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테오반고흐 : 《자화상과 게》 - 오베르 장례식장, 부치지 못한 마지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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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테오 반 고흐] 《나무뿌리》 - 오베르 장례식장, 부치지 못한 마지막 편지

[ Vincent van Gogh - Self-Portrait (1887/1889) ]

1890년 7월 30일,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차가운 장례식장.

제단 정면에는 영정 사진 대신, 형이 가장 아끼고 당당하게 자신을 담아냈던 자화상이 걸려 있었다. 푸른빛이 도는 배경 속에서 깊고 강렬한 눈빛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빈센트의 얼굴. 그 눈빛은 마치 "나는 끝까지 화가로서 살았노라" 말하는 듯했고, 그 주변을 노란 해바라기와 화구 가방, 그리고 마르지 않은 캔버스들이 소박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서른일곱, 인생의 한창이어야 할 나이에 스스로 삶의 끈을 놓아버린 형 빈센트의 관 앞에 테오가 섰다.

손에 쥔 편지지는 테오의 떨리는 손끝에 흔들렸고, 그 위로는 오열을 삼키느라 번진 먹물 자국이 상처처럼 남아 있었다. 테오는 부치지 못할 편지를 가슴에 품고, 영정 속 형의 눈을 맞추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나의 사랑하는 형, 나의 영혼인 빈센트..."

테오의 첫 마디가 터져 나오자마자 장례식장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테오는 눈물이 앞을 가려 잘 보이지 않는 편지지를 꼭 쥐며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

"오늘 나는 형에게 다시는 닿지 못할, 세상에서 가장 슬픈 편지를 쓰고 있어. 형, 기억나? 우리는 엄격하지만 따뜻했던 교역자 가정에서 태어났잖아. 주일마다 아버지가 전하시던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형은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따라 성직자가 되길 원했지. 탄광촌 보리나주에서 가난한 광부들의 발을 씻겨주며 전도사로 살아가던 형의 그 뜨거웠던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해. 형은 언제나 하나님을 향해,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 온 영혼을 바치던 사람이었어."

테오는 잠시 숨을 고르며 눈물을 삼켰다.

"비록 세상은 형을 거절했고, 사제의 길은 막혔지만... 형은 결코 신을 포기하지 않았지. 형은 십자가 대신 붓을 들었고, 설교단 대신 길거리의 흙바닥과 밀밭 위에서 캔버스를 폈어. 형이 아를의 타오르는 석양 아래서, 손가락 마디마디가 터져 나가라 물감을 칠하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하나님을 향해 드리는 형만의 '숭고한 기도'였다는 걸... 나는 알아. 세상 사람들은 형을 광인이라 불렀지만, 나는 형의 캔버스에서 항상 신의 거룩한 빛을 보았어."

테오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관 위에 놓인 노란 해바라기 꽃잎 위로 툭 떨어졌다.

"기억나, 형? 파리의 작은 아파트에서 밤새 예술을 논하며 함께 마시던 차 한 잔, 아를의 노란 집에서 형이 나를 위해 고심하며 그리던 해바라기들, 그리고 우리가 주고받았던 수백 장의 편지들... 형이 내게 보낸 편지는 단순한 글자가 아니었어. 고독한 세상에서 서로의 영혼을 확인하던 단 하나의 생명줄이었지. 형이 없었다면 내 삶도 그저 차가운 장사꾼의 삶에 불과했을 거야. 형은 나를 진짜 인간으로 살게 해준 나의 유일한 빛이었어."

테오는 관 뒤편에 놓인 형의 유작, 《나무뿌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제 형이 마지막까지 붓을 쥐고 그린 《나무뿌리》를 보았어. 가혹한 대지를 죽을힘을 다해 움켜쥐고 있던 그 푸른 뿌리들처럼... 그렇게 외롭게 발버둥 치며 고통받던 형의 손을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조금만 더 강하게 잡아주었더라면..."

테오의 목소리가 꺽꺽거리는 오열로 바뀌었다.

"형의 가슴속 피 젖은 옷 주머니에서 발견된, 차마 내게 부치지 못했던 그 마지막 편지의 구절을 읽고 내 심장은 베어 나가는 듯했어...

'나의 작업에 목숨을 걸었고, 그 때문에 내 이성은 반쯤 파괴되어 버렸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너는 화상이 아니고, 나를 통해 위대한 작품을 만드는 데 동참한 사람이다...'

형... 내가 뭐라고 내게 이런 짐을 짊어지고 목숨까지 바쳤단 말인가..."

테오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하나님... 왜 이토록 가혹하게 우리 빈센트 형을 일찍 데려가셨는지 원망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이 차갑고 가혹한 땅바닥에 단 한 순간도 더 남겨두지 않고, 형이 그토록 갈망하던 평안을 주기 위해 당신의 품으로 데리고 가셨음을..."

테오는 품속에서 소중히 안고 온 멋진 액자로 장식된 붉은 게 그림을 꺼냈다. 형 빈센트가 아를의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그려 보냈던, 붉은 껍질을 터뜨릴 듯 생동하던 《두 마리 게》 그림이었다.

[ Vincent van Gogh - Two Crabs (1889)]

테오는 그 그림을 빈센트의 자화상 아래, 나무 관 머리맡의 노란 해바라기 꽃다발 사이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형에게 바치는 마지막 헌정이자, 끝내 지키지 못한 소박한 약속의 징표였다.

"형... 지난번에 형이 그렇게 좋아하던 게 요리를 사서 같이 쪄 먹자고 약속했었잖아... 파리의 그 좁은 방에서 따뜻한 식탁 한번 차려주지 못하고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게 되었네... 그림으로나마 형이 가장 좋아하던 이 빛을 형의 관 위에 잠시라도 올려둘게. 식어버린 대지 위에서 참 많이도 굶주리고 고독했을 내 형..."

테오는 관을 보듬어 안으며 나지막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37년의 고단했던 이 땅에서의 방랑을 끝내고... 이제는 주님의 품 안에서, 형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 영원히 평안히 쉬어. 머지않아 나도 형을 찾아갈게. 아픔도 슬픔도 없는 행복한 가득한 천국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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