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테오반고흐 : 4《꽃피는 아몬드 나무》 - 절망의 끝에서 피어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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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테오반고흐] 불멸의 화가를 완성한 위대한 화상 

4《꽃피는 아몬드 나무》 - 절망의 끝에서 피어난 희망

[ 빈센트 반 고흐 - 꽃피는 아몬드 나무(1890) ]

장소: 파리 테오의 집 / 생레미 정신병원

시기: 1890년 2월, 차가운 바람 속 온기가 스며드는 초봄

파리의 아침, 은은한 아기 우유 냄새가 감도는 집 안에서 테오가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아내 요한나의 품에 안겨 가느다란 숨을 쉬고 있는 포동포동한 핏덩이 아기.

테오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아기의 작고 따뜻한 손을 가만히 잡았다. 벅차오르는 감격에 테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요한나... 결정했어. 이 아이의 이름은..."

요한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두 사람의 마음은 하나로 통하고 있었다.

"그래요, 테오. 당신이 평생을 바쳐 지켜온 그 거룩한 이름을 이 아이에게 주고 싶어요."

테오는 펜을 들어 생레미 정신병원에 있는 형 빈센트에게 보낼 편지를 써 내려갔다. 글씨마다 기쁨의 떨림이 번져나갔다.

"사랑하는 형 빈센트에게,

드디어 아이가 태어났어! 아주 건강하고 다부진 사내아이야. 요한나와 나는 이 아이에게 형의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어.

형처럼 끈기 있고 용감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빈센트 위렘'이라고 이름을 지었어. 이 아이가 형처럼 위대한 영혼을 품은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기도해 줘."

한편, 생레미의 차갑고 쓸쓸한 병실.

발작과 고통의 밤을 견뎌내며 병원의 한구석 어두운 다락방에 갇혀 있던 빈센트는, 동생이 보내온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가 그 자리에 망연자실하게 굳어버렸다.

'빈센트... 내 이름을 아이에게...?'

빈센트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툭, 툭 떨어져 편지지 위로 번졌다.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을 미치광이라고 부르고, 가문의 수치라 여겨 외면했던 그 이름 '빈센트'. 그러나 동생 테오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첫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이름이라며 형의 이름을 물려준 것이었다.

"테오... 오 내 착한 동생..."

빈센트는 가슴을 죄어오는 뜨거운 감격에 벅차올라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직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병원 뜰 한구석, 차가운 가지 끝을 뚫고 수줍게 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흰 아몬드 꽃가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가장 지독한 추위를 견뎌내고, 봄의 시작을 세상에 가장 먼저 알리는 희망의 꽃.

빈센트는 그 길로 화실로 달려가 캔버스를 펼쳤다. 평생 그를 괴롭히던 어둡고 비틀린 광기의 색채는 어디론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의 붓 끝에서는 오직 맑고 투명한 옥빛 푸른 하늘이 펼쳐졌고, 그 위로 강인하게 뻗어 올라간 나뭇가지마다 눈부시게 하얀 아몬드 꽃송이들이 봄날의 축복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광기 속에서 쥐어짠 비극의 눈물이 아니었다. 조카를 향한 순수한 축복이자, 자신의 영혼을 구원해 준 동생 테오를 향해 바치는 생애 가장 눈부시고 아름다운 감사 노래였다.

몇 주 뒤, 파리의 테오 집에 커다란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포장지를 벗겨낸 테오와 요한나는 그만 숨을 턱 막히고 말았다. 화폭 가득 펼쳐진 환상적인 푸른 하늘과 눈부신 흰 아몬드 꽃.

그것은 테오가 평생 보아온 형의 그 어떤 그림보다 맑고, 평화로우며, 빛으로 가득 찬 완벽한 걸작이었다.

그림과 함께 들어있는 형의 편지를 읽으며, 테오는 아기를 안은 채 오열하듯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테오와 요한나에게,

내 이름을 딴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요람에 누운 그 작은 아이를 위해 나는 곧바로 붓을 잡았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만개한 흰 아몬드 꽃가지들을 그리고 있단다. 추운 겨울을 뚫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아몬드 꽃처럼, 내 작은 조카 빈센트의 삶에도 늘 희망과 빛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이 그림은 오직 내 작은 조카의 침실에 걸어두기 위한 것이다."

테오는 아기의 요람 위, 햇살이 가장 잘 드는 벽면에 형이 보내준 《아몬드 나무》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창가로 들어온 따스한 봄 햇살이 아몬드 꽃잎 위를 노닐고, 요람 속 아기 빈센트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동생 테오가 평생 흘린 피눈물과 희생은 결코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눈물겨운 사랑은 '빈센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피어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되어 온 집안을 따스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작품 노트 ]

  • 《꽃피는 아몬드 나무》 제작 시기: 1890년 2월 (남프랑스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조카의 탄생 소식을 듣고 제작)

  • 빈센트 반 고흐 사망 연도: 1890년 7월 29일 (향년 37세, 오베르되즈와즈에서 생을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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