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 불타는 6월과 잠자는 아리아드네, 당신의 선택은?

Stanley의 유년 시절 : 0418 - 눈이 아프다 (홍역 11일차)

1980년 4월 18일 금요일, 날씨 맑음

'눈이 아프다'

오늘은 학교에 갔다 

눈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길쯤은 다 보였다.

조금 멀리 있는 아이들은 보이기는 했지만 

누군지는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학교에 가니까 선생님이 내 놓은신 자습 문제도 잘 보이지 않아 

칠판 앞에 가서 쓰기도 하고 그래서 억지로 마쳤다.

선생님이 들어 오시자 내 자리를 1분단 제일 앞에 있는 

영탁이와 자리를 바꿔 주셨다.

***

홍역을 치르면서 찾아온 가장 큰 후유증은 시력 저하였습니다. 세상이 온통 뿌옇게 흐려지는 증세가 한동안 계속되었고, 11일차인 그날 아침에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눈앞에 사람이 걸어와도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교실에 들어가니 칠판에 적힌 자습 문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칠판 코앞까지 걸어가 글씨를 베껴 적어야 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시던 선생님께서 곧바로 조치를 취해주셨습니다.

평소라면 키 순서에 밀려 언제나 교실 맨 뒤 구석 자리를 지키고 있었겠지만, 이날만큼은 예외였습니다. 몇주간은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키 순서대로 자기 자리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전 언제나 맨 뒤 좌석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지시로 1분단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지금 기억으로는 체구가 제일 작았던 영탁이와 자리를 맞바꾸게 되었습니다. 

그 영탁이는 키가 작아 땅콩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영탁이는 제 때문에 맨 뒤로 밀려나 체구가 제일 큰 아이들 옆에서 괜히 손해만 보게 되었을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맨 뒤에서 맨 앞으로 단숨에 옮겨진 자리 덕분에 초점은 여전히 흐렸지만, 칠판 글씨만큼은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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