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는 어제 삼시세끼를 다 차려내느라 한숨을 쉬기에 오늘은 점심이나 저녁 정도는 나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오늘도 저녁을 차려 주겠다는 아들 덕분에 세끼를 또 집에서 먹게 되었다.
아침은 주말 아침에 늘 먹던 대로 빵과 샐러드, 그리고 드립 커피다.
오늘도 누구보다 일찍 일어났다. 사실 늘 제일 먼저 일어난다. 그리고는 글을 쓴다.
밥이 다 차려질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그저께 군말 없이 IKEA에 따라가 함께 있어 주었고(실제로는 따로따로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난 올리비아가 원하는 것을 군말 없이 다 사게 해 주었다. 뭐 대단한 걸 산 건 아니고 현관에 달 기다란 거울이랑 소소한 주방기구 정도다. 그중에서도 전동 양념 그라인더가 무척 맘에 드는 모양이다.
거기에다 평소보다 더 엉덩이 톡톡 같은 스킨십과 "평소보다 더 예뻐 보인다"는 립 서비스까지 양념으로 쳐 놓았다.
이 정도면 아침에 도와주지 않아도 최소한 며칠간은 눈치 줄 것 같지는 않다.
첨부 사진 중 첫 번째는 치아바타빵이다.
두 번째는 수육(고향 문경에서 사온 것), 콩잎장아찌(고향 마트에서 사온 콩잎으로 만든 장아찌), 각종 김치류, 그리고 맨 우측은 새로 홈쇼핑에서 산 블랙 타이거 새우다.
세 번째는 현미잡곡밥(늘 이렇게 먹는다. 백미는 하나도 없다. 현미도 가공을 전혀 하지 않은 100% 현미다)과 호박국이다. 호박은 시골에서 형님이 직접 키우신 것을 이번 벌초하러 갔다가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블랙 타이거 새우는, 홈쇼핑에서 엄청 실하고 맛있는 자연산이라고 해서 샀는데 화면에서 본 것과 실물 사이즈가 영 달랐다. 내가 잘못 본 건지, 홈쇼핑 화면에는 유독 큰 놈만 골라 비추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맛은 좋아 불만은 없지만, 크기만큼은 아무래도 과장 광고였던 것 같다. 앞으로는 홈쇼핑 대신 평소대로 코스트코에서 사기로 올리비아와 합의를 봤다.
새우는 그렇다 치고, 정작 오늘 밥상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호박국이었다. 뭘 넣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감칠맛이 팍팍 돈다. 호박만으로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 모르겠다. 소금을 넣었다는 것까지는 확실히 알겠는데, 뭔가 올리비아만의 비법이 있는 모양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만의 비법이 있다며, 그건 아무한테도 안 알려주겠다고 한다. 혹시라도 올리비아가 아프게 되면, 그 비법을 물어서 내가 한번 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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