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발렌시아의 인장 1권 : 4-1장 탐닉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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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2037 1권 : 발렌시아의 인장
4-1장 탐닉의 밤

발렌시아의 밤은 더 이상 고요하지 않았다. 성당 하부, 음침한 구석에 자리 잡은 남녀 가고일들이 기지개를 켜듯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돌의 손으로 조롱하듯 제 몸을 뒤틀며 입가에 비릿한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들이 뿜어내는 안개보다 짙은 음욕의 파동이 광장을 덮치자 경건하던 시민들의 이성은 거세되고 말초적 욕망만이 들끓었다.

하부의 가고일들은 입을 열지 않고도 본능에 직접 내리꽂히는 속삭임을 공명시켰다.

도덕이라는 사슬을 던져라. 이곳에 신은 없다. 네 육신을 터뜨릴 욕망만이 진실이다.

광포해진 광장의 군중이 대성당의 문을 부수려 들던 그 순간, 가장 높은 첨탑 위에서 성모의 눈물을 닮은 푸른 빛이 번쩍였다. 수백 년 동안 침묵하던 수호의 어머니 가고일이 눈을 뜬 것이다. 비록 돌의 몸이었으나 두 손으로 풍만한 두개의 생명의 봉우리를 움켜쥔 채 아래쪽에 있는 누군가에게 당장이라도 성스러운 유액을 뿌릴 듯 서 있는 숭고하고도 처절한 형상이었다.

첨탑 상부에서 뿜어져 나온 흰 빛은 탐닉의 파동에 맞서 영적인 결계를 형성했다. 그것은 물리적인 벽이 아닌, 인간의 양심과 절제를 일깨우는 방어선이었다.

아래의 가고일들이 검은 저주를 퍼부어대자 어머니 가고일의 돌 몸에 기괴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의 유봉을 더 깊게 움켜쥐며 그 틈새로 생명력과도 같은 이성의 이슬을 뿜어냈다.

[발렌시아 대성당 유액을 뿌리는 성모 형상 가고일]

그것은 앞서 라 론하의 지하에서 솟구쳐 사람들의 지성을 마비시키고 짐승의 욕망으로 내몰았던 부정한 유액이 아니었다. 인간의 영혼 속 묵은 목말라함을 씻어내는 정화의 이슬이었다. 그 이슬이 입술에 닿자 광기에 찌들었던 시민들의 눈에서 살기가 거두어지고 맑은 총기가 돌아왔다. 사람들은 손에 든 흉기를 내려놓은 채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참회의 울음을 터뜨렸다.

동이 터 올 무렵, 대결은 일단락되었다. 하부의 가고일들은 다시 차가운 돌로 굳어버렸고, 첨탑 위 어머니 가고일 역시 온몸이 균열투성이가 된 채 깊은 침묵에 잠겼다.

사람들은 이제 알고 있었다. 대성당은 매일 밤 내면의 가장 낮은 욕망과 가장 높은 숭고함이 격돌하는 전장이며, 그 높은 곳에서 깨진 유봉을 부여잡고 자신들을 지켜보는 돌의 어머니가 있음을.

역사학자 루카스는 맞은편 다락방에서 목격한 이 초자연적인 대결을 낡은 양피지에 기록했다.

기록번호: 15XX-09-14 / 관찰자: 루카스 데 발렌시아

오늘 밤 나는 신학이 설명하지 못하고 역사가 외면했던 인류의 진정한 수호자를 보았다. 아래의 가고일들이 취하라 명령할 때, 첨탑의 어머니는 기억하라 응답했다.

그녀는 단순히 건물을 지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인간이 짐승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그 벼랑 끝에서 인간의 존엄이라는 마지막 끈을 붙잡고 있었다. 몸에 새겨진 균열은 우리가 저지른 욕망의 깊이였고, 그녀의 침묵은 우리를 향한 끝없는 용서였다.

폭풍 같은 밤이 지나고 푸르스름한 새벽의 서광이 비치자, 굳게 닫혀 있던 대성당의 청동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밤새 어머니 가고일의 고통을 대신 짊어진 듯 가슴팍이 검붉은 핏자국으로 물든 주교 안토니오가 걸어 나왔다.

광장에 내려온 루카스와 주교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말은 오가지 않았으나 루카스는 주교의 눈골 속에서 어젯밤 자신이 본 것과 똑같은 처절한 숭고함을 읽었다. 루카스는 속으로 물었다.

당신들도 안에서 보았습니까? 그녀가 자신의 몸을 깨뜨려 우리를 지켜내는 것을.

주교는 나지막한 미소로 답했다.

우리는 보지 못했으나 느꼈네. 우리의 기도가 그녀의 갈라진 틈을 메우는 점토가 되었음을.

주교는 피 묻은 손을 들어 올려 광장의 모두를 축복하듯 조용히 성호를 그렸다. 그 손길은 아침 햇살 아래 보석처럼 빛나는 어머니 가고일의 깨진 손가락과 완벽히 겹쳐졌다.

성모여, 당신의 자애는 차가운 돌 속에서도 살아 숨 쉬나이다.

지성으로 진실을 목격한 자와 신성으로 고통을 나눈 자의 조용한 연대 속에서, 루카스는 발걸음을 옮기며 양피지에 써 내려갔던 그 문장을 빗물 젖은 마음으로 가만히 되뇌었다.

그녀는 인간이 짐승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그 벼랑 끝에서 존엄이라는 마지막 끈을 붙잡고 있었다.

어둠이 다시 온 시가를 삼키고 세상이 탐욕의 갈증에 목말라할 때마다, 이 성스러운 대결의 기록은 영혼의 목마름을 씻어낼 단 한 방울의 이슬이 되어 차가운 석벽 뒤에서 영원히 숨 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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