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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4월 21일 월요일, 날씨 비 21
오늘 선생님께서는 내일은 저금을 많이 가져오고
또 일기장을 가져 오라고 하신다.
나는 전에 아파서 화요일날 저금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에 저금을 가져오지 않은 아이는 내일 꼭 가져오라고 하신다.
저금을 못 하면 통장만이라도 꼭 가져 오라고 하신다.
나는 내일 저금을 가져가겠다.
일기장은 나는 다 쓰지 않았다.
아파서 안 쓴 것도 있지만 그냥 안 쓴 것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된다.
※ 잘 썼읍니다. 인호(仁鎬) 4/22
***
이 일기에는 그 당시에 저금 통장 검사에 대한 학교 분위기가 잘 나와 있습니다. 1980년대 당시 학교에서는 저축 습관을 기르기 위해 정기적으로 은행 통장을 검사하거나 저축액을 확인하는 교육을 장려했습니다그 전주까지 홍역으로 인해서 결석도 했고 일기를 다 쓰지 못했기에 "은근히 걱정이 된다"는 걱정하고 있습니다. 홍역이라는 강력히 어필할 내용도 있고 더구나 눈이 잘 안보여 제일 앞에 앉아서 겨우 숙제 낸 것을 받아적었기에 걱정 안해도 될 상황인 것 같은데 그 당시 어린 마음에는 그런 정도의 생각은 못한 것 같습니다.
하단에 빨간색 펜으로 적힌 "※ 잘 썼읍니다"라는 선생님의 코멘트와 도장 그리고 날짜 4/22가 선명합니다. 한자로 인호(仁鎬)라고 되어 있는데 당시 6학년2반 담임을 하신 배인호 선생님 도장이네요. 지금도 살아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살아계신다면 찾아가서 큰절이라도 한번 한 다음 늦었지만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라고 하고 싶네요. 서투르지만 솔직하게 마음을 눌러 담은 어린 제자의 일기를 보신 배인호 선생님은 아마도 따뜻한 미소를 지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어떻게 철자도 모르고 '잘 썼읍니다'라고 썼나 하고 계시는 분이 있을까 봐 미리 말씀드리면 현재의 '잘 썼습니다'라는 표준어는 1988년에 제정된 것이고 그 전에는 '잘 썼읍니다'가 표준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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