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워 27일, 날씨 맑음
주로 수서역 근처 탄천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전혀 보지 못했던 녀석들인데, 오늘 물속에서 이런 낯선 물고기를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탄천에 강준치가 산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서울공항 근처 물가의 작은 다리를 건너다 뜻밖의 광경을 만났다.
스쳐 지나가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묵직하고 둥글넓적한 잉어들 틈바구니에서, 잉어의 체장을 훌쩍 뛰어넘는 길쭉하고 서늘한 체형의 강준치들이 한 무리를 이루어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은빛 비늘을 번뜩이며 수면 아래를 유유히 지나는 그 유려한 곡선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수십 년 전 1980년대 후반 잠실보 주변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시절 잠실보 근처에는 낚싯바늘 여러 개를 거칠게 채 올리는 훌치기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끼도 없는 빈 바늘을 힘껏 채어 물고기를 낚아채는 방식이었는데, 단 한 번의 챔질에 두세 마리가 동시에 걸려 올라오는 진풍경도 흔했다.
물속에 도대체 물고기가 얼마나 많길래 빈 바늘 훌치기만으로 두세 마리씩 걸려 나오는 걸까.
어린 마음에 참 신기해하며 그 장면을 바라보곤 했다.
그때 공중으로 솟구치던 물고기들도 혹시 강준치가 아니었을까 싶어 찾아보니, 강준치보다는 바다와 강을 오가는 숭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그때 보았던 고기들은 지금 눈앞의 강준치보다 한층 더 눈부시고 선명한 은백색을 띠고 있었다.
그 시절 기억 중 유독 선명한 장면이 하나 더 있다.
훌치기 바늘에 걸려 물 밖으로 거칠게 딸려 올라오는 물고기를 낚아채려던 갈매기 한 마리가 허공에서 낚싯줄에 다리가 칭칭 감겨 물고기와 함께 끌려오던 순간이었다.
가까이에서 퍼덕이던 갈매기의 날개는 양쪽으로 펼쳤을 때 2미터에 달할 정도로 정말 거대했고, 특히 단단하고 억센 부리는 보는 이를 압도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곁에 있던 어른들이 손가락을 물리면 그대로 잘려 나갈 수도 있다고 주의를 주어 감히 다가가지도 못했다.
다행히 누군가의 손에 의해 갈매기는 무사히 풀려났지만, 물속 생명에게나 날짐승에게나, 그리고 사람에게도 무척이나 위태롭고 잔인한 낚시였음을 그때는 미처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
이제는 훌치기가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니, 자연을 위해서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흔히 속담에서 말하는 ‘썩어도 준치’의 그 귀한 준치는 영어로 일리샤(Ilisha) 계열로 불리는 바다 생선이다. 겉보기엔 칼날처럼 번뜩이고 생긴 모양이 비슷해 이름 끝에 같은 준치가 붙었지만, 탄천의 강준치는 그 바다 준치와는 전혀 궤를 달리한다.
잉어과 민물 어종인 강준치는 영어권에서 약탈적인 잉어라는 뜻의 프레더토리 카프(Predatory carp)라 불린다.
그 사나운 영문 이름답게 물속에서는 날카로운 턱으로 다른 물고기를 사냥하는 포식자이지만, 식탁 위에서는 전혀 대접받지 못한다. 잔가시가 무수히 많고 살이 물러 비린내가 심한 탓에, 낚시꾼들은 묵직한 손맛만 즐기고는 곧바로 물속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물속에서는 날렵한 사냥꾼이지만 사람의 식탁에서는 별다른 쓸모를 얻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사람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그 초라한 쓸모 덕분에, 강준치는 탄천 물속에서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채 저토록 당당하고 길게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수면 아래로 은빛 몸이 길게 휘어졌다.
잉어 무리 사이를 빠져나가며 다시 한 번 은빛 비늘이 번쩍였다.
오늘부터 녀석에게 ‘탄천의 은빛 칼날’이라는 별칭을 붙여주기로 했다.
오늘 그 은빛 칼날들이 물결 아래로 천천히 멀어져 갔다.
앞으로 강준치의 그 유려한 유영을 보기 위해서라도 주말 아침에는 당분간 서울공항 근처까지 자전거를 타고 나가야겠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수서까지 갔다 왔는데, 글쎄 늘 가던 그곳에서도 강준치가 보였다.
한 마리만 있었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잽싸게 도망가 버렸다. 결국 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글쎄, 강준치 한 무리를 보고 나니 내가 매일 다니던 곳에서도 강준치 한 마리를 보게 되다니…….
한번 보고 나니까 내 눈이 뜨여서 보게 된 걸까?
아니면 진짜 그동안 못 보던 것을 오늘 처음 발견한 걸까?
참 신기한 하루였다.
오늘 제대로 건졌다!
탄천의 강준치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OxKoU6KlE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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