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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1권 제4-2장: 론하의 산고, 황금눈의 해산
스페인 발렌시아의 밤, 론하 데 라 세다(Lonja de la Seda)의 서쪽 모퉁이 높푸른 처마 밑에는 동쪽의 ‘배설하는 사내’가 토해내는 부정한 정기를 받기 위해 영원히 몸을 비틀고 있는 석상이 붙박여 있다. 희열과 극심한 공포, 그리고 가학적 통증이 뒤섞여 기괴하게 찢어진 입, 그리고 제 손가락으로 자신의 은밀한 성기를 잔혹하게 넓게 벌려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린 ‘수태와 산고의 여인’이다.
동쪽의 가고일이 빗물과 악마적 인장을 섞어 금가루 같은 ‘황금비(Golden Rain)’를 배설하는 기괴한 수태의 시작점이라면, 서쪽의 여인은 지면을 타고 흐르는 그 찬란하고 더러운 액체를 자궁 깊숙이 빨아들여 대지 밑바닥의 침묵을 깨우는 산고의 완성 지점이다. 단순한 석조 장식이라는 인간들의 무지 뒤에서, 이 석상은 600년 전 타락한 존재들이 설치해 둔 ‘살아있는 악마적 자궁’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440년이라는 거대한 정적의 주기가 마침내 만조에 이르고, 가을날의 보름달이 차올랐다 그믐을 향해 비스듬히 이그러지기 시작할 때, 서쪽 가고일의 벌어진 틈새는 불길한 생명력을 띠고 울부짖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차가운 빗물이 석상의 메마른 피부를 적시면, 석재 내부 깊은 곳에 갇혀 있던 고대의 저주받은 주파수가 작동한다.
여성 가고일의 가랑이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단순한 빗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썩은 유황과 농밀한 금가루, 그리고 동물의 비릿한 혈액을 짓개어 놓은 듯한 차갑고 끈적한 황금빛 양수(羊水)였다. 그 부정한 양수가 처마를 타고 떨어져 광장 바닥의 균열 속으로 핏줄처럼 스며들 때마다, 석상의 후두부에서는 인간의 귀로는 감당할 수 없는 600Hz의 저주받은 진동음이 찌르는 듯한 비명으로 울려 퍼졌다. 그것은 신의 창조 질서를 모독하며, 지옥의 알을 강제로 끄집어내는 가학적인 ‘악마의 해산’이었다.
1517년, 보름달이 피처럼 붉게 물들었던 가을밤의 출산은 그 참혹한 전조에 불과했다. 산파 17명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내려 투리아(Turia) 강의 차가운 진흙 속으로 들어갔던 17개의 핏덩이들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강바닥의 검은 침전물 속에서 440년 동안 이 가고일의 산고가 내뿜는 600Hz의 주파수와 황금빛 양수를 탯줄처럼 꼬아 들이켜며, 기괴할 정도로 완벽한 인간의 성인으로 사육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440년의 침묵이 끝난 1957년 10월 14일, ‘투리아 대홍수’의 비극이 발렌시아를 삼켰던 그 아비규환의 밤. 달이 서서히 기울며 하늘이 어두워지던 그날 밤, 투리아 강은 미친 듯이 날뛰며 도심을 덮쳤다
"집어삼킬 듯 밀려오는 검은 물벽 사이로 황금색 옷을 입은 여자가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고, 그 여자의 눈은 동공이 없는 금색이었다
홍수가 정점에 달해 모든 빛이 사라질 때, 물속 깊은 곳에서 육신이 찢어지는 듯한 기괴한 마찰음과 함께 440년 전 강물 속으로 스며들었던 17명의 아이들이 스물일곱 살 남짓의 성인이 되어 물 위로 천천히 떠올랐다. 그들의 피부는 사람의 온기가 아닌 차가운 수온(水溫)을 품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물속에서 춤추는 검은 비단처럼 기괴하게 늘어져 있었다.
그들은 물살을 거슬러 걸어 나와 서쪽 가고일의 발치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석상이 토해내는 찬란하고 불결한 양수를 온몸으로 맞으며, 제 손목을 이빨로 잘라내어 솟구치는 황금빛 혈액을 석상의 벌려진 성기 속으로 다시 바쳤다. 자신들을 잉태하고 낳아준 악마의 자궁에 바치는 잔혹한 피의 정화제였다.
그 피를 삼킨 서쪽 가고일의 눈동자에서 희게 타오르는 120Hz의 오쿨루스(Oculus) 광채가 번개처럼 번쩍였고, 그 순간 지상으로 생환한 17명의 황금눈의 후예들은 발렌시아의 최고 정계와 재계, 거대한 금융의 비밀 밀실 속으로 완벽히 스스럼없이 섞여 들어갔다. 그들의 중심에는 동공도 흰자위도 없이 오직 서늘한 금괴 빛으로 가득 찬 안구를 검은 선글라스 뒤에 은폐한 비밀 수장, ‘세뇨르 아우로(Auro)’가 있었다.
지금, 보름달이 이울고 사악한 가을비가 론하 광장의 차가운 석판을 두드리는 이 순간. 집행자의 중대한 운명을 짊어진 세바스티안은 스승이자 고고학자인 에릭 폰테스와 함께 그 잔혹한 산고의 현장 한복판에 서 있다.
서쪽 가고일의 벌려진 틈새에서는 빗물에 씻겨 내리지 않는 농밀한 황금빛 양수가 꿀처럼 불길하게 흘러내려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석상 내부에서 거세지는 600Hz의 가학적인 진동음은, 대지 아래 잠들어 있는 또 다른 부정한 알들을 깨우려는 듯 광장 전체의 공기를 기괴하게 떨게 만들었다.
세바스티안은 피비린내와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석상 밑으로 다가가, 여성 가고일의 성기 중앙 깊숙이 박혀 있는 은빛 쐐기를 손가락 끝으로 더듬었다.
그것은 과거 가문 대대로 내려온 은합금 제련법으로 석상의 파괴적인 진동을 겨우 억눌러왔던 석공 가브리엘의 '침묵의 쐐기'였다. 그러나 세월의 중력을 견디지 못한 쐐기는 악마적 산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며 덜컹거리고 있었다. 석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열한 주파수는, 얼마 전 발렌시아 대성당의 유리관 속에서 보았던 성 빈첸시오의 썩지 않는 팔이 발산하던 정결하고 엄숙한 울림과 팽팽하게 부딪히며 공기를 기괴하게 비틀어놓고 있었다.
"보이는가, 세바스티안."
빗물에 젖은 에릭 폰테스가 깊은 안타까움과 경의가 담긴 눈빛으로, 산고의 비명을 지르는 서쪽 가고일을 가리키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황금눈의 수장이 이 부정한 산고를 통해 부활시키려는 가짜 생명과 저 120Hz의 공명은, 신의 눈을 모독하는 오쿨루스의 썩어가는 환영일 뿐이네. 인간의 육체는 이 기괴한 가고일처럼 악마의 혈액과 양수를 받아내는 더러운 씨받이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과 주파수를 담아내는 완벽한 방주여야 하네. 발렌시아 대성당 천장 깊은 곳, 시조 산 레오카디오가 악기 속에 숨겨둔 구원의 소리—그 시작을 알리는 'S(Start)'의 첫 번째 주파수가 바로 이 석공의 쐐기 끝에서 여전히 악마의 비명을 가로막고 있네."
세바스티안은 차갑게 젖은 주먹을 굳게 쥐었다. 청년 시절 첫사랑 이사벨라를 잃고 정처 없이 헤매던 방랑의 기억들, 그리고 가슴을 짓눌러온 수많은 고통의 인장들이 이 잔혹한 석조 자궁 앞에서 단 하나의 명확한 사명으로 결집되고 있었다.
그는 여성 가고일이 사납게 뿜어내는 오컬트적 산고의 파동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스승과 함께 발렌시아의 대지에 잠든 태초의 거룩한 주파수를 각성시킬 준비를 마친다.
어두운 밤, 론하 데 라 세다의 서쪽 벽을 지나는 자여.
만약 당신의 발목을 적시는 빗물이 기름처럼 끈적이고, 어둠 속에서 유난히 불길한 황금빛으로 반짝인다면 절대 발걸음을 멈추지 마라.
그것은 가고일이 당신의 매끄러운 자궁과 육체를 다음 440년의 산고를 떠받칠 부정한 숙주로 간택했다는 서늘한 징표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강바닥 차가운 진흙 속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뜨려 하는, 동공 없는 황금눈의 아이가 보내는 기괴한 태동일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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