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의 식탁 - 샐러드, 치아바타빵

Stanley의 유년 시절 : 머리 (홍역 1일차)


1980년 4월 8일 화요일, 날씨 맑음   11

'머리'
학교에서 네 시간 마치니까 머리가 점점 아팠다. 
그래서 밥도 다 먹지 못하고 반 밖에 먹지 못했다. 
그 만큼도 억지로 먹었다. 
집에 갈 때는 힘이 없어 집에 못 갈까 봐 그 만큼 먹어 두었던 것이다. 
집에 와서 먹으려고 한 숟갈 먹으니까 먹었던 것을 도로 토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밥도 못 먹고 잤다.

***

위 내용은 그 당시 홍역을 앓기 시작하던 첫날의 일기입니다.

지금은 예방접종 덕분에 홍역을 쉽게 볼 수 없지만, 제가 어릴 때는 홍역을 앓고 지나가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저한테는 유난히 늦게 찾아왔던 셈입니다.

이후 점점 증상이 심해졌습니다. 얼굴에 반점이 생겼고, 그 다음 주에는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누워만 있었습니다.

홍역은 처음부터 얼굴에 반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보통 고열과 기침, 콧물, 눈의 충혈 같은 증상이 먼저 나타난 뒤 며칠 지나 얼굴과 목 부위에서 발진이 시작되어 몸 아래쪽으로 퍼집니다. 입안에는 작은 흰색 반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금 일기를 다시 읽어보니, 이날의 '머리가 점점 아팠다', '밥을 반밖에 먹지 못했다', '먹었던 것을 도로 토할 것 같았다'는 기록이 그때 홍역이 시작되고 있었다는 사실과 겹쳐집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학교에서 돌아오던 그날의 몸 상태입니다.

집에 못 갈까 봐 억지로 밥을 먹어 두었다고 썼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자기 몸이 얼마나 아픈지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그래도 집까지는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결국 집에 와서는 밥도 먹지 못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46년 전의 제가 쓴 몇 줄의 일기인데, 그날 얼마나 아팠는지는 지금의 제가 읽어도 조금은 느껴집니다. 그 당시의 홍역을 치르며 아팠던 기억은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아팠던 기억입니다.  홍역은 약 2주간 이어졌는데 홍역일기 계속 연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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