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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자라를 만난다 : 나는 잉어인가, 가물치인가
2026년 9월 30일, 날씨 맑음
오늘도 급히 점심을 먹고 탄천으로 가서 자라가 오늘은 어디에 있나 하고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오늘은 자라 대신, 수초가 늘어진 얕은 물가 돌바닥 위에 홀로 머물러 있는 검푸른 얼룩무늬의 가물치 한 마리를 만났다.
탄천 물가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생태계의 민낯이 참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몸집 큰 잉어가 진흙 바닥을 훑으며 지나갈 때면, 그 뒤로 피라미와 송사리 떼가 구름처럼 따라붙는다. 잉어가 대단히 자비로워서가 아니다. 잉어가 커다란 주둥이로 바닥을 뒤집을 때마다 사방으로 부스러기가 흩어지고, 작은 물고기들은 그 콩고물이라도 하나 얻어먹으려고 악착같이 줄을 서는 거다. 그저 바닥을 파헤쳤을 뿐인데 의도치 않게 주변을 먹여 살리는 셈이다. 잉어 꽁무니만 바짝 쫓아가도 배를 채울 수 있으니 물고기들이 바글바글 모여든다.
그런데 가물치가 나타나면 판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 그림자만 스쳐도 바닥에 모여 있던 작은 것들이 슬금슬금 사방으로 흩어진다. 가물치는 곁에 부스러기를 흘려주는 법이 없다. 포식자(Predator) 가물치는 다가오는 족족 날카로운 이빨로 낚아채 삼켜버리기 바쁜 놈이다. 그 곁에 얼쩡거리다가는 콩고물은커녕 제 목숨까지 뜯어먹히니,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거다.
따지고 보면 세상 이치도 이 물속과 다를 게 없다. 내 곁에 오면 뭐 하나라도 얻어먹을 게 있는가, 아니면 내 숨통만 쥐어뜯기는가? 사람은 기가 막히게 그 냄새를 맡는다.
요즘 들어 내 주위를 둘러보면 왠지 모르게 싸하다. 사람들이 눈치를 보고 일부러 자리를 피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선뜻 다가와 붙는 사람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왜 저러나 싶었는데, 오늘 문득 홀로 고요하게 엎드려 있는 저 검푸른 가물치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그들에게 잉어였을까, 아니면 가물치였을까?
돌아보면 확신에 차서 혼자 내달렸던 시간들이 많았다. 내 생각과 내 방식만 밀어붙이느라, 곁에서 발맞추는 사람들에게 떨어질 몫이나 콩고물 따위는 생각조차 안 했다. 잘하면 내 덕이고 못하면 주변 탓을 한 것은 아니었나? 내 곁에 있어 봤자 피곤한 비판이나 날아오고, 에너지만 쪽쪽 빨려 나가는데 어느 바보가 곁에 붙어 있으려 하겠는가? 결국 나만 독불장군(Loner)이 되어 스스로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었던 셈이다.
나 혼자 날카롭게 헤엄치고 힘이 세면 뭐 하나. 지나가는 자리마다 도망치기 바쁜 텅 빈 물속만 남는다면 그건 그냥 고립된 사냥꾼일 뿐이다.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드는 건 거창한 덕망 때문이 아니다. 잉어가 바닥을 훑을 때 떨어지는 그 실질적인 찌꺼기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내 지느러미의 날을 조금 접고,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콩고물 하나라도 떨어뜨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지나간 물속에 작은 물고기들이 다시 모여들지 않을까.
오늘의 영어
a school of fish (물고기 떼): 잉어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피라미와 송사리 떼다. 여기서 school은 학교가 아니라 떼를 뜻한다. A school of small fish follows the carp.
predator (포식자): 다가오는 족족 삼켜버리는 가물치다. 반대말은 먹잇감을 뜻하는 prey다. A snakehead is a predator. It hunts alone.
loner (혼자 다니는 사람): 지느러미 날을 세우고 혼자 헤엄치던 내 모습이다. I became a loner. A carp is rarely alone.
잉어 곁에는 a school of fish가 모이고, 가물치는 결국 loner가 된다.
혼자 노니는 가물치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36WvuRjOv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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