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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산책 : 비둘기도 일광욕을 하네

[날개를 펴서 일광욕을 하는 비둘기들]

탄천에서 자라, 잉어, 가물치 등을 렌즈에 담고 돌아오던 길, 인근 아파트 화단 언저리에 비둘기들이 유독 빽빽하게 모여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긴 아파트라 누군가 모이를 주는 사람이 많기에 누군가 던져준 모이라도 바삐 주워 먹고 있으려니 짐작했지만, 가까이 다가가 마주한 풍경은 전혀 달랐습니다.

많은 녀석들이 날개를 옆으로 길게 늘어뜨린 채 흙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습니다.

비둘기야 도시 어디서든 흔히 마주치는 새이지만, 이런 모습은 평생 처음 보는 생소한 광경이었습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많은 비둘기가 일제히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혹여 독극물이라도 잘못 주워 먹고 떼지어 쓰러진 것은 아닌가 하는 덜컥 불길한 염려가 앞섰습니다.

잿빛 깃털을 모래 위에 비스듬히 눕히고 눈을 지그시 감은 그 모습은, 영락없는 조난자들의 마지막 형상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빨리 스마트폰을 이용해 검색해서 진실을 확인한 순간, 불길함은 이내 경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죽음의 그림자가 아니라, 비둘기가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온몸의 깃털을 부챗살처럼 활짝 펼쳐 내리쬐는 햇살을 받아내는 것.

녀석들은 햇볕 아래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이나 자라만 일광욕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비둘기도 일광욕을 하다니... 

신기했습니다.

새의 깃털은 하늘을 날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진드기와 같은 외부 기생충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새들은 부리로 깃털을 다듬고 몸을 털어내는 것뿐 아니라, 때로는 이렇게 햇볕 아래 몸을 펼쳐 깃털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 전까지 죽어가는 줄 알았던 비둘기들이 갑자기 전혀 다른 존재로 보였습니다.

가장 위태로워 보이던 순간이 실은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었던 셈입니다.

상처 입어 바닥에 쓰러진 줄로만 알았던 존재가, 실은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다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처음 본 비둘기의 이 이상한 자세가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날개가 무거워 뭔가 털어내고 싶을 때는 잠시 저 비둘기들처럼 해도 괜찮겠습니다.

괜히 바쁘게 날아다니지 말고,
가끔은 햇볕 좋은 곳에 납작 엎드려
날개를 활짝 펴고 쉬어가는 것.

어쩌면 그것도 살아가는 방법일 테니까요.


일광욕을 하는 비둘기들 => https://www.youtube.com/shorts/eEdoPop2U0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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