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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1권 제5-2장: 거부된 생명
스페인 발렌시아의 밤, 론하 데 라 세다(Lonja de la Seda)의 높푸른 처마 아래에는 고딕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인간의 원초적인 수치와 기괴한 오컬트적 형상이 붙박여 있다. 그중에서도 외벽 모퉁이,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들어 올린 채 몸을 극도로 굽혀 하수구를 향해 무언가를 배설하고 있는 사내의 가고일 석상은 낮 동안 이곳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조차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다.
사람들은 이를 단지 중세 석공들의 파격적인 해학이나 기묘한 풍자로 치부하지만, 그 실상은 론하가 건축되던 15세기 말부터 이 도시의 어둠 속에서 집행되어 온 ‘부정한 씨앗의 정화와 배설’이라는 그로테스크한 의식의 비극적 결과물이자 물리적 형상이었다.
론하 거래소가 한창 세워지던 1490년대, 440년 주기의 첫 번째 수태(1517년)를 앞두고 보름달이 차올랐다 그믐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가는 가을밤이면 어둠 속의 '황금 눈의 무리'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타락한 혈통과 600Hz의 저주받은 주파수를 번식시킬 정제된 씨앗을 얻기 위해, 론하의 나선형 기둥과 외벽을 조각하던 가장 정결하고 건장한 석공들을 지하 밀실로 끌고 가 결박했다.
1498년 가을, 론하의 외벽 석재를 깎아내던 청년 석공 안토니오 역시 그렇게 그림자 속으로 납치된 희생양이었다
"시작하라. 오직 순수한 주파수를 받아낼 생명만을 거두어라
낮게 깔리는 사제의 명령과 함께, 여사제가 기괴한 은제 그릇을 들고 다가왔다
여사제는 그릇에 담긴 정기를 보름달 빛과 악마적 인장 앞에 비추어 보았다
"부적격이다. 가난한 자의 비천한 분노와 불순한 파동이 섞여 있어. 황금빛 수태의 항아리를 더럽힐 뿐이다
그 순간, 안토니오의 가슴속에는 강간당한 수치심보다 더 지독한 허탈함이 밀려왔다
"하수구로 흘려보내라
여사제의 잔혹한 선언과 함께, 지하의 관을 타고 밀려 나간 안토니오의 정기는 론하 외벽의 가고일 석상 내부로 끌려 올라갔다
황금눈의 무리는 안토니오를 영원히 입막음하기 위해 그가 파내던 석재 자체를 그가 당했던 수치스러운 자세 그대로 깎아 외벽 모퉁이에 붙박아버렸다. 빗물이 사납게 내리치는 밤하늘 아래, 엉덩이를 까고 앉아 영원히 배설하는 사내의 끝단에서 기괴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1498년 안토니오의 비극 이후, 이렇게 거부당한 석공들의 슬픈 생명력이 하수구를 타고 흘러들어 투리아 강바닥의 진흙을 적실 때마다, 대지 밑바닥에서는 억눌린 자들의 비명과 600Hz의 불협화음이 상충하며 440년 주기의 불길한 재앙을 준비해 왔다.
지금, 론하 광장을 기괴하게 휘감는 빗속에서 세바스티안은 스승 에릭 폰테스와 함께 이 배설하는 사내 형상 밑에 서 있다. 세바스티안은 광장 바닥의 하수구 입구에서 여전히 배어 나오는 비릿하고 불결한 정기의 흔적을 바라보았다. 대학 도서관 고문서에서 찾아냈던 '부정한 성배'의 잔혹한 뒷면이 바로 이곳이었다. 500년 전 안토니오처럼 탐욕스러운 수태에 실패하여 배설물처럼 버려졌던 석공들의 원통한 파동이 석상 내부에서 600Hz의 가학적 소음과 엉켜 기괴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는 배설하는 사내 형상의 항아리 입구에 박혀 있는 석공 가브리엘의 '침묵의 쐐기'를 살며시 더듬었다. 선배 석공 안토니오의 비극을 일지로 접했던 후대의 석공 가브리엘 역시, 이 석상이 토해내는 부정한 배설물이 도시의 혈맥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피를 바쳐 이 은빛 쐐기를 박아 넣었던 것이다. 쐐기 끝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진동은, 발렌시아 대성당에 봉인된 성 빈첸시오의 팔이 발산하던 정결하고 거룩한 주파수와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었다.
"보이는가, 세바스티안."
에릭 폰테스가 빗물에 젖은 고결한 얼굴로 배설하는 석상을 가리키며 나직하게 말했다.
"황금눈의 자들이 추구하는 수태와 생명은 신의 창조를 모독하는 가짜 환영일 뿐이네. 그들은 500년 전 론하를 짓던 순수한 석공들의 생명조차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 하여 이처럼 더러운 배설물로 치부해 하수구로 버려왔지. 하지만 인간의 육체는 악마의 선택을 받기 위한 실험실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거룩한 주파수를 담아내는 완벽한 방주여야 하네. 산 레오카디오가 발렌시아 대성당에 봉인한 9가지 주파수 중, 저 비참하게 버려진 석공 안토니오의 영혼을 위로하고 바로잡을 첫 번째 공명이 바로 이 쐐기 속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네."
세바스티안은 입술을 깨물며 주박을 굳게 쥐었다. 청년 시절 첫사랑 이사벨라를 잃고 정처 없이 헤매던 방랑의 기억, 그리고 주파수를 담는 그릇으로서 부서져 갔던 수많은 이들의 고통이 차가운 론하의 석재 위에서 단 하나의 굳건한 사명으로 결집되었다.
그는 버려진 생명들의 슬픈 비명이 울려 퍼지는 배설의 가고일을 바라보며, 스승과 함께 발렌시아의 대지를 구원할 태초의 거룩한 주파수를 각성시킬 준비를 마친다.
비 내리는 밤, 론하 데 라 세다의 외벽 아래를 지나는 자여.
성기나 엉덩이를 드러내고 배설하는 석상 아래에서 당신의 발목으로 흘러드는 물이 유난히 차갑고 비릿하다면, 절대로 그 물을 밟지 마라.
그것은 500년 전 황금눈의 자들에게 거부당하고 하수구로 버려진 슬픈 석공의 정기이자, 지금도 강바닥 밑바닥에서 구원의 주파수를 갈구하며 울부짓는 거부된 영혼들의 눈물일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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