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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생이(거북이)의 기상천외한 겨울나기
자라의 생존 방식을 찾다 보니, 우리 토종 거북이인 남생이 역시 동면을 하는 동물일 뿐만 아니라 그 겨울나기 방식이 자라 못지않게 놀랍고 특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생이도 자라처럼 겨울이 오면 물속 바닥이나 진흙 속, 혹은 물가의 축축한 땅속 틈새에 몸을 묻고 기나긴 겨울을 보냅니다.
얼음이 얼어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 수 없는 것은 거북이도 마찬가지인데, 남생이는 도대체 어떻게 숨을 쉬며 버텨내는 것일까요?
여기서 거북이만의 기상천외한 능력이 나타납니다.
남생이를 비롯한 일부 민물거북류는 총배설강 안쪽의 혈관이 풍부한 조직을 이용해 물속에서 산소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총배설강은 배설과 생식에 관여하는 기관인데, 그 안쪽의 혈관이 풍부한 조직을 통해 물에 녹아 있는 산소가 혈액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는 대신, 물속에서 몸의 다른 부분을 이용해 산소를 받아들이는 놀라운 방식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물이 차갑고 산소가 부족해질수록 거북은 대사율을 크게 낮추고,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무산소 대사에 의존해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는 젖산이 몸속에 계속 쌓이면서 심한 산성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북은 이 극심한 산성화에 대응하는 놀라운 생리적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간 무산소 상태에 놓인 거북에서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체내에서 증가하고, 이들이 젖산과 결합하면서 산성화를 완충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거북의 단단한 갑각은 이런 산-염기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완충 자원으로 작용합니다.
말하자면 거북은 자신의 단단한 갑옷까지 이용해 혹독한 겨울을 버티는 셈입니다.
호흡과 대사를 극도로 낮추고, 물속에서 산소를 받아들이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무산소 대사로 버티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산성화까지 몸속의 무기질을 이용해 견뎌냅니다.
평소 볕 좋은 날이면 바위 위에 올라 배를 깔고 온종일 멍하니 해바라기를 하던 느긋한 남생이의 모습 뒤에, 이런 놀랍도록 치밀한 생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가죽질의 부드러운 등을 가진 자라가 인두와 입으로 겨울을 견뎌낸다면, 단단한 뼈 갑옷을 두른 남생이는 총배설강과 거대한 갑각을 방패 삼아 혹독한 계절을 건너갑니다.
물속의 느림보들이 품고 있는 이 경이로운 생명력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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