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 불타는 6월과 잠자는 아리아드네, 당신의 선택은?

오늘도 자라를 만난다 : 늘 곁에 있어 놓쳐버린 이름, 청둥오리

오늘도 자라를 만난다 :  늘 곁에 있어 놓쳐버린 이름, 청둥오리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청둥오리의 머리색깔]

2016년 10월 17일, 날씨 맑음

탄천을 산책할 때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오리는 흰뺨검둥오리이고, 그다음으로 또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청둥오리다. 수면을 유유히 가르는 모습이 너무나 익숙해서 그동안 써 내려간 수많은 탄천의 기록 속에 당연히 담겨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쌓아온 동물 에세이들을 돌아보니, 어찌 된 일인지 흰뺨검둥오리와 백로, 왜가리, 잉어들의 이야기는 차곡차곡 쌓여 있는 반면 정작 청둥오리에 대한 글은 없다.

늘상 보이고 언제든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전에 찍은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니 청둥오리를 2년 전의 운중천에서의 일이었고 올해 들어 청둥오리를 본 것은 10월3일이 처음이다. 오리류가 워낙 눈에 익은 동물이라 올해도 여러 번 보았거니 착각했던 셈이다. 너무 가깝고 익숙한 존재는 때로 시야의 사각지대에 놓이듯, 청둥오리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한동안 통 보이지 않다가, 찬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들어서야 비로소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오랫동안 보아 왔으면서도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다 오랜만에 마주한 탄천의 햇살 아래서 수컷 청둥오리의 목덜미를 보게 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던 녀석의 목덜미로 가을볕이 강하게 내리꽂히자, 짙은 초록색인 줄만 알았던 깃털이 금속성의 영롱한 빛을 뿜어냈다. 그것은 매끄럽게 잘 닦인 오래된 청동 거울에서나 볼 수 있는 깊고 찬란한 빛깔 그 자체였다.

집에 돌아와 어원을 찾아보니, 깃털의 청동빛에서 왔다는 설도 있으나, 유력한 설 2가지는 머리가 푸르다 하여 '청두오리'에서 변했다는 설, 등이 푸르다 하여 '청등오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지고 있었다. 어느 쪽이 맞든, 햇살 속에서 내가 본 것은 틀림없는 청동빛이었다. 햇빛의 각도에 따라 청록색의 에메랄드 빛과 짙은 청동색을 오가는 그 목덜미는 자연이 빚어낸 가장 완벽한 금속 공예품 같았다.

다만 이렇게 화려한 수컷과 달리 암컷은 이렇다 할 특이점이 없어 무심히 지나치기 쉽다. 온통 수수한 갈빛 깃털로 덮여 있어서, 옆에서 화려한 수컷과 함께 헤엄치는 모습을 보지 않으면 이게 청둥오린지 흰뺨검둥오리인지 언뜻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원래 청둥오리는 찬 바람이 북쪽에서 몰고 오는 겨울철새지만, 요즘은 도심 하천에 눌러앉아 아예 텃새가 된 무리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오랫동안 보지 못하다가 비로소 마주한 탄천이지만, 잊고 있던 그 이름을 온전한 눈으로 다시 읽어낸 기분이다.

이제라도 가을빛이 내려앉는 탄천 변에서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청둥오리의 진짜 모습을 차분히 기록해 두어야겠다. 오랫동안 뜸했다가 다시 찾아와 매일의 산책길에 묵묵히 동행해 주는 그 반가운 발걸음들에게 이제야 제대로 된 이름을 건네본다.


10/25 추가사항

오늘 보니 탄천에 청둥오리가 훨씬 많이 보인다.지난주에는 흰뺨검둥오리가 훨씬 많다고 적었는데, 한 주 동안 북쪽에서 청둥오리가 많이 이동해 왔는지 이제는 흰뺨검둥오리보다 훨씬 많이 보인다.


오늘의 탄천 영어 노트

  • mallard : 청둥오리

  • drake : mallard의 수컷

  • hen : mallard의 암컷 (duck이라고도 함)

  • Spot-billed duck :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는 머리의 색깔로 암수 구분이 가능한데 어떤 경우에는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다음 사진처럼. 교잡종이라 그런 건지 아직 어린 개체가 섞여 있어서 그런지 모리의 색깔이 흰색인데 수컷같아 보이는 것도 있다. 

청둥오리 수컷 2, 암컷 1, 민물가마우지 1


[청둥오리 수컷 4, 암컷 1]


[청둥오리 수컷 5, 암컷 1] 수컷의 색깔이 다양함. 교잡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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