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 불타는 6월과 잠자는 아리아드네, 당신의 선택은?

오늘도 자라를 만난다 : 향어가 탄천에?

오늘도 자라를 만난다 : 향어가 탄천에?

[탄천에서 발견한 향어]

2026년 10월 3일, 날씨 맑음

토요일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탄천을 달렸다. 회사 근처에서는 보기 힘든 강준치도 다시 한번 보고, 서울공항 근처에 많은 백로와 가마우지 무리가 아침 먹이 경쟁을 벌이는 생생한 모습을 다시 한번 눈에 담고 싶어서였다. 기대했던 대로 귀한 흰목물떼새도 새로 마주치며 아침부터 수확이 꽤 쏠쏠했다.

다리 위에 멈춰 서서 물속의 강준치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어디선가 잉어들이 수면 위로 주둥이를 내밀고 뻐끔거리며 수십 마리씩 무리 지어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리 난간에 사람이 다가서자 무언가 먹을 것을 던져줄까 기대하며 아우성을 치듯 떼를 지어 온 것이다. 잉어 떼의 육중한 기세에 밀려 정작 담으려던 강준치는 저만치 밀려나 버렸고, 결국 강준치 영상은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렌즈를 돌려 발아래 웅성거리는 잉어 떼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날렵하고 미끈하게 뻗은 몸매에 촘촘한 그물망 같은 비늘을 두른 잉어들이 물살을 가르며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그런데 그 무리 한가운데, 유독 시선을 강하게 잡아끄는 특이한 실루엣 하나가 섞여 유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상태가 좋지 않은 기형 잉어인 줄 알았다. 다른 잉어들이 유선형의 날렵한 선을 그릴 때, 녀석은 유독 길이가 짧고 둥글넙적한 몸집이었다. 몸의 방향을 틀 때 비로소 그것이 이스라엘 잉어, 즉 향어임을 알아차렸다.

주변의 잉어들이 햇빛을 받을 때마다 비늘마다 잘게 부서지는 빛을 반사하는 반면, 녀석의 등판은 거무스름하고 매끄러운 가죽 같았다. 온몸을 감싸야 할 비늘이 씻은 듯 사라진 채, 매끄러운 살갗을 그대로 드러내며 헤엄치고 있었다.

어떻게 이 양식장의 물고기가 탄천 여울 한가운데로 흘러들어 잉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까?

향어는 우리나라 자연 하천의 토종 물고기가 아니다. 독일에서 선발과 품종 개량을 통해 비늘이 적은 형태로 육성된 잉어 계통으로, 훗날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내수면 양식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던 물고기다. 성장이 빠르고 살집이 두툼한 데다, 비늘이 적어 손질하기 편하다는 점 역시 인간이 이 종을 양식 대상으로 선택한 중요한 이유였다. 자갈과 모래 사이를 오가는 잉어에게 비늘은 일종의 갑옷처럼 보인다. 그런데 녀석은 인간의 쓰임에 맞춰 그 갑옷을 거의 벗겨낸 채 살아가는 운명을 타고났다.

양식장이나 낚시터에서 사료를 먹으며 식탁에 오를 날을 기다렸어야 할 녀석이 어떻게 이곳에 닿았을까. 아마도 여름철 거센 장마와 범람을 틈타 물길을 빠져나왔을 수도 있고, 누군가 무심코 물속에 놓아주었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얇은 가죽 살갗 하나로 날카로운 탄천의 자갈 바닥과 거센 물살을 버텨내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기적처럼 다가온다.

인간의 필요와 욕심으로 만들어낸 종, 그리고 인간의 부주의나 변덕으로 뜻하지 않게 자연에 던져진 존재. 시대가 흐르고 사람들의 입맛도 달라지면서 예전만큼 식탁에서 환영받지 못하게 되었고, 이제는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외래종이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차가운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인간이 멋대로 붙인 외래종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하게, 비늘을 잃어버린 향어와 촘촘한 비늘을 두른 잉어들은 아무런 적의 없이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유영하고 있었다. 서로의 다름을 탓하지 않고 같은 물살을 가르며 평화롭게 숨을 나누는 저들의 모습 앞에서, 문득 서글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필요할 땐 제 손으로 빚어내어 부려 먹고, 쓸모가 다하자 괴물이라 부르며 지워버리려는 인간의 변덕. 물속의 생명들은 이미 서로를 품어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정작 이 물길 밖의 인간은 도대체 어디까지 더 이기적이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오늘의 탄천 영어 노트 (Today's Tancheon English Notes)

  • Skygazer : 강준치 (이명: Predatory carp)

    • 예문: I stopped on the bridge to take a picture of a skygazer, but a school of carp pushed it away.

    • 해설: 입이 위로 치켜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생김새 때문에 Skygazer라 부르며, 작은 물고기를 사냥하는 육식성(predatory) 습성 때문에 Predatory carp로 불리기도 함.

  • Leather carp : 가죽잉어 (향어의 무비늘 품종)

    • 예문: A leather carp swimming among common carp caught my eye.

    • 해설: 비늘이 거의 없이 가죽처럼 매끄러운 피부를 지닌 잉어를 뜻함. (비늘이 드문드문 크게 박힌 형태는 Mirror carp라고 부름)

  • Common carp : 잉어

    • 예문: Common carp are characterized by their uniformly scaled bodies.

    • 해설: 온몸에 고르고 촘촘한 비늘을 두른 일반적인 잉어. (어류 집합 명사로 carp의 복수형은 그대로 carp를 씀)

탄천 향어 영상 :  http://www.youtube.com/watch?v=XGsl9bZH_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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