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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자라를 만난다 :도토리를 모으는 새가 있다고?
2026년 10월 31일, 날씨 맑음
책을 산 것도 여러 권이고, 도서관에서 빌린 것도 여러 권인데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는 게 열 권이 넘어 주말에 찬찬히 보려고 오전 시간을 보내다, 날씨가 너무 좋은 가을날, 그것도 시월의 마지막 날을 방 안에서만 보내기가 아까워 잠시 책을 덮고 탄천으로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집을 나서서 아직 탄천에 다다르기 전, 집 근처 운중천에서 낯선 새를 발견했다. 꽤 여러 마리였는데 찍기 어려운 위치에 있고 그나마 사람이 오니 금세 도망가서 제대로 찍은 것은 거의 없고, 동영상 몇 초만 겨우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은 인터넷에 있는 고화질 사진이고, 직접 찍은 동영상은 마지막에 첨부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어치는 옛 문헌에서는 '산가마귀'로도 불렸다고 한다. 서양의 신화에서는 '숲의 경비원'이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어치는 경계심이 매우 많고 침입자를 발견하면 특유의 거칠고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숲속 전체에 경고를 보내기에 유럽 옛 농부들은 어치를 '숲의 파수꾼'이나 '자연의 경보 장치'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어치(Jay)과에 속하는 새들은 종종 수다스러움이나 신들의 저주와 연관되어 등장한다. 숲의 요정이나 인간이 오만함 때문에 새가 되었는데, 그 유산으로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사람의 소리를 흉내 내는 재주를 얻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실제로 어치는 주변의 다른 새소리나 맹금류 소리를 기가 막히게 흉내 낸다고 한다.
어치는 참나무 숲의 가장 훌륭한 조력자라고 한다. 가을이면 도토리를 땅속이나 바위틈에 파묻어 '저장고'를 만드는데, 지능이 좋아 자신이 어디에 숨겼는지 대부분 기억해 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까먹고 파묻어 둔 채 잊어버리게 되는데, 이 도토리들이 이듬해 싹을 틔워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자라난다고 한다. 즉 숲을 가꾸는 숨은 정원사인 셈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 책장을 덮고 탄천으로 향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요란스럽게 울리던 녀석의 경보음은 어쩌면 방 안에 갇혀 있던 나를 향한 자연의 다정한 부름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람쥐만 할 수 있는 줄 알았던 도토리 모으기를 해내는 푸른 날개의 숲의 파수꾼 어치 덕분에, 오늘 내 가을 산책길은 한층 더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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