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의 식탁 : 알밤(Wild Chestnuts)과 꿀밤(Acorns)

 올리비아의 식탁 : 알밤(Wild Chestnuts)과 꿀밤(Acorns)

[지난 토요일 벌초하며 주워 온 알밤(Wild Chestnuts)과 꿀밤(Acorns)]

지난 토요일 고향에 벌초하러 다녀왔습니다. 산소가 산 깊은 곳에 있어서 한참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오가는 길에 떨어진 밤만 주웠는데도 꽤 많이 모였습니다. 사진 속 밤은 어제 삶아 먹고 남은 절반 정도입니다.

아들은 먹어보라고 해도 입에도 대지 않네요.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덕분에 올리비아와 저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밤은 푹 삶지 말고 살짝만 익혀서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 살아 있어야 훨씬 맛있습니다.

그런데 밤을 줍다 보니 어릴 적 습관처럼 도토리도 손에 잡히는 대로 함께 주웠습니다. 모아 놓고 보니 양이 좀 애매합니다. 무게를 달아 보니 530g.

올리비아에게 무심코 한마디 던졌습니다.

"이것 갖고 도토리묵 한번 만들어 봐요."

"세상에나, 이걸로 어떻게 도토리묵을 만들라고……"

올리비아는 언젠가 마트에서 사 온 도토리가루로 내가 좋아하는 도토리묵을 만들어 준 적이 있어서 별 거부감 없이 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건 난이도가 다른 모양입니다.

말은 그렇게 해 놓고 검색해서 도토리묵 만드는 공정을 확인해 보니, 저도 "이건 아무래도 아니다" 싶었습니다.

어릴 적 저는 도토리 털기의 명수였습니다. 남들은 나무에 올라가지 못해 아래에서 돌로 치고 있을 때, 저는 가지가 부러지지 않을 높이까지 최대한 올라가 발로 힘껏 쳤습니다. 그러면 새파란 열매까지 우두둑 떨어져서 두 번 털 필요가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상수리나무의 아래쪽을 보면 한결같이 돌에 찍힌 자국 때문에 큰 상처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요?  산에 한 번 다녀오면 배낭 한가득 정도는 쉽게 주워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잘 말려 껍질을 벗기고, 갈아서 물에 담가 며칠간 우려 내신 뒤에 도토리묵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어깨너머로만 봐서 자세한 공정은 몰랐는데, 지금 와서 찾아보니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올리비아에게 맡겨 두면 절대 도토리묵으로 나올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양도 얼마 안 되고 말려서 껍질 까는 것도 귀찮아, 그냥 살짝 데쳐서 직접 까기로 했습니다. 이제 겨우 2/3쯤 깠는데 인내심이 꽤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양이 너무 적어서 이걸로 뭘 해 먹겠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아, 덜 주워 오길 잘했다.

모자라는 건 도토리가루를 사서 섞으면 되지.

앞으로는 줍지 말자고 다짐해 봅니다.

내일까지 다 까서 일단 냉장고에 넣어 둘 생각입니다. 나머지는 올리비아가 알아서 하겠죠?

도토리묵이 될지 도토리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요리가 되어 나오면 다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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