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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풍속도첩에 자라가 나온다고?
최근에 매일 탄천에 가서 자라도 만나고 '단원 풍속도첩'도 거의 매일 묵상하다가 우연히 하나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단원 풍속도첩에 자라를 상징하는 그림이 나온다는 겁니다. 자라를 계속 보다 보니 정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저만의 자라를 발견하게 되네요.
아래 그림 기와이기에는 다림줄을 잡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목수는 엄지와 검지로 곧게 뻗은 줄을 잡고, 한쪽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건물의 수직을 가늠하고 있습니다. 수직을 확인하는 이 행위 자체도 흥미롭지만, 진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그가 손에 쥐고 있는 도구, 바로 '먹통'입니다. 완전히 말이 안 되는 도구였다면 오히려 흥미롭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고 말이 안 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수직을 보려면 쇠로 된 추로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급할 때는 손에 들고 있던 먹통으로 이렇게 수직을 가늠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유머코드 안에 있는 그림이다 보니 줄을 잡은 손의 배치, 감은 눈의 위치, 먹통 자체, 그리고 신발까지 모두 조금 웃기게 보이긴 합니다.
우측의 모사본인 문혜산본과 비교하니 단원의 원이 얼마나 해학이 가득한지 다시 한번 느낍니다. 우측의 모습대로라면 별로 웃긴 게 없습니다. 오른손으로 들고 오른쪽 눈을 감는 것도 사람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모습이며, 급하면 다림추 대신 먹통으로 수직을 가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단원은 정말 한끗을 비틀어서 해학을 만들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좌측 진품에서는 손으로 줄을 잡고 앞으로 약간 밀고 있어서 선이 수직이 아니라 사선입니다. 그러다 보니 먹통이 주춧돌과 맞닿아 있습니다. 수직을 볼 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수직을 보려고 하는 기둥 자체도 빼뚤빼뚤 합니다. 그런데 우측 모사본을 보면 현장에서 목수가 실제로 하는 일을 그대로 그렸습니다. 먹통도 훨씬 사실적으로 그렸고, 줄도 수직이 잘 맞습니다. 당연히 먹통도 주춧돌과 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수직을 보려고 하는 기둥 자체도 곧고 수직이 잘 맞습니다. 전혀 해학이 없습니다.
처음 원본 진품 그림을 보았을 때는 까만 먹칠처럼만 보여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모사본(문혜산본)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정체가 선명해집니다. 그것은 단순한 네모 상자가 아니라, 거북이나 자라의 형상을 본뜬 전통 먹통입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누구나 이것을 전통 먹통으로 이해했을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조선시대 목공들이 사용하던 유물들을 보면 머리와 몸통의 형태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자라 모양 먹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거북이와 달리 자라는 눈이 머리 위쪽으로 볼록하게 솟아 있는데, 아래 사진의 '자라 모양 먹통'의 형태를 자세히 확대해 보면 위로 향한 눈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안전이 중요한 현장에서 평안과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나 자라를 먹통에 새겨 넣은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라의 눈 모양이 제일 인상적인데, 개구리처럼 눈이 위로 볼록 튀어나온 모습이 특히나 인상적입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가을날에는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도망가지 않고 따뜻한 바위 위에서 눈만 껌뻑껌뻑거립니다. 거북이(남생이)는 눈이 옆에 달렸지만, 자라는 눈이 위쪽에 달려 있습니다. 아래의 가장 대표적인 첫 번째 먹통 사진을 보니 이건 확실히 자라가 맞습니다.
기와이기의 다림줄 보는 사람이 들고 있는 것은, 진품과 모사본을 비교해 보니 먹통도 모양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바로 아래의 '자라 모양 먹통'으로 보입니다. 단원 풍속도첩에서 자라를 발견한 저의 혜안을 스스로 높이 사고 싶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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