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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쓰는 글들의 거의 절반이 동물 관련 글이다 보니 동물이나 작은 생물에 관한 자료를 자주 찾아보게 됩니다. 성경 속 동물과 생물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다가 누룩까지 글을 쓰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고도 흥미롭게 다음 작은 생물인 '이'에까지 생각이 닿았습니다.
70년대만 하더라도 참빗으로 머리카락에서 이와 서캐를 빗어 내는 일은 일상의 한 풍경이었습니다. 머리가 가려워 참빗으로 이를 잡고, 손톱으로 서캐를 톡톡 터뜨려 본 기억이 있는 세대라면 그 시절의 풍경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위생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머리에 이와 서캐가 바글거렸을 뿐만 아니라, 머리에 부스럼이 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오죽하면 학교에서 가끔씩 머리에 하얀 약제를 뿌려 주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지만, 이와 서캐를 잡기 위한 살충 약제였습니다. 머리에 난 부스럼의 통증과 가려움 때문에 견디다 못해 아예 머리를 박박 깎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 머리에 난 부스럼 때문에 머리를 아예 박박 깎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문득 성경 속에서 '이'가 등장하는 대목들을 떠올려 봅니다. 성경에서 이는 단순한 해충을 넘어, 인간의 오만과 권력 앞에 내려진 거대한 심판의 상징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약 성경 출애굽기에는 이집트에 내려진 열 가지 재앙 중 세 번째 재앙으로 '이'가 등장합니다. 다만 성경에서 이 재앙에 등장하는 생물의 정체는 오늘날에도 명확하게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히브리어 원문을 두고 전통적인 번역처럼 '이'로 보기도 하고, 각다귀나 모기 같은 작은 날벌레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 번역인 '이'를 따라 본문으로 그 생생함을 살펴보겠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아론에게 명령하기를 네 지팡이를 들어 땅의 티끌을 치라 하라 그것이 애굽 온 땅에서 이가 되리라 (출애굽기 8장 16절, 개역개정)
그들이 그대로 행할새 아론이 지팡이를 잡고 손을 들어 땅의 티끌을 치매 애굽 온 땅의 티끌이 다 이가 되어 사람과 가축에게 오르니 (출애굽기 8장 17절, 개역개정)
요술사들도 자기 요술로 그같이 행하여 이를 생기게 하려 하였으나 못 하였고 이가 사람과 가축에게 생긴지라 (출애굽기 8장 18절, 개역개정)
요술사가 바로에게 말하되 이는 하나님의 권능이니이다 하였으나 바로의 마음이 완악하게 되어 그들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으니 여호와의 말씀과 같더라 (출애굽기 8장 19절, 개역개정)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바로도, 자신의 재주를 자랑하던 이집트의 요술사들조차 티끌에서 생겨난 작은 생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특히 요술사들이 이를 만들어 내려다 실패하고 "이는 하나님의 권능이니이다"라고 고백한 대목은 의미심장합니다. 개역개정이 '권능'으로 옮긴 이 말은 히브리어 원문에서 '하나님의 손가락'입니다. 티끌 같은 생물 하나가 곧 '하나님의 손가락'의 일이라는 사실은, 인간이 가진 허영과 권력이 얼마나 허망한지 극적으로 보여 줍니다.
이와 관련하여 스코틀랜드의 국민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796)가 1786년에 발표한 풍자시 《이에게 ― 교회에서 귀부인의 모자 위에 앉은 이를 보고》(To a Louse, On Seeing One on a Lady’s Bonnet at Church)는 인간의 본성을 가장 날카롭고 유쾌하게 꼬집습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가난 속에서 살았지만 민중의 언어로 서민의 삶을 노래했던 그는, 귀부인의 화려한 모자 위를 기어 다니는 '이'를 통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겉치레와 허영을 부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재치 있게 비판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시선 속에서 치장된 나의 모습이 진짜 나라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화려한 모자를 쓰고 뽐내는 귀부인의 머리 위에서 해충이 기어 다니듯, 우리가 쌓아 올린 지위와 명예, 그리고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이려 꾸민 수많은 허세의 이면에는 결국 똑같이 연약하고 부끄러운 민낯이 숨겨져 있습니다.
성경 속 티끌에서 생겨난 작은 생물과 번스의 시 속에서 귀부인의 모자를 기어오르는 이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귀부인은 자기 모자 위의 이를 알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눈짓과 손가락질은 그것을 이미 보고 있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한 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무엇을 자랑하며, 남에게 어떻게 보이기를 바라는가?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모자가 아니라, 남의 눈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지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별첨] 로버트 번스 - 이에게 (To a Louse)
(※ 아래 영어 시는 로버트 번스의 스코츠 방언 원문을 현대 영어로 옮긴 것입니다.)
To a Louse, On Seeing One on a Lady’s Bonnet at Church
(Robert Burns)
Ha! Where are you going, you crawling wonder?
Your impudence protects you well.
I must say you strut around splendidly
Over gauze and lace,
Though, truly, I fear you dine sparingly
In such a place.
You ugly, creeping, cursed marvel,
Detested and shunned by saint and sinner,
How dare you set your foot upon her,
So fine a lady!
Go somewhere else and seek your dinner
On some poor body.
Quick, go settle in some beggar’s hair at the temple;
There you can creep, and sprawl, and scramble
With others of your kind, those jumping cattle,
In swarms and nations,
Where neither horn comb nor bone comb dares disturb
Your thick plantations.
Now hold on there, you’re out of sight,
Below the frills, snug and tight.
No, indeed! You won’t be satisfied
Until you’ve reached
The very topmost, towering height
Of Miss’s bonnet.
My word! How boldly you stick your nose out,
As plump and grey as any gooseberry!
Oh, for some strong mercury ointment,
Or fierce red powder,
I’d give you such a hearty dose of it
It would dress your backside!
I wouldn’t have been surprised to spot
You on an old woman’s flannel cap,
Or perhaps on some ragged little boy,
On his flannel vest.
But Miss’s fine Lunardi bonnet! Shame on you,
How dare you do it?
O Jenny, don’t toss your head
And show off your charms all around!
You little know what cursed speed
The little pest is making.
Those winks and pointing fingers, I fear,
Are taking notice!
Oh, would some Power give us the gift
To see ourselves as others see us!
It would free us from many a blunder
And foolish notion.
What airs in dress and gait would leave us,
And even in devotion!
(참고: 영문 temple은 사원이 아니라 관자놀이를 뜻합니다.)
[한글 번역]
하! 어디로 가느냐, 기어 다니는 신기한 녀석아?
네 뻔뻔함이 너를 아주 잘 지켜주는구나.
얇은 비단과 레이스 위를
참으로 멋지게 으스대며 걷는다만,
정말이지, 그런 곳에선 네가 별로 못 먹을까 걱정이다.
못생기고, 기어 다니고, 저주받은 괴상한 녀석아,
성인도 죄인도 혐오하며 피하거늘,
어찌 감히 저토록 고운 귀부인에게 발을 올리느냐!
다른 데로 가서, 가난한 사람 몸에서 저녁을 찾아라.
어서 가서 어느 거지의 관자놀이 머리털에 자리 잡아라.
거기서라면 기고, 퍼지고, 버둥대도 좋다.
뛰어다니는 가축 같은 네 친족들과①
떼를 지어 나라를 이루고 살아라.
뿔빗도 뼈빗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너희의 빽빽한 농장에서.
자, 거기 가만있어라.
옷 주름 밑에 숨으니 보이지 않고 아늑하구나.
아니, 아니, 그걸로는 성에 안 차겠지!
아가씨 모자의 가장 높고 우뚝한 꼭대기까지
올라가
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맙소사! 참 당돌하게도 코를 내미는구나,
구스베리처럼 통통하고 잿빛인 것이.
아, 독한 수은 연고나 매운 붉은 가루약이 있다면
네 엉덩이가 혼쭐나도록
듬뿍 발라 줄 텐데!
노파의 플란넬 모자에서 너를 보았다면,
혹은 어느 누더기 입은 사내아이의 속옷에서 보았다면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가씨의 멋진 루나르디 모자라니②!
에잇, 어찌 감히 그럴 수 있느냐?
오, 제니여, 고개를 쳐들고
네 아름다움을 사방에 뽐내지 마라!
작은 해충이 네 위에서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는지
너는 짐작도 못 하는구나.
저 눈짓과 손가락질이, 아무래도,
이를 알아차린 것 같단다!
오, 어떤 힘이 우리에게 작은 재능 하나를 주었으면!
남이 보는 눈으로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는 재능을!
그러면 숱한 실수와 어리석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옷차림과 걸음걸이의 허세도 사라지고,
심지어 신앙심을 드러내는 태도까지도!
(주석)
① 이를 가축에 빗댄 번스의 익살스러운 비유
② 18세기말 열기구 비행가 루나르디의 이름을 딴 당시의 유행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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