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테오반고흐 : 1-1《몽마르트 언덕》- 몽마르트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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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테오반고흐] 불멸의 화가를 완성한 위대한 화상

1-1《몽마르트 언덕》-  몽마르트의 밤

[ Vincent van Gogh - Self-Portrait (1887/1889) ]

장소: 파리 몽마르트, 르피크 가 54번지 테오의 아파트

시기: 1887년 초봄, 깊은 밤

"그건 예술이 아니야! 가짜지! 비단옷을 입은 파리 귀족들의 눈요깃거리에 불과하다고!"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와인잔이 휘청였다.

붉게 충혈된 눈, 덥수룩한 붉은 수염을 휘날리며 고함을 지른 이는 빈센트였다. 그의 손에는 방금 몽마르트 언덕에서 그려 온 스케치북이 쥐어져 있었고, 식탁 건너편에는 파이프 담배를 문 카미유 피사로와 턱을 괴고 묵묵히 그를 노려보는 폴 고갱이 앉아 있었다.

"빈센트, 자네가 말하는 '혼'이라는 건 좋아." 고갱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파이프 연기를 뿜었다. "하지만 형태가 무너지고 물감이 떡처럼 뭉쳐진 건 영혼이 아니라 그냥 훈련 부족이야. 그림은 감정만으로 그리는 게 아니네."

"뭐라고? 훈련 부족?" 빈센트의 목핏대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는 캔버스 틀을 집어 들어 당장이라도 고갱의 머리 위로 내리칠 기세였다.

"자, 자! 여러분, 잠시만요. 와인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양복 차림의 테오가 식은땀을 흘리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낮 동안 구필 화랑에서 까다로운 컬렉터들을 상대하며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테오였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에게 휴식은 없었다. 테오는 얼른 고갱의 잔에 값비싼 보르도 와인을 가득 채우고, 피사로에게는 담배 불을 붙여주며 고개를 숙였다.

"형, 제발 좀 앉아. 피사로 선생님과 고갱 씨는 형에게 조언을 해주러 오신 거잖아."

"조언? 테오, 너까지 저들의 미끈하게 포장된 번지르르한 말에 속는 거냐? 저 사람들은 흙냄새를 몰라! 땀 냄새를 모른다고!"

빈센트는 쾅 소리를 내며 방문을 닫고 자신의 골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 안에서 붓을 바닥에 내던지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적막이 감도는 거실. 고갱은 혀를 찼다. "테오, 정말 고생이 많군. 자네 형은 완전히 미쳤어. 저런 자와 한 지붕 아래 살다가는 자네가 먼저 병에 걸려 죽을 걸세."

고갱이 옷을 털고 일어나자, 피사로가 묵직하게 파이프를 내려놓으며 테오의 어깨를 짚었다. 인상파 화가들의 스승이자 아버지라 불리는 피사로의 눈빛에는 깊은 동정과 경외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테오... 저 친구의 말이 맞네. 자네 형은 분명 정상은 아니야. 극도로 이기적이고, 광기에 사로잡혀 있지. 하지만..."

피사로는 몽마르트 언덕의 방앗간이 노랗고 파란 빛으로 이글거리는 빈센트의 캔버스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하지만 기억하게. 저 광기 속에서 나오는 빛은... 우리 모두를 뛰어넘을 천재의 빛이네. 자네가 아니면 저 불꽃은 오늘 밤으로 꺼져버릴 거야."

피사로와 고갱이 떠난 뒤, 테오는 조용히 문을 걸어 잠갔다.

어두운 거실, 바닥에 떨어진 빈센트의 와인 잔을 주워 올리던 테오는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테오는 책상 서랍을 열고 네덜란드에 있는 여동생 빌레미나에게 쓸 편지지를 펼쳤다. 펜 끝에서 눌러왔던 서러움과 고독이 눈물처럼 묻어났다.

"집에 돌아오면 평화롭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건만, 형 빈센트는 오직 자기 방식대로만 생각하고 말하고 있어... 형과 함께 사는 것은 견디기 힘들 만큼 괴로워.

하지만 형이 가진 예술가로서의 위대함과 그 고독함을 알기에, 나는 형을 버릴 수 없다. 만약 내가 형을 떠난다면 형은 완전히 망가지고 말 테니까."

테오는 편지를 봉인하지 못한 채, 형의 방문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문틈 사이로 어두운 촛불 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방 안에서는 빈센트가 무어라 낮게 읊조리며, 거친 숨을 내쉬며 다시 캔버스 위에 붓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테오는 차가운 방문 목재에 이마를 대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이 속눈썹을 적시며 볼을 타고 턱끝으로 떨어졌다.

"하나님..."

테오는 두 손을 모으고 차가운 문을 짚은 채, 가슴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오열을 억누르며 나지막이 기도를 읊조렸다.

"하나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제게 저 미치광이 같고 이기적인 형을 끝까지 품을 수 있는 단 한 조각의 힘을 더 허락해 주십시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제 영혼은 찢겨 나가고, 형이 내지르는 고함과 세상의 비웃음 속에서 제 자존심은 갈갈이 파헤쳐집니다. 집에 돌아와서조차 쉴 곳이 없고, 형의 그 사나운 광기 앞에 제 마음은 피를 흘립니다.

그러나 하나님... 피사로 선생님의 말처럼, 저 광기 뒤에 숨은 형의 고독이 너무나 서럽고 불쌍해서 저는 형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저 어두운 방 안에서 스스로의 영혼을 태워 가며 빛을 만들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저 불쌍한 형을... 제가 떠나면 세상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제가 갈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 제가 세상에서 가장 낮고 비굴한 을이 되어 세상의 모든 오물과 비난을 다 덮어쓰겠습니다. 제가 형의 그 모난 가시와 상처를 온몸으로 다 받아낼 테니... 제발 형의 저 여린 영혼만큼은 이 거룩한 불꽃 속에서 낙심하여 꺼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세상 모두가 형을 외면하고 미치광이라 부를지라도, 저는 하나님이 형에게 주신 저 빛을 끝까지 지켜내는 파수꾼이 되겠습니다. 저에게 견딜 수 있는 십자가를 주시고, 제 눈물로 형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게 붙들어 주십시오..."

몽마르트의 깊은 밤, 어두운 골방 안에서는 형이 자신의 영혼을 태워 불꽃을 피우고 있었고, 닫힌 방문 밖에서는 동생이 그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눈물과 기도로 온몸을 던져 바람을 막아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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