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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테오반고흐] 불멸의 화가를 완성한 위대한 화상
1-3《슬픔》- 버려진 여인을 품은 위대한 사랑
장소: 네덜란드 헤이그, 쉔크베크의 작은 아틀리에
시기: 1882년 봄, 차가운 비가 내리던 날
낡은 나무 의자 위, 한 여인이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은 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임신한 채 길거리에 버려져 굶주림과 매독의 공포 속을 떠돌던 여인, 시엔(Sien). 세상의 모든 도덕과 종교는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차가운 진흙탕 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빈센트는 길바닥에 쓰러진 그녀와 그녀의 어린 딸을 자신의 단칸방으로 데려왔다.
아틀리에 안에는 축축한 목탄 냄새와 여인의 무거운 숨소리만이 감돌았다. 빈센트는 떨리는 손으로 검은 분필을 쥐었다. 종이 위에 그어지는 거친 선들은 단순한 인체의 윤곽이 아니었다. 거친 풍파에 메말라버린 가슴, 아이를 품은 무거운 복부, 그리고 굳은살 박인 맨발.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자리에 내던져진 한 인간이 온몸으로 받아낸 생의 비명이자 슬픔 그 자체였다.
"빈센트... 왜 나 같은 더러운 여자를 그리는 거예요? 사람들은 날 보면 침을 뱉는데..."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시엔이 쉰 목소리로 흐느꼈다. 빈센트는 묵묵히 펜촉을 눌러 종이 하단에 프랑스 역사가 미슐레의 글귀를 한 자 한 자 새겨 넣었다.
어찌하여 이 땅 위에 홀로 버려진 여인이 존재하는가.
"시엔, 당신은 더럽지 않아. 세상의 차가운 눈보라를 홀로 견뎌낸 당신의 굽은 등은, 저 거룩한 성당의 제단보다 더 숭고해. 나는 지금 여인의 수치가 아니라, 십자가를 짊어진 인간의 거룩한 고통을 그리고 있는 거요."
한편, 파리에서 이 드로잉과 함께 동봉된 형의 편지를 받아 든 동생 테오의 손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당시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사랑하는 테오에게,
나는 네게 《슬픔》이라는 제목의 소묘 한 점을 보낸다.
너에게 솔직히 털어놓아야겠다. 지난 겨울, 나는 한 여인을 만났다. 젊지도 예쁘지도 않았으며, 길거리에서 임신한 채 굶주림과 추위 속에 버려져 있던 여인이었다. 그녀는 만삭의 몸으로 거리를 헤매며 빵 한 조각을 구걸하고 있었지.
세상은 그녀를 부정한 죄인이라 손가락질하지만, 나는 그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내 방으로 데려와 내 빵을 나누어 주었다. 한겨울에 그녀가 먹을 빵을 구하지 못해 뱃속의 아이와 함께 길바닥에서 얼어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 속 여인의 웅크린 모습에서 나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을 보았다. 미슐레가 쓴 말처럼, 어찌하여 이 땅 위에 홀로 버려진 여인이 존재하는가.
사람들은 나를 보고 미쳤다고 비난하겠지. 하지만 테오야, 버림받은 자의 손을 잡는 것이 어찌 죄가 될 수 있겠니? 나는 가장 비천하고 짓밟힌 인간의 모습 속에서 진실한 생명의 숨결을 그릴 것이다. 너만은 내 이 눈물겨운 진심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테오의 등 뒤로, 며칠 전 아버지가 보내온 분노에 찬 편지 구절이 비수처럼 꽂혀왔다.
(아버지 테오도루스 목사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빈센트 그 녀석이 헤이그 길거리의 버림받은 창녀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가문의 수치요,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파렴치한 짓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그 미치광이의 기괴한 망상을 참아주어야 한단 말이냐? 테오 너마저 그 녀석에게 돈을 대주며 비호한다면, 너 또한 이 가문의 자식으로 인정치 않겠다.
친척들의 조롱과 화상으로서의 앞날, 그리고 가문의 절연 협박 속에서 테오는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고통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탁자 위에 펼쳐진 목탄화 《슬픔》을 바라보는 순간, 테오의 가슴은 형언할 수 없는 전율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림 속 웅크린 여인의 나신에는 육욕이나 추함 대신, 가난한 영혼을 향한 형의 처절한 눈물과 연민이 먹빛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테오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그림 속 여인의 굽은 등을 어루만졌다. '형은 미친 것이 아니었어... 형은 그저 바보처럼 복음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을 뿐이야.'
테오는 창가로 다가가 두 손을 모으고 나지막이 기도를 올렸다.
"주님... 세상 모두가 형을 손가락질하고 조롱할지라도, 저는 압니다. 형이 품은 것은 죄악이 아니라 가장 버림받은 자를 향한 주님의 눈물이라는 것을요. 가문이 저를 버리고 세상이 우리 형제를 외면한다 해도, 저는 형의 이 거룩한 손을 놓지 않겠습니다. 형이 캔버스 위에 생명의 빵을 올릴 수만 있다면, 제 삶의 모든 것을 바쳐 이 슬픔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겠습니다..."
테오는 곧바로 책상 앞에 앉아 잉크를 듬뿍 찍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호통 대신, 갓 태어날 시엔의 아기를 위한 요람 값과 생활비를 편지 봉투에 조심스럽게 봉해 넣었다.
차가운 세상의 모퉁이에 버려졌던 한 여인의 절망은, 그렇게 한 화가의 붓끝에서 거룩한 기도가 되었고, 한 동생의 눈물겨운 헌신을 통해 꺼지지 않는 생명의 불씨로 타올랐다.
[작품 노트]
《슬픔 (Sorrow)》
제작 시기: 1882년 4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작)
소장처: 영국 런던 월설 뉴 아트 갤러리 (The New Art Gallery Walsall, UK)
소설 테오반고흐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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