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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4월 17일 목요일, 날씨 18
'눈이 아프다'
홍역은 좀 가라앉고 오늘은 눈이 아팠다.
잘 보이지도 않았다.
고개를 잘 들지도 못하였다.
고개를 들면 눈이 아팠다.
눈이 좀 아프지만 어지간하면 내일은 갈 것 같았다.
내일쯤 가면 교과서를 많이 배웠을 것 같아 책도 읽을 수가 없어서 그냥 가방만 싸 놓았다.
***
홍역을 치르면서 가장 큰 후유증이자 걱정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홍역을 앓은 지 열흘째 되던 날, 열은 좀 가라앉았지만 눈의 통증과 함께 앞이 흐릿해지는 증상이 찾아왔고 이런 현상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일기의 마지막 대목은 며칠 결석한 사이 학교 진도가 많이 나갔을까 봐(뒤처졌을까 봐) 미리 예습이라도 해두려 했으나, 눈이 너무 아파 도저히 책장을 넘길 수 없어 그저 책가방만 챙겨두었다는 안타까운 고백입니다.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학습 진도를 걱정하고 책을 펼치려 애썼다니, 어린 시절의 제가 참 대견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 눈이 아파 글자조차 읽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책가방을 챙겨두고 잠자리에 들었던 그 밤에는, 아픔을 이겨내고 배움과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간절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마음 깊이 품었던 그 성실함과 진심이 떠올라, 46년이 지난 지금 다시 마주해도 코끝이 찡해지고 마음 한구석이 애틋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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