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남아 있는 나날, 왜? 왜? 왜?

올리비아의 식탁 : K-푸드식 빠에야(Paella)

[올리비아의 식탁] K-푸드식 빠에야(Paella)

"우리의 육체는 하나님의 말씀을 담는 거룩한 그릇이다."

PROJECT 2037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인간의 몸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물질이 아니라, 신의 주파수와 말씀을 세상에 전달하고 담아내는 '성전(Vessel)'이자 '방주'입니다. 오염된 세상의 소음 속에서 이 거룩한 방주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가꾸는 첫걸음은, 매일 식탁 위에 올라오는 정직하고 맑은 원재료들의 온기를 온전히 느껴보는 일일 것입니다.

[올리비아의 식탁]은 방랑과 현혹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마주한 가장 순수하고 따뜻한 현실입니다. 

오늘은, 무슨 날도 아닌데 올리비아가 아낌없는 정성을 쏟아부어 특별한 상을 차려주었습니다. 혹시 제가 기념일이라도 까먹은 날인가 싶어 머리를 싸매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평범한 하루일 뿐이었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니, 시장도 못 가서 집에 있는 재료들을 이것저것 모아 대충 만든 거라고 합니다. 시장도 못 가고 냉장고를 털어 만든 저녁이라지만, 그 내면의 풍성함은 어떤 만찬보다 귀합니다.

발렌시아의 향기를 품은 K-푸드식 빠에야

발렌시아에 머물던 시절에도 올리비아는 몇 번이나 기가 막힌 빠에야를 만들어 주곤 했습니다. 귀국한 후에도 그 손맛은 여전하여 우리 집 식탁 위에서 스페인의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납니다.

이번 빠에야는 올리비아의 정성이 깃든 재료들의 향연이었습니다. 작년 텃밭에서 직접 키운 완두콩을 필두로 밤, 홀콘, 호랑이콩, 국산 귀리, 현미, 그리고 여러 가지 잡곡까지 건강한 재료를 한가득 넣었습니다. 이 귀한 재료들을 올리브유에 정성껏 볶아내고, 향긋한 샤프란 물을 조금씩 나누어 부으며 쌀알 하나하나에 깊은 풍미를 입혔습니다.


탱글탱글한 새우와 발렌시아 마트에서 직접 공수해 온 파프리카 가루인 피멘톤(Pimentón), 그리고 발렌시아에서 주로 먹었던 것과 같은 황금빛을 머금은 싱그러운 그린 올리브까지 곁들이니 냉장고 재료로 만들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거나한 만찬이 완성되었습니다. 냉부에 요리사로 나가도 전혀 주눅들지 않을 요리 실력입니다. 아들이 요리사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님을 다시금 느낍니다. 익숙한 한국의 정성과 스페인의 이국적인 향취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우리 부부만의 특별한 'K-푸드식 빠에야'입니다.


정성이 빚어낸 거룩한 성전의 양식

최상의 온도를 포착해 내듯 정성껏 차려낸 빠에야와 신선한 식탁은 자극적인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온전하고 맑은 현실로 돌려놓습니다. 절묘한 마음과 손길로 차려내어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고 거룩한 말씀의 방주를 단단하게 세우게 돕는 신성한 양식입니다.

특별한 날이 아님에도 매일의 평범한 일상을 축제로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올리비아가 건네는 사랑의 방식입니다. 나의 육체를 거룩한 말씀의 그릇으로 온전히 가꾸어갈 수 있도록 오늘도 애정과 정성이 가득한 식탁을 선물해 주는 나의 올리비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추억과 감사가 겹겹이 쌓여가는 이 소중한 식탁을 통해, 나는 오늘도 내 안의 독소를 빼내고 사랑과 순수한 진실로 삶이라는 성전을 단단하게 채워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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