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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치, 너희들 커플이구나!
2026년 9월 28일, 날씨 맑음
오늘 물속에서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는 가물치 두 마리를 만났다. 가물치는 평소 물속에서 늘 홀로 은밀하게 유영하는 모습만 보았기에, 이렇게 두 마리가 나란히 곁을 지키며 다정하게 헤엄치는 광경은 무척이나 낯설고 특별했다. 둘이 꼭 붙어 헤엄치는 모습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가물치, 너희들 커플이구나!"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두 마리의 덩치와 무늬가 미묘하게 달랐다. 순간 호기심이 일었다. 이 둘은 진짜 암수 커플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히 같은 성별끼리 마주친 걸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관련 내용을 살펴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가물치는 텃세와 영역 의식이 워낙 강해 다른 가물치와 마주치면 격렬하게 싸우기도 하는 사나운 포식자라고 한다. 싸우지 않고 나란히 붙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짝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였다.
그동안 내가 본 가물치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었는데, 집에서 사진과 영상을 지문 대조하듯 무늬까지 맞춰 보니 각각 따로 봤던 바로 이 가물치 한 쌍이었다.
암수 구별법을 더 알아보니 특징이 한눈에 들어왔다. 몸집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이 수컷이고, 조금 더 작은 것이 암컷이라 한다. 그 기준을 대입해 사진과 물속을 찬찬히 살펴보니 비로소 짐작이 갔다. 오른쪽 큰 놈이 수컷이고, 왼쪽 작은 놈이 암컷인 것 같았다. 많은 물고기에서는 암컷이 더 큰 경우가 있는데, 왜 가물치는 수컷이 더 클까? 실제로 수컷이 암컷보다 더 크게 자란다는 기록이 있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번식기에 수컷이 둥지를 지키는 데 힘을 쓴다면 그 큰 몸집이 이해될 것도 같았다. 참으로 자연의 신비는 늘 나를 놀라게 한다. 자라도 그렇고 가물치도 그렇고 정말로 놀라운 동물이다.
가물치 부부가 어떻게 사는지 들여다보니, 물고기의 세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경이로운 사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가물치는 새처럼 둥지를 짓는다고 한다. 마름이나 붕어마름 같은 물풀을 모으고 몸과 지느러미로 거친 수초를 매만져, 수면 위에 때로는 지름 1미터 안팎에 이르는 뗏목 같은 둥그런 둥지를 완성해낸다.
알을 낳은 뒤의 정성은 더욱 애틋하다. 가물치의 알은 기름 성분이 풍부해 물에 뜨는 부유성 알인데, 암수가 마련해 둔 둥지 안쪽에 흩어지지 않고 모여 안전하게 떠 있다. 알을 낳고 나면 매정하게 자리를 뜨는 대부분의 어종과 달리, 가물치 부부는 둥지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다. 혹여 알 주변의 물이 정체될까 봐 지느러미를 부드럽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신선한 물을 순환시켜 준다.
둥지를 갉아먹거나 알을 노리고 다가오는 붕어나 거북이, 물새 등이 보이면 온몸으로 사납게 물어뜯어 쫓아낸다고 한다. 마침내 며칠 뒤 알을 깨고 나온 치어들이 뭉쳐 다니기 시작하면, 암수 한 쌍은 치어 떼의 좌우와 아래를 철통같이 에워싸는 호위함이 된다. 어린 새끼들이 스스로 먹이를 사냥할 만큼 자라 독립할 때까지, 부부는 먹이 활동조차 줄여가며 그 곁을 온몸으로 방어한다.
그 숭고한 헌신을 알고 나서 탄천 산책의 원래 목적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아 영어 공부였지. 오늘은 또 무엇을 건져 올릴 수 있을라나... 이 다정한 연인 같은 둘을 보면 영어로 a couple을 떠올리며 a couple of snakeheads라고 하면 가물치 한 쌍인가? 아니면 그냥 가물치 두어 마리인가? 헷갈린다.
그래서 검색해 보았다. 영어에서 a couple of는 단순히 두어 마리라는 수량적 의미로 먼저 쓰인다. 게다가 동물의 짝을 표현할 때는 couple보다 pair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특히 이들처럼 둥지를 틀고 새 생명을 함께 지켜내는 한 쌍은 a breeding pair of snakeheads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생물학의 냉정한 시선을 벗어나 보면, 사나운 녀석들이지만 둘이 서로에게 기대어 물결을 가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연인의 모습이다. 그래서 제목에 맞는 영어는 "You two are a couple!"이다. 하지만 이건 사람 취급해 주는 것이니 가물치 입장에서 기분 좋은 말이긴 하겠지만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They are a pair"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물속에서 홀로 헤엄치는 가물치를 마주친다면, 예전에 붙였던 별칭처럼 그저 차갑고 위험한 수중의 암살자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네 짝은 어디 두고 홀로 마실을 나왔니?" 하고 마음속으로 다정한 말을 건네게 될지도 모른다. 홀로 살아가는 사나운 가물치마저 무장해제시키는 힘, 그것은 결국 사랑인 것 같다.
결국 가물치의 세상이나 사람 세상이나 사는 모습은 다르지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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