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올리비아의 식탁]
노릇한 장어구이와 아들의 일침, 그리고 안으로 피는 꽃
"정성스레 차려낸 식탁은 때로 나태해진 마음을 흔들어 깨우고, 따뜻한 가족의 온도로 나를 다시 채워 넣는다."
저의 육체를 거룩한 말씀의 그릇으로 가꾸어가는 매일의 식탁, 그 중심에는 언제나 올리비아의 묵묵한 정성이 있습니다. 오늘의 메인 요리는 둘째 아들이 유독 좋아하는 고소하고 담백한 '장어구이'입니다.
요즘 저는 소설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주말에도 바깥바람 한번 쐬지 않고 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집콕' 중입니다. 글에 몰입한다는 핑계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집안일도 전혀 돕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 저를 배려해 올리비아는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식사를 차려내는데, 옆에서 엄마를 살뜰히 돕던 둘째 아들의 눈에는 그런 엄마가 안쓰러웠던 모양입니다.
식탁에 둘러앉아 제가 최근에 산 책들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있을 때였습니다. 듣고 있던 아들이 툭 하니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집니다. "아빠, 책 살 때 '집안일 도와주는 법' 뭐 그런 책은 안 사세요?" 이런... 순간 정적이 흐르고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올리비아는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지만, 아들의 귀여우면서도 날카로운 일침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손끝에서 피어난 이색적인 맛: 수박 껍질 김치와 파드론 고추구이
오늘 식탁에는 올리비아의 놀라운 요리 센스가 돋보이는 특별한 반찬들이 함께 올랐습니다. 무 깍두기 옆에 정갈하게 놓인 붉은 반찬은 바로 '수박 껍질 김치'입니다. 올리비아가 평소 버리는 수박껍질을 어떻게 하면 재활용할까 고민하다가 버리지 않고 흰 껍질 부분을 절여 만든 것인데, 아삭아삭하면서도 시원하고 매콤달콤한 맛이 기름진 장어구이와 기막힌 조화를 이룹니다.
그 위쪽 머그잔 볼에 담긴 고추 요리는 최근에 스페인 발렌시아에 머무르며 맛보았던 '파드론(Padrón) 고추구이'를 떠올리며 올리비아가 재현해 낸 것입니다. 비록 파드론 고추는 아니지만 올리비아의 뛰어난 손맛 덕분에 스페인 현지 타파스 바에서 먹던 그 특유의 불향과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감칠맛이 고스란히 살아나 여행의 아련한 추억까지 소환해 주었습니다.
신비로운 무화과, 그리고 감사의 후식
식사를 마친 후 이어진 디저트는 시원하고 달콤한 팥빙수 위에 얹어진 수박과 무화과였습니다. 특히 무화과(無花果)를 볼 때마다 자연의 섭리에 깊은 경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름 그대로 '꽃이 없는 열매' 같지만, 사실 꽃이 안으로 피어 밖에서는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가 맛있게 베어 무는 것은 열매가 아니라 안쪽에서 수줍게 피어난 수많은 꽃과 꽃받침인 셈이지요. 꽃이 피면 스스로 고개를 숙여 땅속으로 파고들어 열매를 맺는 땅콩만큼이나 신비롭고 오묘한 식물입니다.
드러나지 않게 속으로 꽃을 피워내는 무화과처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늘 사랑과 배려로 가정을 채워주는 올리비아의 정성이 오늘따라 더욱 깊고 고맙게 와닿습니다. 아들의 따끔한 일침도 가슴에 새기며, 이제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아내의 손을 덜어주는 일에도 부지런을 떨어야겠습니다.
오늘도 영혼과 육신을 풍요롭게 살찌우는 정성스러운 식탁을 선물해 준 나의 올리비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올리비아의식탁 #장어구이 #수박껍질김치 #파드론고추구이 #무화과 #가족의식탁 #건강한식단 #PROJECT2037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