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남아 있는 나날, 왜? 왜? 왜?

올리비아의 식탁 : 커피 내리기 놀이

요즘은 출근하는 날이든 아니든 늘 아침 일찍 눈을 뜹니다.

잠을 몇 시에 자든 빠르면 네 시 반, 늦어도 다섯 시 반이면 저절로 깹니다. 주말에는 좀 더 자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됩니다. 몸이 피곤해도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눈이 떠집니다.

그리고는 습관처럼 큰아들 방으로 갑니다. 혹시 올리비아가 깰까 싶어 비어 있는 큰아들방에서 노트북을 켭니다. 그리고 글을 씁니다. 글 쓰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도 모릅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교회에 가기 전, 올리비아가 분주히 아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별로 도와주지 않아도 늘 하던 대로 혼자 잘할 것 같지만,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에 빈말이지만 한마디 던져 봅니다.

“뭐 좀 도와줄까?”

“그럼 커피 좀 내려줘요.”

아, 이런. 괜히 물어봤습니다.

새로 알게 된 작가님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 막 협력 제안을 보내는 이메일을 마무리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래도 던진 말도 있고, 평일에는 주방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니 주말에는 뭐라도 하는 척이라도 해야 잔소리 세례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말 없이 커피를 갈고 물을 끓입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잔소리가 날아옵니다.

“아니, 물부터 끓여야지. 커피부터 갈면 어떻게 해요?”

몇 분 차이인데 꼭 순서를 지켜야 하나 싶지만, 군말 없이 “알았어요”라고 합니다. 막 그라인더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추고 포트에 물부터 채워 끓입니다.

집에서는 늘 드립커피를 마십니다. 한 번 이 방식에 발을 들이고 나니 다른 커피는 잘 못 마시겠습니다. 표면에 줄이 나 있는 이 도자기 드리퍼와 이 꼬불꼬불한 커피 필터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매끈한 도자기 드리퍼와 매끈한 필터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주로 이 줄이 나 있는 이 도자기 드리퍼와 꼬불꼬불한 커피 필터를 주로 사용합니다. 같은 커피라도 내리는 그릇과 필터 모양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게 신기합니다.

커피를 내리는데 검은 거품 사이로 눈이 두 개 생깁니다. 처음에는 작은 점 두 개였는데, 물을 더 붓자 가운데가 조금씩 벌어지며 입처럼 보입니다. 꼭 놀라서 저를 쳐다보는 얼굴 같습니다.

[물을 부을수록 표정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중간에 눈이 하나 빠져 애꾸가 되어 버렸습니다]

재미있어서 물을 붓는 틈틈이 사진을 계속 찍습니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혼자 커피 내리는 놀이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가 봅니다.

저는 늘 그렇듯 혼자 신이 나서 이 재미있는 모양을 좀 보라며 흥분해서 이야기합니다. 커피를 다 내리고 나서는 재빨리 방으로 도망가 이메일을 완성하고 식탁에 앉았습니다.

오늘따라 커피가 참 맛있습니다.

제가 가장 맛있게 먹는 커피는 제가 내린 커피입니다. 하하.

그 말을 또 주책없이 올리비아에게 합니다.

올리비아는 혀를 끌끌 차며 말합니다.

“자기애가 참 충만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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