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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테오반고흐] 불멸의 화가를 완성한 위대한 화상
1-3《열린 창가의 직조공》- 좁은 방의 사투
파리의 가스등이 켜지는 거리는 늘 부산했다. 화랑의 매니저인 테오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형 빈센트의 편지를 내려다보며, 파리의 소음과는 완전히 다른 누에넨의 정적을 상상했다. 빈센트는 1884년 7월 2일,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고된 작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두 점의 새로운 대형 직조공 실내화를 그리는 데 완전히 빠져 있다고 너에게 말할 때... 하나는 직조기의 일부와 인물, 그리고 작은 창문이 있는 장면이다." (1884년 7월 2일,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테오의 눈앞에는 형이 묘사한 그 좁은 방의 풍경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뒤로 물러설 공간조차 없는 그 방에서 빈센트는 육중한 나무 직조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방 전체를 집어삼킨 직조기는 형의 이젤을 놓을 자리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형은 벽에 등을 바짝 붙이고도 전체 구도를 다 담지 못해 애를 먹었을 것이다. 목재 프레임의 위압적인 직선들이 형의 시야를 짓눌렀지만, 그는 벽에 닿은 등을 떼지 않은 채 그 비틀린 원근을 눈썰미로 억지로 캔버스 위에 쑤셔 넣고 있었다.
지난 5월, 친구 라파르트가 누에넨을 찾았을 때 형은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두 사람은 함께 직조공의 집을 누비며 가난의 현장을 스케치했다. 라파르트와 함께 실을 감는 소녀의 모습을 그릴 때, 빈센트는 비로소 자신이 보는 이 거대한 기계의 소음이 혼자만의 환청이 아님을 확인받았을 것이다. 셔틀이 오갈 때마다 나무가 삐걱거리고, 먼지와 땀이 뒤섞인 실 냄새가 진동하는 그 비좁은 감옥 같은 방 안에서, 형은 기계와 노동자가 하나가 되어버린 그 공명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같은 시각, 목사관의 서재에서 아버지 테오도루스는 아들의 행보를 걱정하며 파리의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빈센트는 여전히 직조공들을 그리고 있구나. 한번쯤은 풍경을 그리지 않고 직조공만 그리니 아쉽다고 할 수도 있겠지." (1884년 7월 5일, 아버지 테오도루스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아버지는 빈센트가 눈부신 들판과 평화로운 풍경을 외면하고, 왜 저토록 어둡고 칙칙한 노동의 현장만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보기에 형의 그림은 반복되는 가난의 기록일 뿐이었고, 빈센트의 영혼이 그 거대한 직조기 틈에 끼어 부서질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정작 빈센트가 그린 그림 속에는 아버지도, 파리의 테오도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한 '창문'이 있었다. 화면의 중앙, 직조공 뒤편으로 열린 작은 창문은 칙칙한 방 안의 세계와 대비되는, 누에넨의 눈부신 녹색 들판을 담고 있었다. 창밖의 하늘과 마을의 탑은 정지된 채로 빛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정작 직조공은 그 빛을 외면한 채 노동의 굴레 속에서 굽은 등을 펴지 못했다.
테오는 형이 왜 그 작은 창문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는지 깨달았다. 빈센트에게 그 창문은 나갈 수 없는 세계를 확인하는 절망인 동시에, 자신이 그토록 갈망하던 진실한 빛의 기록이었다. 형은 풍경을 그리는 대신 노동자의 등에 삶의 무게를 짊어지게 함으로써, 산업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선 인간의 모순을 치밀하게 조각해 내고 있었다.
8월 초, 누에넨으로 향할 채비를 하며 테오는 생각했다. 아버지는 빈센트가 더 밝은 세상을 보길 원하셨지만, 형은 그 좁은 방 안에서 우리 모두가 외면하려 했던 삶의 가장 무거운 뼈대를 직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네가 이 직조공 습작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벌써 네가 방문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가서 직조공들과 농장들을 보게 될 것이다." (1884년 8월 5일경,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형이 기다리는 그곳에 도착하면, 테오는 가장 먼저 그 고집스러운 작업실 문을 두드릴 것이다. 좁은 방 안에서 벽에 등을 붙인 채 땀 흘리며 붓을 놀렸을 형의 구부정한 뒷모습을 상상하며, 테오는 창밖의 들판과 방 안의 어둠이 형의 캔버스 위에서 어떻게 섞여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빛을 등진 채 살아가는 인간의 가장 진실한 고독을, 형의 손을 잡고 그 방 안에서 함께 들어볼 것이다.
[작품 노트]
《열린 창가의 직조공》
제작 시기: 1884년 7월 (네덜란드 뉘넨에서 제작)
소장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Van Gogh Museum, Amsterdam, Netherlands)
댓글
풍경화 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그린 작품도 이군요.
답글삭제풍경화, 정물화, 서민들의 삶을 그린 것 등 다양합니다. 꽃병 정물화를 보면 반고흐가 새롭게 보일 겁니다. 어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가서 반 고흐의 그림 두점(오베르 우아즈 강가, 카네이션이 있는 꽃병)을 보고 왔는데 그 두점만으로도 그의 작품 세계가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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