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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4월 14일 월요일, 날씨 맑음 16
'홍역'
오늘도 역시 어제보다 역시 더해 갈 뿐이었다.
밥도 먹지 못할 지경이었다.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은 다 학교에 가는데
나 혼자 방안에 누워 이불만 덮고 있으니
더 밥맛이 없고 아무것도 먹기 싫었다.
마침 오늘 전에 왔던 손님이 환타도 사오시고 비스켙도 사오셨다.
그러나 조금 밖에 먹지 못했다.
환타는 다 먹었으나 비스켙은 맛이 없어 먹지 못했다.
***
일기에 그동안 며칠간 제목이 없었는데 드디어 제목이 생겼습니다.
이때가 홍역을 한창 심하게 앓고 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없던 제목을 다시 넣은 것을 보니 정신은 말똥말똥했던 모양입니다.
또래들은 다 학교에 갔는데 혼자 방안에 누워 있다는 것이, 아픈 몸보다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입맛을 잃고 누워 있는 아이의 시선에서 보면 하루가 얼마나 더디고 무겁게 흘러갔을지 짐작하게 합니다.
그런데 병문안 온 손님이 누군지 참 궁금합니다. 어린아이가 제일 좋아할 만한 환타와 비스켓까지 사 오셨는데...
이름이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고맙다고 하고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데, 아쉽네요.
환타나 비스켓은 당시 최고의 간식이었습니다. 저도 소풍 갈 때 환타와 김밥을 싸서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 환타와 비스켓은 그냥 과자가 아니라, 귀하고 정성 어린 선물이었습니다.
형님이 제대하고 사 온 과자 종합선물세트를 이틀 만에 다 먹을 정도로 먹는 것에는 환장했던 혈기왕성한 시절이었는데, 그 비스켓이 맛이 없어 먹지 못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만큼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도 일기는 썼습니다.
고열과 싸우며 하루를 견뎌낸 어린 날의 기록이 46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그때의 하루를 다시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짠한 어린 시절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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