루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오늘의 나도 내일이면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을 대충 살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시 오지 않을 하루이기에 오늘 피어날 수 있는 꽃을 온 힘을 다해 피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무궁화는 하루살이처럼 덧없이 피어나면서도 계절 전체를 살아낸다. 어느 한가지 특성만으로 이 꽃을 논할 수는 없다. 짧은 생과 끈질긴 생명력, 덧없음과 지속성이 한 송이의 꽃 안에 함께 들어 있다.

오늘 피어나서 내일이면 다시는 보지 못할 무궁화꽃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묻는 것 같다.

너는 오늘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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