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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2037 #톨레도의인장 #2권 #조셉리모나
PROJECT 2037 2권 : 톨레도의 인장
봉인된 침묵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국립 미술관(MNAC)의 아치형 전시장으로 들어선 세바스티안은 순간 숨을 들이켰다. 피레네 산맥의 깊은 골짜기, 보이 계곡(Vall de Boí)의 산 클리멘트 데 타울 성당에 새겨져 있던 12세기의 로마네스크 벽화가 마치 시간을 오려낸 듯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스트라포(Strappo) 기법이군."
세바스티안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벽면의 석고층 표면에 거친 아교와 무명천을 덧붙여 물감층만 정교하게 떼어낸 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 미술관의 프레임에 다시 옮겨 붙인 기술. 고고학도이자 엔지니어로서 그는 이 정교하고도 잔인한 보존 기법의 메커니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거룩한 판토크라토르(전능하신 그리스도)의 시선과 마주하는 순간, 그가 준비했던 기술적 지식들은 순식간에 무력해졌다. 석고의 표면만 분리되어 이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지만, 동시에 본래 신의 말씀이 울려 퍼지던 피레네의 침묵하던 공간을 완전히 잃어버린 광경. 그것은 보존과 상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의 지식이 신성한 흔적 앞에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입증하는 서글픈 증거였다.
압도적인 보이 계곡의 벽화를 지나 모더니즘 조각관으로 들어섰을 때, 세바스티안의 발걸음이 다시 한번 멈춰 섰다.
조셉 리모나(Josep Llimona)의 대리석 조각, <Desconsol(비애)>.
바위에 고개를 파묻고 온몸을 웅크린 대리석 여인은, 방금 보았던 보이 계곡의 벽화와 완벽하게 대척점에 서 있었다. 벽화가 천상을 향해 뚫린 거대한 울림판이었다면, 리모나의 여인은 세상을 향해 솟아오르는 모든 소음과 고통을 온몸으로 짓눌러 자기 내부의 깊은 돌 속으로 삼켜버린 형태였다.
[조셉 리모나- 비애(Desconsol)]
세바스티안은 대리석 표면에 감도는 서늘한 침묵을 바라보았다. 여인이 왜 이토록 처절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지, 그 침묵의 깊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는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완벽하게 닫힌 그 대리석의 형태가, 해독할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어 자신의 망막에 기이할 정도로 무거운 잔상을 남기고 있음을 느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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