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 불타는 6월과 잠자는 아리아드네, 당신의 선택은?

장가계 4박 5일 3편: 황룡동굴, 천문산, 72기루, 사석화박물관

장가계 4박 5일 3편: 황룡동굴, 천문산, 72기루, 사석화박물관

4. 넷째 날
4.1 황룡동굴

오늘의 일정은 오전 황룡동굴, 오후 천문산입니다. 황룡동굴은 중국 후난성 장자제 무릉원 핵심 풍경구 동쪽에 위치한 대규모 석회암 카르스트 동굴입니다. 호텔에서 전용버스를 타고 아침 일찍 황룡동굴로 이동합니다. 국경절 연휴인데도 이른 아침이라 줄 서는 사람도 거의 없이 바로 입장합니다. 아침 일찍 움직이니 이런 점이 참 좋습니다. 입장 전 입구에 있는 원숭이 동상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원숭이가 인간의 해골을 들고 책 위에 앉아 깊은 상념에 잠겨 있는 모습입니다. 작품 제목이 '생각하는 원숭이'라고 합니다. 기단의 네 귀퉁이에는 중국어, 영어, 한국어, 일본어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생각하는 원숭이 - 황룡동굴 입구 동상]

[생각하는 원숭이 - 황룡동굴 입구 동상]


받침대 명판에 적힌 한국어 글귀입니다. 

오늘, 우리는 흰 구름과 푸른 하늘을 들여올 수 없고, 

내일, 그들 또한 강과 산을 다시 빚어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구의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지 마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모레는 원숭이가 인류의 오늘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 2008년 세계 지구의 날에 기증

기획: YE WENZHI 

조각: LEI YIXIN


[황룡동굴 입구의 인상적인 화장실]
황룡동굴 입구에 있는 화장실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내부는 나무로 기본 틀을 만들고 그 위에는 갈대로 덮었습니다. 여기 주변 하천에는 갈대가 매우 많습니다. 키도 매우 큽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갈대를 베고 있었는데 이 갈대로 공예품도 만들고 이런 이엉도 만드는 것 같습니다. 동력이 없어도 환기가 잘 되는 이상적인 구조이면서 자연 친화적입니다. 


[황룡동굴 입구의 물레방아]


[황룡동굴 입구의 유자나무]

유자나무도 특이하길래 한번 찍어봅니다. 장가계에는 여기저기 이런 유자나무가 보입니다. 맛은 어떨지 한번 먹어 보고 싶었는데 특히나 과일을 좋아하는데 못 먹어본 게 좀 아쉽네요.

[황룡동굴 지도]
황룡동굴 입구에 있는 내부 지도입니다. 내부의 총 길이 7.5km, 수직 높이 140m라고 되ㅓ 있습니다. 내부에 흐르는 강도 있고 이것이 외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룡무청, Dragon Ballroom]

이런저런 인공 입구를 지나 본격적인 동굴 입구 근처에서 만나는 곳이 바로 룡무청입니다. 전체 동굴 중에서 가장 아기자기한 곳입니다.


[금과 은창, Golden Lance and Silver Pike]

동굴 내부 수직 고저차가 약 140m로 상당합니다. 동굴 안에는 지하 암천이 흐르고 있고 배를 타고 유람하는 코스가 함께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굴 내부 유람선]

이렇게 생긴 유람선을 타고 동굴 내부 끝까지 일단 갑니다. 

[황룡동굴 내부에 흐르는 강]

내부에 흐르는 강은 이런 모습입니다. 조명을 화려하게 해놓아 현실 감각이 좀 떨어집니다.


[황룡동굴 내부의 고저차가 상당함. 총 약 140m]

[쌍주영빈, 황룡동굴에서 인상적인 석주]

이 황룡동굴에서 인상적이긴 하지만 동굴 크기에 비해 석주는 그리 인상적인 규모는 아닙니다. 석주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것은 제가 가본 스페인 네르하 동굴의 석주라고 합니다. 높이가 32m이고 바닥 단면 기준 크기가 13m x 7m 정도로 엄청난 사이즈입니다.

[용왕보좌, 황룡동굴에서 가장 큰 석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높이는 약 12m로 별로 높지 않지만 지름이 약 7~8m(둘레 20m 이상)인 '용왕보좌'라는 석순입니다. 석순이 석주가 된 상태에서 계속 자라는 경우는 있지만, 아직 석순인 상태에서 이렇게 두꺼운 것은 상당히 보기 드뭅니다. 더구나 중앙 내부에 커다란 빈 공간이 있어 사람 15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옆면 일부만 개방되어 있어 무서운 괴수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황룡동굴 후궁 석순 군락지의 여러가지 모양의 석순들]


[황룡동굴의 정해신침]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들고 다니는 여의봉의 원래 이름이 바로 정해신침(定海神針)이라고 합니다. 높이가 약 20m나 되는데 중간에 가는 부분은 약 10c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서 있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1억 위안이나 되는 보험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석순'이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출구 쪽이 아닌 다시 입구 쪽으로 나옵니다. 출구로 나가면 더 멀기에 사람이 많을 때는 따로 운영하고 적을 때는 입구 쪽만 운영하는 듯합니다. 입구 쪽에 두 개의 문이 있는데 들어갈 때는 조금 더 큰 행복문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는 조금 더 작은 장수문으로 나옵니다. 행복문으로 들어가면 평생 행복해지고, 장수문으로 나오면 백 살까지 무병장수한다고 합니다.
 

[황룡동굴 입구의 종려방동사니(시페루스)]

한국에서 자주 보기 어려운 종려방동사니도 한번 담아봅니다. 한국에서는 화분에서 키우는 것만 보았는데 야외에서 이렇게 자라는 것은 처음 봅니다.

황룡동굴을 잘 보고 관심도 없는 한약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옵니다. 중간에 5천 원을 내고 마사지를 해주는 시간이 있어 받아보는데, 마사지는 제법 받아볼 만합니다. 점심을 먹고는 천문산으로 향합니다.


4.2 천문산
가서 보니 입구가 전날 천문호선쇼를 보았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천문산 입구]

입구에서만 봐도 웅장합니다. 천문산의 상징과도 같은 천문동도 좌측에 살짝 보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올라가며 보니 '천문호선'이란 글자와 함께 전날 앉았던 좌석도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천(天) 자 바로 중간 위에 앉아서 쇼를 관람했네요.

[천문호선 쇼 좌석]

일단 케이블카 승차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위로 올라갑니다. 케이블카를 타도 되고 셔틀버스를 타도 되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버스를 타면 올라갈 때 스릴을 느낄 수 있고 케이블카를 타면 절경을 감상하기에 더 좋습니다. 케이블카 경사 각도가 상당합니다.


[천문산 올라가는 케이블카]

천문산 케이블카를 내려서 바라보니 압도적인 광경이 펼쳐집니다. 무엇보다 산에 뚫린 커다란 구멍이 압도적입니다. 하늘로 통하는 입구란 뜻의 천문동(天門洞)입니다.

[천문산 천문동]

천문동 크기는 높이 131.5m에 너비가 57m입니다. 위치는 해발 약 1,26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연 관통 석회암 동굴이라 합니다. 에스컬레이터 5개를 올라가면 천문동 입구에 닿습니다.


[천문산 천문동]

가까이 가서 위를 쳐다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정말 웅장합니다. 동굴의 길이가 짧아 바로 아래에서 보면 좌우 양쪽의 문을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천문산 천문동 위에서 본 모습]
천문동을 지나 산 내부를 뚫어놓은 에스컬레이터를 또 7번이나 타고 산 정상까지 올라갑니다. 에스컬레이터 타는 시간만 꽤 걸립니다. 아까 지나온 천문동이 아래로 살짝 내려다보입니다.
[천문산 정상에서 아래를 본 모습]
천문산 위에서 아래 도로를 내려다보면 길 자체도 참 아찔합니다. 일반 차량은 올라오지 못하고 지정된 초록색 셔틀버스만 운행합니다. 날씨가 궂거나 눈이 오면 운행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천문산에서 찍은 꽃들 : 노랑물봉선, 투구꽃, 구절초]

천문산에서도 길가에 핀 꽃들을 찍어봅니다. 노랑물봉선은 처음 봐서 신기합니다. 보통 분홍색만 보았는데 노란색도 있네요. 구절초와 투구꽃은 한국에도 있습니다. 구절초는 보통 평지에 있고 투구꽃은 평지 대신 주로 높은 산에 자라는데, 이걸 모두 높은 산에서 함께 보니 이색적입니다.


[천문산과 천문동]

이건 다른 쪽에서 바라본 천문산과 천문동입니다.


[천문산 천문동]

이건 올라갈 때 제대로 못 본 천문동 입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에 작은 호수를 만들어 놓아 물에 비치도록 해두었습니다.


[천문산 천문동]
천문산 천문동 영상 => https://www.youtube.com/shorts/daOYCPs0BBM
천문동 바로 아래 경계벽이 쳐져 있어 중앙까지는 가지 못하지만 최대한 팔을 뻗어 찍어봅니다. 도대체 현실적인 감각이 없습니다. 양쪽이 하늘이고 수직 위 하늘을 올려다본 모습입니다. 각각 좌우 천문동 입구가 보입니다. 높이가 130여 미터라고 합니다.

[천문동에서 장가계 시내를 바라본 모습]

천문동에서 장가계 시내 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날씨가 맑아 멀리까지 잘 보입니다. 관광객이 꽤 몰리지만 가을 날씨에 관광지마다 친환경 전기버스가 셔틀로 운행되고 있어 공기가 상당히 깨끗합니다. 관광지 교통 시스템이 정말 잘 갖춰져 있습니다. 중간중간 쉴 곳도 많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화장실 때문에 중국 가기 싫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건 정말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천문산 천문동]
천문동을 앞에서 보니 고릴라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천문산 천문동]
에스컬레이터를 총 12개나 타고 내려옵니다. 아쉬운 마음에 떠나기 전 천문동 입구를 다시 한번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고릴라야 안녕, 다음에 또 만나자.


[천문산에서 본 하늘과 장가계시]

아래를 내려다보니 장가계 시내도 보이고 비행장과 골프장도 보입니다. 골프를 좋아하시는 일행분은 저기서 골프를 한번 쳐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천문산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길]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타기 직전 풍경을 다시 한번 카메라에 담습니다. 마침 올라가는 차와 내려가는 차가 모서리에서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해 봅니다.


[천문산 입구]
천문산 입구에 다 내려오니 오늘의 천문호선쇼를 준비하기 위해 슬슬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오늘도 볼만한 쇼가 이어지겠네요. 저녁을 먹고 시내에 있는 72기루로 향합니다.

[72기루]
장가계 시내에 있는 72기루(七十二奇樓)는 72개의 기이하고 독특한 누각이란 뜻입니다. 상서(湘西) 지역 소수민족인 토가족과 묘족의 전통 가옥 양식인 조각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웅장하고 기이한 형태로 쌓아 올렸습니다. 숫자 72는 토가족의 오랜 전설인 72기루 민담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건물 중앙에는 천문산의 천문동을 본떠 뚫어놓은 거대한 관통문(개구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러 먹거리도 많이 팔고 중심부에서는 쇼도 진행됩니다.


[외부에서 본 72기루]
여기는 일단 야경으로 볼만한데, 야경만 볼 생각이면 굳이 돈을 내고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외부에서만 봐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먹거리 역시 외부 야시장이 꽤 크게 조성되어 있어 얼마든지 맛볼 수 있고 외부가 가격도 더 저렴하다고 합니다.

5. 다섯째 날
다섯째 날은 떠나는 날이라 일정이 조촐합니다. 평상시보다 약간 늦은 7시 40분에 일정을 시작합니다. 먼저 대나무상품 매장으로 가 저렴한 대나무 수건 하나를 삽니다. 그다음 군성사석화박물관(軍聲砂石畫博物館)으로 향합니다. 군성(軍聲)이란 이 독창적인 사석화 기법을 1986년에 창시한 향토 화가 이군성(李軍聲, Li Junsheng)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는 "자연을 담는 그림은 자연의 물질로 그려야 한다"는 철학으로 장가계의 기암괴석과 계곡, 토가족의 삶을 모래와 돌로 빚어냈습니다. 사석화(砂石畫)란 모래 사(砂), 돌 석(石), 그림 화(畫)로 말 그대로 일반적인 물감 대신 장가계 자연에서 채취한 여러 색상의 모래, 자갈, 식물 껍질(나뭇가지, 대나무 껍질, 이끼 등)을 주원료 삼아 입체적으로 표현한 독창적인 예술 장르입니다. 입체적으로 빚어내어 질감이 확 살아 있고 돌과 모래로 표현했기에 정말 자연 그대로를 보는 듯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군성, 사석화 창시자]


[1층에 전시된 사석화]


[1층에 전시된 사석화]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에 들지만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워 패스합니다. 작품이 클수록 마음에 드는데 사더라도 마땅히 걸어둘 곳도 없습니다.


[공항에서 본 천문산과 천문동]
여유 있게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장가계공항은 국제공항이지만 아담한 규모라 출발 2시간 반 전에 도착했음에도 여유가 넘칩니다. 여행사 전용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다시 한번 천문산과 천문동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깁니다.
4박 5일 일정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독창적인 사석화 그림까지 알차게 감상하고 돌아섭니다. 마지막 일정으로 사석화박물관을 들른 것이 저에게는 참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웅장한 절경을 직접 눈에 담고, 그 절경을 담아낸 그림을 통해 다시 한번 여정을 복기할 수 있어 뜻깊습니다.

천문산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마주 오는 사람들끼리 국경절 명절이라며 "궈칭 콰이러(国庆快乐)"라고 인사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 우리말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거나 심지어 함께 사진을 찍자고 다가오는 중국인들도 참 많습니다. 중학생 정도로 어려 보이는 여학생 두 명이 칠성산 위에서 같이 사진 찍자고 해서 찍었는데, 왜 찍자고 했는지 한번 물어볼걸 그랬습니다. 번역기로 같이 사진 찍어 달라고 하길래 당연히 자기들 둘 사진을 찍어 달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저와 같이 찍자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한국인인 줄 알았을까 잠시 생각해 봤는데, 금방 답이 나왔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패키지 단체다 보니 다들 수신기와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단체 관광객 자체가 거의 한국인이다 보니 딱 보면 단번에 알아차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이곳 장가계에서만큼은 현지인들의 따뜻한 친절을 듬뿍 느낍니다.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참 좋은 인상을 품고 돌아가는 4박 5일 여행입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여행이 비교적 만족스럽지만, 패키지 상품의 쇼핑 구조에서만큼은 확실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쇼핑을 넣느냐 빼느냐에 따라 상품 가격 차이가 꽤 큽니다. 제가 다녀온 실속형 저가 상품의 경우 쇼핑몰에서 누군가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유지가 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같은 4박 5일에 거의 비슷한 동선이지만 '노옵션·노쇼핑' 프리미엄 상품으로 다녀오신 분들은 총비용으로 따져 저보다 수십만 원을 더 지불합니다.

현장에서 둘러본 쇼핑몰의 물건 가격들은 시중가에 비해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그 부풀려진 고가의 상품을 사서 마진을 메워주어야만 저렴한 패키지 가격이 유지되는 셈인데, 이런 기형적인 여행 상품 시스템은 앞으로 좀 개선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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