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 불타는 6월과 잠자는 아리아드네, 당신의 선택은?

오늘도 자라를 만난다 : 물고기가 만든 단색화

 오늘도 자라를 만난다 : 물고기가 만든 단색화


[탄천에서 알맞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작은 물고기들]

2026년 10월 3일, 날씨 맑음

아침 일찍 일어나 탄천을 자전거로 달리다 다리 위에서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걸음을 멈췄다. 물고기들이 이룬 오묘한 질서가 캔버스 위의 단색의 단색화 같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니 회사 회의실에 있는 단색화 대가 하종현 화백의 Conjunction_22-60이란 작품이 생각이 났다. 이제까지는 이 작품을 보면서 뭔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특별히 연상되는 장면은 없었는데 이제부터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탄천의 이 물고기가 질서 있게 물속에 또는 바닥에 있는 이 모습이 생각날 것 같다. 

모래 캔버스 위에 수많은 작은 물고기들이 점점이 있다. 어지럽게 뒤엉켜 있을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각자 일정한 간격을 지키며 오와 열을 맞춘 듯 균일하게 자리를 잡았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 안에 나름대로 질서가 숨어 있다. 바닥에 낮게 엎드린 모래무지는 모래 바닥에 붙어 있고, 중간에 떠 있는 피라미는 흐르는 물살을 온몸으로 마주한다. 서로 머무는 높이와 방식은 달라도, 머리는 모두 한곳을 향해 있다. 아래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지느러미를 쉼 없이 움직이며 제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누가 자를 대고 구획을 나눈 것도 아닌데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이 알맞은 거리. 바닥과 물속, 겹치지 않는 높이에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듯 유지하는 이 질서 덕분에, 수많은 물고기가 있음에도 각자의 자세와 위치를 온전히 지켜낸다. 

가까이서 보면 흐름에 맞서는 치열한 생존의 순간이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니 물결과 모래와 햇살의 그림자가 층층이 어우러진 눈부신 입체화다. 물살을 견디며 스스로 찍어낸 살아있는 점들. 바닥의 모래무지와 물속의 피라미가 함께 완성해 낸 가장 경이로운 점묘화다.

오늘의 탄천 영어 노트 

  • Pointillism: 점묘화

    • The fish created a living piece of pointillism in the stream.

    • (물고기들이 개울 속에 살아있는 점묘화를 만들어냈다.)

  • Gudgeon: 모래무지

    • Gudgeons stay close to the sandy riverbed.

    • (모래무지는 모래 바닥에 납작 엎드려 머문다.)

  • Pale chub / Minnow: 피라미

    • Pale chubs hover in the middle layer of the clear water.

    • (피라미들은 맑은 물 중층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떠 있다.)


[탄천에서 오와 열을 지어 있는 작은 물고기들]


[탄천에서 오와 열을 지어 있는 작은 물고기들]


[탄천에서 오와 열을 지어 있는 작은 물고기들]


[아래 얼룩덜룩한 것은 모래무지, 그 위에 떠 있는 것은 피라미]


[아래 얼룩덜룩한 것은 모래무지, 그 위에 떠 있는 것은 피라미]


[다리 기둥 뒤에 몰려 있는 아주 작은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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