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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테오반고흐] 불멸의 화가를 완성한 위대한 화상
1-2《탕기아저씨의 초상》-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거짓말
"보시오, 탕기 아저씨! 이 노란색의 생동감을! 이 캔버스에는 몽마르트의 햇살과 가난한 노동자들의 영혼이 온전히 박혀 있소!"
작고 어스름한 물감 가게 안, 땀에 흠뻑 젖은 빈센트가 커다란 캔버스를 탁자 위에 쾅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붉은 수염을 거칠게 쓸어 올리는 그의 눈은 미친 듯이 빛나고 있었다.
가게 주인인 줄리앙 탕기—화가들이 '탕기 아저씨'라 부르는 늙은 상인은 멜빵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허리를 굽혀 캔버스를 들여다보았다. 캔버스 위에는 인상파 화가들의 밝은 빛을 흡수한 노란 방앗간과 몽마르트의 풍경이 두껍고 강렬한 붓 터치로 꿈틀대고 있었다.
"어떻소? 이 그림이라면 울트라마린 두 튜브와 옐로 오커 세 튜브, 그리고 대형 캔버스 세 장과 바꿀 만하지 않소?"
빈센트는 아이처럼 기대로 찬 눈빛으로 늙은 물감상을 바라보았다.
파리의 그 어떤 화랑도, 그 어떤 귀족 컬렉터도 외면하던 자신의 그림이었다. 오직 이곳,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의 안식처인 탕기 아저씨의 가게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작품을 알아봐 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탕기 아저씨는 선한 눈매에 주름을 잡으며 허허 웃었다.
"허허, 빈센트... 자네 그림에는 정말 엄청난 힘이 있군. 하지만 알다시피 내 가게 창고도 이미 자네와 세잔, 고갱의 그림들로 가득 차 있어서..."
그때였다. 가게 문에 걸린 종이 딸랑거리며 양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테오가 들어섰다.
테오는 화방 안의 정적과 형의 굳어가는 얼굴을 보는 순간, 상황을 직감적으로 파악했다. 주머니에 물감 살 돈이 단 1프랑도 없어서 자신이 그려 온 그림을 내밀고 있는 형의 절박함과 그로 인한 위태로운 자존심을.
테오는 얼른 탕기 아저씨에게 다가가 형의 어깨를 툭 쳤다.
"형! 여기서 만나네? 마침 잘됐다. 탕기 아저씨, 형이 가져온 그 그림...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어, 어... 테오. 안 그래도 빈센트의 그림을 보고 있었어."
테오는 빈센트가 보지 못하게 탕기 아저씨의 등 뒤로 돌아가, 정장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이 구필 화랑에서 한 달 동안 뼈빠지게 일해 번 돈 중, 형의 물감값으로 따로 떼어놓았던 몇 장의 프랑 지폐를 탕기 아저씨의 손에 슬그머니 쥐여주었다.
테오는 탕기 아저씨를 향해 절박한 눈빛으로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제발, 형의 그림 값이라고 말해주세요.'라는 침묵의 애원이었다.
지폐의 감촉을 느낀 늙은 상인은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세상의 온갖 비웃음 속에서도 형의 예술을 지키기 위해 이 젊은 화상이 얼마나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탕기 아저씨는 흠흠 재채기를 하며 쥐고 있던 지폐를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고는, 캔버스를 번쩍 들어 올렸다.
"오! 다시 보니 이거 정말 엄청난 걸작이구만! 빈센트, 자네 그림의 가치를 생각하면 물감 몇 튜브가 문제겠나? 여보게, 당장 선반에서 제일 좋은 울트라마린과 캔버스를 챙겨주게!"
"정말이오, 탕기 아저씨? 정말 이 그림이 물감값으로 충분하단 말이오?"
빈센트의 얼굴에 순식간에 어린아이 같은 눈부신 미소가 피어올랐다. 세상이 마침내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었다는 승리감과 환희가 그의 온몸을 감쌌다.
"테오! 들었지? 탕기 아저씨가 내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셨어! 내 그림이 물감값이 된다고!"
"그래, 형... 내가 말했잖아. 형의 그림은 진짜라고."
테오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환하게 웃어 보였지만, 눈가에는 차마 토해내지 못한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빈센트는 탕기 아저씨가 싸준 새 물감 튜브와 캔버스를 품에 끌어안고는, "아틀리에로 돌아가 당장 다음 그림을 그려야겠어!"라며 바람처럼 화방을 뛰어나갔다.
달려가는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테오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적막해진 가게 안. 탕기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테오가 쥐여준 지폐를 꺼내 탁자 위에 놓으려 했다.
"테오... 이 돈은 받을 수 없어. 자네의 그 마음이 너무 서럽고 아름다워서..."
"아닙니다, 탕기 아저씨. 그 돈을 가져주십시오."
테오는 탕기 아저씨의 손을 꼭 쥐며 고개를 저었다.
"형의 자존심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형은 세상이 자신을 미치광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아도, 자신의 그림이 가치 없는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은 견디지 못합니다."
테오는 탕기 아저씨의 가게 구석, 먼지가 겹겹이 쌓인 가난한 화가들의 캔버스 더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세상이 아무리 형의 그림을 외면해도... 형의 붓 끝에서 나온 물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보낸 물감값이든, 형의 그림 값이든... 형이 붓을 놓지 않을 수만 있다면 저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탕기 아저씨는 묵묵히 테오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늙은 물감상의 눈에서도 참았던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후일, 파리를 떠나 남프랑스 아를로 건너간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실제 관련 편지 원문]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1888년 7월 9일, 편지 번호 638)
"사랑하는 테오에게,
탕기 아저씨에게 물감값을 조금이라도 치를 수 있다면 참 좋겠구나. 그 늙은이는 여전히 우리에게 아주 좋은 사람이고, 나 역시 그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단다.
생각해보렴. 우리가 그에게서 가져온 그 수많은 물감들, 캔버스들... 그가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그 수많은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겠니? 비록 세상이 내 그림을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탕기 아저씨처럼 내 그림을 받아주고 물감을 내어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붓을 잡을 용기를 얻는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1889년 12월 23일, 편지 번호 833)
"사랑하는 테오에게,
내가 파리에 있을 때, 탕기 아저씨의 작은 가게 구석에 내 그림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던 그날들을 기억한다. 아무도 사가지 않는 그림들이었지만, 탕기 아저씨는 늘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감 튜브를 내어주었지.
네가 나를 위해 탕기 아저씨에게 얼마나 많은 마음을 썼는지 잘 알고 있다. 내 그림이 물감 한 튜브의 가치라도 가질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테오야, 내 모든 작품은 너와 탕기 아저씨처럼 나를 믿어준 이들의 사랑으로 물들여진 것이란다."
햇살이 비치는 클로젤 가의 거리, 새 물감을 품에 안고 몽마르트 언덕을 향해 뛰어가는 형의 발걸음 뒤에는, 오늘도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형의 자존심과 영혼을 사준 동생의 위대한 거짓말이 따뜻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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