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 불타는 6월과 잠자는 아리아드네, 당신의 선택은?

불타는 6월과 잠자는 아리아드네, 당신의 선택은?


[프레더릭 레이턴-  불타는 6월]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 잠자는 아리아드네]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수많은 명화의 순례길이 있습니다. 언젠가 꼭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고 싶은 작품들을 떠올릴 때면, 지구 반대편 카리브해의 섬으로 향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푸에르토리코의 폰세 미술관이 품고 있는 두 폭의 명화, 프레더릭 레이턴의 <불타는 6월>과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잠자는 아리아드네>가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두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면 많은 유사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1898년에 완성된 워터하우스의 <잠자는 아리아드네>와, 그보다 앞선 1895년에 발표된 레이턴의 <불타는 6월>은 비스듬히 누운 여인의 포즈, 유연하게 흘러내리는 옷깃의 곡선, 그리고 강렬한 붉은 계열의 색채까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 영국 화단에서 활동했던 두 거장인 왕립 미술원장을 지낸 아카데미즘의 최고봉 프레더릭 레이턴과, 라파엘 전파의 영향을 받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을 리는 만무합니다. 비록 두 화가가 직접적인 교류를 나눴다는 기록이나 워터하우스가 레이턴에게 직접 영감을 주었다는 학술적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당대 영국에서 거의 동시대에 이토록 닮은 걸작이 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렇다면 두 작품이 품은 의미는 무엇일까요?

​먼저 프레더릭 레이턴의 <불타는 6월>은 고전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순수한 평온과 생명력을 노래합니다. 제목처럼 타오르는 듯한 오렌지빛 드레스는 여름의 찬란한 태양빛을 품은 채, 고요한 안식 속에서 영원한 미적 가치를 완성합니다.

이어서 워터하우스의 <잠자는 아리아드네>는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낙소스 섬의 대리석 침대에 기대어 자신이 버려진 줄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든 순간입니다. 반인반신이자 여성 편력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테세우스는, 한쪽 어깨를 드러낸 채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아리아드네를 뒤로하고, 이미 배를 타고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나쁜 테세우스 같으니라고… 이 잠은 배신과 상처를 예감조차 하지 못한 무방비한 무의식이며, 멀어져 가는 배와 깨어나면 마주할 잔인한 현실을 품은 채 아득하게 평온한 비극입니다. 그래도 침상 곁을 지키는 두 마리 표범은 디오니소스를 상징하는 동물이어서, 이 버려진 공주에게 곧 새로운 운명이 찾아오리라는 암시로 읽히기도 합니다.

​더욱 영화 같은 이야기는 이 명화들의 행방에 숨겨져 있습니다. 영국의 영혼을 담은 이 두 거장의 작품은 놀랍게도 영국 본토가 아니라, 카리브해의 따스한 섬 푸에르토리코의 폰세 미술관에 나란히 안식처를 틀고 있습니다. 한때 빅토리아 시대 회화가 유행에서 밀려나 저평가받던 시기에, <불타는 6월>도 낡은 그림 취급을 받으며 빛을 잃을 위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폰세 미술관의 설립자 루이스 페레를 비롯한 수집가들의 안목 덕분에 카리브해의 작은 섬으로 건너가, 운명처럼 한 지붕 아래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19세기 말 영국의 아카데미즘과 고전주의적 미학, 그리고 라파엘 전파의 감수성이 빚어낸 거부할 수 없는 명작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 두 고결한 정지의 순간을 화면 너머로 마주할 때, 저의 시선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프레더릭 레이턴의 <불타는 6월> 쪽으로 더 깊게 기울어집니다.

그것은 아마도 떠나는 배를 뒤로한 아리아드네의 잠이 안겨주는 아련함보다, 어두운 배경을 뚫고 침상 위로 피어오르는 투명하고 찬란한 오렌지빛 생명력이 메마른 감각을 눈부시게 깨우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긴장을 내려놓은 채 완벽한 조화와 따스한 온기로 빛나는 그 찰나의 정적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마저 온전한 평화로 채워주니까요.

​생각지도 않았던 카리브해의 작은 섬 푸에르토리코에 꼭 가야만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바로 이 두 그림 때문이죠. 이 정도로 내 마음을 끄는 그림이라면 언젠가 꼭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직접 두 눈으로 마주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미 답을 정했습니다. 당신은 어느 쪽에 더 마음이 끌리시나요? 불타는 6월의 찬란한 태양인가요, 아니면 아리아드네의 아련한 슬픔인가요?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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