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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자라를 만난다 : 장끼 세마리를 한꺼번에 만나다
2026년 10월 13일, 비 온 후 흐림
오전에 꽤 굵은 비가 쏟아졌다. 우산을 받쳐 들고 나설까, 아니면 오늘은 산책을 쉴까 망설이는 사이 점심 무렵 거짓말처럼 비가 갰다.
여느 때처럼 일찍 식사를 마치고 탄천으로 향했다. 비 온 뒤 불어난 물은 짙은 흙탕물이라, 오늘은 물속의 자라도 잉어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물길을 바로 찾는 대신 발길을 반대로 돌려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아파트 텃밭 쪽으로 돌아서 걷기로 했다.
빗물을 듬뿍 머금은 텃밭에는 가을 작물들이 싱그럽게 자라나고 있었다. 배추도 간간이 보이지만 단연 무가 압도적이다. 친구들과 함께 일구는 내 텃밭만 보아도 벌레 타고 손 많이 가는 배추보다는 무 키우기가 한결 수월해서 나와 한두 사람 말고는 거의 무만 심었는데, 사람 마음과 손길은 어디나 비슷한 모양이다. 난 텃밭에서 나는 것으로만 김장을 해 보리라 마음 먹고 대부분 배추를 심었다.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텃밭 길을 돌아 탄천 낮은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풀숲을 스치며 얼마쯤 걸었을까, 불과 10m 남짓 떨어진 길섶 덤불 속에 화려한 깃을 자랑하는 장끼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숨을 죽이고 바라보는데, 그 바로 곁에 또 한 마리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번엔 발밑에서 갑작스레 솟구쳐 오르는 바람에 렌즈에 담을 새도 없이 날아가 버렸지만, 오늘은 운이 좋다. 10m라는 가까운 거리라 기척을 낼까 가슴을 졸이며 세로 영상과 가로 영상을 번갈아 조심스레 담았다. 그런데 렌즈 너머를 살피던 중 한 번 더 숨이 멎었다. 풀숲에 가려져 있다 튀어나오는 또 한 마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장끼 세 마리가 한자리라니.
봄철 번식기라면 제 영역을 지키겠다고 핏대를 세우며 격렬하게 쪼아댔을 녀석들이다. 하지만 짝짓기의 긴장이 물러간 가을날, 녀석들은 소모적인 다툼 대신 빗물에 젖은 흙 위로 기어 나온 먹이를 나누며 곁을 허락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난봄 한 둥지에서 깨어나 어미 품을 벗어나기 전까지 서로의 경계망이 되어주는 형제들일지도 모르겠다. 이로써 탄천에서 까투리와 장끼까지 다 보게 되었다. 내년 봄까지 계속 산책을 하다 보면 새끼 꿩인 꺼병이까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흙탕물 탓에 자라는 만나지 못했지만, 비 온 뒤 탄천 수풀은 10m 코앞에서 마주한 세 마리 장끼의 찬란한 깃털로 눈부시게 채워졌다. 가을이 깊어가는 길목, 탄천이 건네준 뜻밖의 선물이다.
오늘의 탄천 영어 노트 (복습)
Pheasant: 꿩 (통칭)
Cock pheasant (또는 Rooster pheasant): 장끼 (수꿩)
Hen pheasant: 까투리 (암꿩)
Pheasant chick: 꺼병이 (꿩의 어린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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