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식물 : 로뎀나무 - 독이 든 줄기마저 씹어 삼킨 구황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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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식물 : 로뎀나무(대싸리)
 독이 든 줄기마저 씹어 삼킨 구황식물

[Ferdinand Olivier - Elijah in the Wilderness] 

우리가 흔히 ‘쉼’과 ‘안식’의 대명사로 기억하는 로뎀나무의 그늘 뒤편에, 사실은 굶주림에 지친 이들이 목숨을 걸고 줄기 껍질과 뿌리를 긁어 먹어야 했던 핏빛 잔혹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선지자 엘리야가 지쳐 누웠던 로뎀나무는 성경 속에서 거룩한 위안의 상징으로 쓰이지만, 구약 성경의 가장 깊고 음습한 구석에서는 영적·물리적 기근에 허덕이던 인간이 씹어 삼켜야 했던 가장 비참한 구황 식물로 등장합니다.

욥기 30장 3절과 4절은 사회의 바닥으로 내몰려 굶주림과 싸우던 자들의 처참한 실상을 이렇게 서늘하게 고발합니다.

"그들은 흉년과 기근으로 인하여 파리하며... 대싸리(로뎀나무) 뿌리로 먹을거리를 삼느니라."

성경 히브리어 원문에서 '대싸리'로 번역된 식물이 바로 광야의 '로뎀(Rotem, Retama raetam)'입니다.

이 로뎀나무의 줄기와 뿌리 껍질 속에는 '레타민(Retamine)'이라는 강한 독성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사람이 절대로 삼킬 수 없는 찌르는 듯한 쓴맛과 중독성을 지닌 가시 덤불입니다.


그러나 유럽의 참혹한 기근 시절 민중들이 생존을 위해 느릅나무나 사시나무의 껍질을 도끼로 찢어내어 잿빛 빵을 구워 먹었듯, 성경 속 사막의 기근에 직면한 최하층 사람들은 칼로 로뎀나무의 줄기 가죽을 바득바득 긁어내고, 독성이 든 뿌리를 씹으며 겨우 헛구수한 위장을 채워야 했습니다.

어릴 적 먹을 것이 귀하던 봄날, 산에 올라 소나무의 연한 어린 순(송기)을 잘라 거친 겉껍질을 깎아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안에 감춰진 희고 부드러운 속살을 입에 넣고 단맛을 씹어 삼키던 순간, 그것은 주린 배를 달래주던 감질나는 구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찔레나 송기의 하얀 속살은 지독한 형벌을 동반하곤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지나치게 씹어 삼킨 날이면 가혹한 변비가 찾아와 돌처럼 굳은 변이 항문을 막아섰고, 어린 나이에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무지 똥을 싸지 못해 결국 누군가의 손길에 의지해 처절하게 그것을 파내며 신음해야 했습니다.

하물며 사막의 독성이 든 로뎀나무 줄기와 뿌리 껍질을 바득바득 긁어 삼켜야 했던 성경 속 굶주린 이들의 비극은 어떠했겠습니까? 가짜 포만감 뒤에 찾아오는 가혹한 장폐색과 통증, 뚫리지 않는 창자를 움켜쥐고 신음하던 그들의 최후는 서늘한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이처럼 로뎀나무는 누군가에게는 신의 자비가 내리는 그늘이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살아남기 위해 독이 바짝 오른 줄기 껍질을 씹어야 했던 잔혹한 기근의 기호였습니다. 이 시선은 인류의 역사와 문명 이면에 짙게 투영되어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굶주린 자는 가시 돋친 줄기마저 단맛으로 착각한다"라며 극단적인 결핍이 가져오는 인간 본성의 비극을 경계했습니다. 인간이 생존의 한계에 내몰릴 때, 평소라면 쳐다보지도 않을 독이 든 껍질과 줄기마저 삼켜버리는 서늘한 진실을 비유하곤 했습니다.

심지어 유럽 중세의 기록이나 대기근의 역사 속에는 독성이 있는 줄기나 뿌리를 잘못 먹고 환각에 빠지거나 장이 막혀 죽어갔던 기괴하고 서늘한 유래가 수없이 남아 있습니다. 거짓된 포만감을 얻기 위해 나무 가죽을 씹어야 했던 인간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싹합니다.

거룩한 성화를 완성하기 위해 화가들은 연지벌레의 시체를 갈아 넣고, 희귀한 나무의 줄기와 진액을 긁어내어 기름에 짓개었습니다. 거룩함을 표현하는 화폭의 밑바탕이 실상은 짓밟히고 찢겨 나간 생명의 껍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온몸을 감싸던 그 서늘한 경계선 위의 중압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현대인들은 매일 독이 든 줄기인 줄 알면서도 껍데기 같은 욕망을 씹어 삼키며 제 영혼이 파괴되고 막혀가는 줄도 모른 채 살아갑니다. 무감각해진 일상 속에서 타자의 희생과 가짜 만족을 매끄러운 포장지로 덮어버린 채 미소 짓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경이 경고하는 영적 장님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겉으로는 '성공', '안식'이라는 번듯한 간판으로 간판갈이를 마쳤지만, 그 은밀하게 가려진 포장지 너머를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으십니까? 거짓된 간판은 속일 수 있어도, 씹어 삼킨 독성 줄기의 본질은 속일 수 없습니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거룩한 천장화를 그린 파올로 데 산 레오카디오의 붓끝을 떠올려 봅니다. 천장의 빛나는 영광을 물들이기 위해 자신의 가죽을 내어주고 찌꺼기가 되어 사라진 저 식물과 미물들은, 어쩌면 나라는 존재의 비참한 기근을 채우기 위해 십자가에서 완전히 부서지셔야 했던 구원자의 초상이자, 그 은혜를 잊은 채 여전히 세속의 독성 껍질을 바득바득 긁어 먹으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적나라한 초상입니다.

우리는 겉으로는 순결하고 고상한 표정을 지은 채 거룩함을 논하지만, 돌아서면 자신의 영적 기근을 채우기 위해 껍데기 같은 탐욕의 줄기를 삼켜버리는 로뎀나무의 소비자는 아닙니까?

세상이라는 시장판에서 겉모습을 매끄럽게 포장하려 애쓰는 기만을 내려놓고, 나를 직면하게 만드는 설계자의 시선 앞에 가식 없이 부서진 본모습을 꺼내놓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고린도전서 10장 31절은 인류를 향해 영혼을 채워야 할 참된 양식의 본질을 명확히 경고합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세상이 그어놓은 화려함과 부패함의 경계선 위에서, 마침내 내 안의 숨겨진 영적 기근을 직면하고 나를 위해 부서진 생명의 양식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썩지 않는 신의 은혜와 진리의 말씀이 찾아와 우리를 가장 거룩한 성막의 나무로 온전히 다시 빚어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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