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의 식탁 - 샐러드, 치아바타빵

Stanley의 유년 시절 : 제목 없음 (홍역 5일차)


1980년4월 12일 토요일, 날씨 비  14

제목  없음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니까 얼굴에 무엇인가 조그마하게 나기 시작했다. 
어머니께서는 홍역이라 하셨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홍역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녁 밥도 조금 밖에 먹지 않았다.
 '내일은 일요일이고 하니까 월요일 까지는 다 낫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월요일에는 학교에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월요일날 학교에 못가고 결석 할까봐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된다.

***

이것은 4월 8일(화)부터 시작된 홍역의 5일 차 기록입니다.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홍역을 앓으면서도 결석하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매일 학교에 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기장 속 침묵이 그 고통을 말해줍니다. 이전까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제목을 붙여 일기를 적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흘간의 공백이 있었고, 간신히 펜을 쥔 이날의 일기에는 늘 붙이던 제목조차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일기를 쓸 엄두조차 내지 못할 만큼 끙끙 앓았던 그 사흘의 시간. 그리고 여전히 힘겨우면서도 오직 '월요일 결석'을 걱정하던 46년 전 소년의 모습에 마음이 참 짠해집니다. 제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그저 토닥토닥해 주고 싶습니다. 무서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보다 월요일에 학교를 빠질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에게는 학교에 빠지는 일이 홍역만큼이나 큰일이었던 모양입니다.
 예방접종이 지금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던 시절이라 아이들이 홍역을 앓는 일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고열과 발진이 함께 나타나는 병이었으니, 얼굴에 이상한 것이 돋아난 것을 보고 어머니께서 "홍역이다"라고 하셨을 때 어린 내가 덜컥 겁을 먹었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6학년 소년의 귀여운 계산과 순수한 현실 인식

1단계 (희망 회로):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푹 쉬면 월요일까지는 싹 낫겠지?" 하며 월요일까지 낫기를 기대합니다.
2단계 (현실 인식):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월요일에는 학교에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합니다.
3단계 (가장 큰 근심, 결석): 그리고 결국 가장 걱정되는 것은 홍역 자체가 아니라 월요일 결석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깁니다.
그때의 저에게는 학교에 빠지는 일이 홍역을 앓는 것보다 더 큰일이었던 모양입니다.

댓글

  1. 학교를 빠지게 되서 얼씨구나 좋다가 아니라 못갈까봐 걱정하는 그 소년에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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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러게요. 학교는 절대 빠지면 안된다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듯. 어쨌던 6학년때는 이 홍역으로 유일하게 개근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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