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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4월 23일 수요일, 날씨 맑음 23
'일기장 검사'
선생님께서 일기장을 검사하신다고 벌써 어제 일기장을 내었다.
오늘 아침에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시켜 아이들에게 일기장을 돌려주셨다.
선생님께서는 제목을 잘 생각해서 쓸 것,
말을 더 자세히 쓸 것, 여러 가지를 쓰지 말고 제목에 맞게
한 가지 특별한 이야기를 쓸 것 등을 더 잘 하라고 해 주셨다.
***
제가 어릴 때는 담임선생님께서 이런 식으로 주기적으로 일기장 검사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찍어 주기도 했고, 이전의 글처럼 빨간 글씨로 '잘 썼읍니다'라고 직접 적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제가 글을 쓸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제목인데, 제 글쓰기의 뿌리가 어디에 있나 하고 찾아보니 바로 이 일기장 검사를 하신 선생님의 지도 덕분이었습니다. 제목을 잘 생각해서 쓰라는 것, 말을 자세히 쓰라는 것, 여러 가지를 쓰지 말고 제목에 맞게 한 가지 특별한 이야기를 쓸 것 등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나름 모범생이었던지라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른 것이 지금 조금이라도 글을 쓸 줄 아는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학교에서 일기장 검사를 하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초등학생에게 일기를 의무적으로 쓰게 하고 이를 검사하는 관행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예전처럼 일괄적으로 걷어서 꼬박꼬박 검사하던 모습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기 쓰기를 권하고 지도하는 것만큼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이 46년 전의 일기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지금 와서 이 추억을 마주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46년 전의 일기를 보며 저는 다시 그때 선생님의 가르침을 되새겨봅니다. 그리고 이제는 '탄천 일기'라는 이름으로 오늘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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