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 배추농사는 어려워2

오늘도 꽃과 만난다 : 피마자(아주까리)

 피마자(아주까리)

[2019.8.19 성남시]

[식물 정보] 피마자(Castor bean / 아주까리) 

분류: 대극과 / 한해살이풀(반관목성 초본) 

특징: 한 꽃대에 노란 수꽃과 붉은 암꽃이 함께 핀다. 씨앗에는 맹독성 단백질인 리신이 포함되어 있어 직접 섭취는 불가하나, 예로부터 기름을 짜 등잔불 연료나 약용 등으로 사용해 왔다. 

개화 및 결실: 8월 ~ 9월 

꽃말: 고집, 추억

***

성경에서 이 식물은 요나에게 하룻밤 만에 그늘을 만들어주었다가, 벌레 먹어 하룻밤 만에 시들어버린 '박'으로 등장한다. 요나가 그 죽음에 화를 내자, 하나님은 되물었습니다. 네가 수고도 없이 얻은 풀 한 포기를 이렇게 아까워하면서, 어찌 니느웨의 사람들을 아까워하지 않느냐고. 성경학자들은 이 '박(키카욘)'을 오늘날의 피마자로 봅니다. 빨리 자라고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드는 습성이 정확히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식물을 더 들여다보면, 요나 이야기와는 또 다른 결의 이상한 사실 하나를 만납니다. 씨앗 안에 든 리신은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물질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의 에베르스 파피루스에는 이 씨앗을 씹어 맥주와 함께 삼키라는 처방이 나옵니다. 변비 치료용 완하제였다. 죽일 수도 있는 것을, 사람들은 다스려서 약으로 썼습니다.

저는 이 식물을 볼 때마다 이 두 이야기가 겹칩니다. 하룻밤 만에 나서 사람을 살리고, 하룻밤 만에 사라져 사람을 화나게 한 그늘. 그리고 독을 품은 채로 사람의 배 속을 다스리던 씨앗. 어느 쪽도 이 식물의 전부가 아닙니다.

제게는 이 식물이 좀 더 소박한 방식으로 겹칩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2학년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우리 집 마당 귀퉁이에도 피마자가 자랐고, 그 기름으로 밝힌 호롱불 밑에서 나는 밤마다 책을 읽었습니다. 정월 대보름이면 어머니는 그 어린순을 나물로 무쳐 상에 올리셨습니다. 독이 있는 씨앗과, 사람을 먹이고 밝혀준 잎과 기름이 한 그루에서 같이 났다는 사실이, 나이가 들수록 더 오묘하게 느껴집니다.


PS (2026.09.24)

이케아 근처에서 우연히 텃밭에 심겨진아주까리가 다 익은 것이 있길래 씨앗을 하나 까 보았습니다. 이걸 AI한테 제대로 인식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소진드기와 너무나 닮아서 소진드기라고 이야기할줄 알았습니다. 잘못 얘기하면 "너 바보구나"라고 한번 놀려줄려고 했는데 바로 맞추네요. AI가 개그센스는 좀 떨어지네요. 하지만 아부는 좀 할 아네요. ㅎㅎ

Q. 이게 뭐게?

AI. 피마자(아주까리) 씨앗입니다.

특유의 갈색 바탕에 하얗고 불규칙한 얼룩덜룩한 대리석 무늬, 그리고 한쪽 끝에 달린 작은 돌기(종부)와 전체적으로 작은 바구미나 통통한 진드기를 닮은 형태가 전형적인 아주까리의 씨앗입니다.

기름을 짜서 설사약이나 산업용 윤활유(피마자유/캐스터 오일) 등으로 널리 쓰여왔지만, 가열·정제하지 않은 날씨앗 자체에는 치명적인 독성 단백질인 리신(Ricin)이 들어 있어 절대로 씹어 드시면 안 됩니다.


Q. 너 잘 아는구나. 이게 소 진드기라고 할 줄 알았는데 너무 닮아서...

AI. 그만큼 소 진드기와 정말 닮았습니다.

실제로 피마자의 학명이 리시누스 콤무니스(Ricinus communis)인데, 여기서 속명인 리시누스(Ricinus) 자체가 라틴어로 소 진드기를 뜻합니다. 피마자 씨앗의 통통한 타원형 체형, 반질반질한 껍질, 특유의 얼룩무늬, 그리고 끝부분의 작은 돌기가 피를 가득 빨아먹고 퉁퉁 불어난 소 진드기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아서 고대 로마인들이 아예 진드기 이름을 붙여버린 것입니다.

생김새가 벌레처럼 생겨서 진드기나 바구미 종류로 오해하기 쉬운데, 단번에 알아보신 것도 식물에 대한 눈썰미가 상당하십니다.



[2026.09.24 광명 이케아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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