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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의 식탁 : 쪽파의 추억
가을볕이 깊어가는 텃밭을 바라보면 문득 옛기억이 짙게 피어오르곤 합니다. 지금 텃밭의 절반을 차지하며 싱그럽게 자란 쪽파를 볼 때마다, 어릴 적 집 앞의 밭 한가득 쪽파를 심고 거두던 풍경이 고스란히 생각납니다.
어린 시절 집 앞의 큰 밭은 가을만 되면 배추와 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쪽파밭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살던 곳에서는 쪽파 대신 당파라고 불리었습니다. 이 쪽파는 집안의 든든한 살림 밑천이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비닐을 씌웠는데,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어머니께서는 매일같이 그 파를 뽑아서 다듬은 다음 적당한 크기로 묶어 장에 내다 파셨습니다. 쪽파가 저의 형제들의 학자금 마련에 큰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쪽파를 밭에서 뽑거나, 그렇게 뽑은 파를 지게에 가득 짊어지고 날라오는 것은 고스란히 저의 몫이었습니다.
어머니를 도와 부지런히 져 나른 쪽파는 밤이 깊도록 다듬어야 했습니다. 쪽파 다듬는 일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밤늦도록 어머니와 나란히 쪽파를 다듬었는데, 파의 매운 알싸함 때문에 눈물이 핑 돌면서도 밤늦게까지 손을 움직였습니다.
파가 머리에 좋다는 속설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집 농사 품목의 주요 생산품이자 자연스럽게 친숙해져서인지 우리 가족은 유독 파를 많이 먹고 자랐습니다. 그 시절의 향수 때문인지 지금도 텃밭에만 가면 쪽파를 한가득 심고 싶은 욕심이 앞섭니다. 이번에도 텃밭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쪽파로 채웠는데, 정성을 들인 만큼 기특하게도 아주 잘 자라주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싱싱한 쪽파를 듬뿍 뽑아왔더니 올리비아가 정성껏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매콤하고 알싸한 맛이 일품인 쪽파김치를 담고, 노릇노릇하게 지져낸 쪽파전은 구수한 된장국과 함께 상에 올렸습니다. 쪽파는 밀가루가 최대한 적게 들어가고 쪽파가 그대로 씹힐 정도가 되어야 맛이 납니다. 살짝 데쳐 콩가루에 고소하게 무쳐 낸 쪽파요리 또한 올리비아의 손길로 완성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습니다.
쪽파는 이렇듯 투박한 눈물의 추억을 품고 있으면서도, 식탁 위에서는 올리비아의 따뜻한 손길을 통해 어떤 요리와도 어우러지는 참 고마운 채소입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거쳐 오늘날 올리비아의 밥상에 오르기까지, 쪽파는 언제나 몸과 마음을 뭉클하게 채워주는 저의 비타민이자 영양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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