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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자라를 만난다 : 아이, 부끄러워
2026년 10월 1일, 날씨 맑음
오늘도 점심을 먹고 자라를 보기 위해 탄천으로 나와 늘 가던 다리 위를 걷는다. 저만치 얕은 여울목에는 새하얀 날개를 접고 우아하게 서 있는 중대백로 한 마리가 보인다. 특유의 날카롭고도 고요한 눈빛으로 물속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가만히 숨죽인 채 중대백로의 사냥 순간을 기다리며 카메라를 대고 있는데, 문득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니 자라 한 마리가 얕은 모래가 깔린 물속을 슬금슬금 기어가는 게 보였다. 큼직한 자라였다.
내 시선이 녀석에게 딱 꽂힌 순간이었다. "어? 자라다!" 하고 나도 모르게 뱉은 탄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들이댄 카메라가 부담스러웠던 걸까.
카메라를 의식해 걸음을 재촉하던 자라는 이내 결심했다는 듯 발을 파닥거리며 바닥 모래를 헤집기 시작했다.
'아이, 부끄러워, 나 쳐다보지 마!'
온몸을 비틀며 모래를 훌훌 파내더니, 순식간에 모래 속으로 머리끝까지 파고들며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물속에 뽀얗게 모래가 풀려 퍼질 뿐, 방금 전까지 거기 있던 녀석의 윤곽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그동안 모래 속으로 파고드는 자라를 여러 번 마주쳤지만, 워낙 찰나의 순간이라 영상으로 온전히 담아내지 못해 늘 아쉬웠다. 그런데 마침내 오늘, 많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 생생한 은신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렌즈를 들이대던 나는 그 감쪽같은 솜씨와 귀여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사람의 호기심 어린 눈길 하나에 곧바로 펼쳐진 녀석의 귀여운 은신술. 저만치 여울목의 중대백로는 여전히 제자리에 선 채 물속만 묵묵히 응시하고 있었다.
오늘 탄천에서 마주친 뜻밖의 장면, 그렇게 자라는 모래 속에 쏙 숨어버렸다.
혹시 탄천을 걷다 모래 속으로 숨어버린 자라를 보더라도, 금방 다시 나오기를 기대하며 무작정 기다리지 않는 편이 좋다. 자라는 공기 중의 산소를 들이마시는 허파 호흡뿐만 아니라, 입 안쪽 점막이나 피부를 통해 물속에서도 보조적으로 산소를 흡수하는 독특한 호흡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중 호흡 능력 덕분에 자라는 한번 모래나 진흙 속으로 파고들면 꽤 긴 시간 동안 몸을 숨긴 채 머물 수 있다. 물론 자라도 때가 되면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쉬지만, 그 간격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길다. 다가올 겨울이면 수면에 오르지 않은 채 차가운 진흙 속에 온몸을 묻고 몇 달씩 긴 겨울잠에 들기도 한다.
오늘의 탄천 영어 노트
Burrow into the sand: 모래 속으로 파고들다
Hibernation: 동면, 겨울잠
Extrapulmonary respiration: 폐 외 호흡 (허파 이외의 기관을 통한 호흡)
단어가 낯설고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가 잘 아는 심폐소생술 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의 P가 바로 '폐, 허파'를 뜻하는 Pulmonary다. 여기에 바깥을 뜻하는 Extra-가 붙었으니, 글자 그대로 '폐 바깥(피부나 점막 등)으로 하는 호흡'을 뜻하는 고급 생태·의학 어휘다.
한마디 영어 표현: 자라의 은신과 동면
The softshell turtle quickly burrowed into the sand to hide.
(자라는 숨기 위해 재빨리 모래 속으로 파고들었다.)
The softshell turtle stays buried in the mud during winter hibernation.
(자라는 겨울 동면 동안 진흙 속에 묻힌 채 지낸다.)
자라가 모래 속에 숨는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IZc5e9Vbh8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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